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준마가 헛되이 소금 수레를 끈다. 유능한 사람이 천한
일에 종사함
驥:천리마 기. 服:복종할 복. 鹽:소금 염. 車:수레 거
伯樂(백락)은 周(주)나라 때 사람으로 말을 감정하는데 도가 튼 名人(명인)이었다. 그가 훌륭한 말이라고 판정해
버리면 그 말 값이 하루아침에 열곱절은 쉽게 뛰었다. 그래서 伯樂一顧(백락일고)라는 말이 생겼다.
명마가 백락을 만나 세상에 알려진다는 뜻으로 알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제 아무리 천리마라해도 백락을 만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唐(당)나라 때의 명문장가 韓愈(한유)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상에 백락이
있고 나서 천리마가 있게 마련이다. 천리마는 언제나 있지만 백락은 항상 있는게 아니다. 그러니까 비록 명마라도 백락의 눈에 띄지 않으면 하인의
손에 고삐가 잡혀 끝내는 천리마란 이름 한 번 듣지 못하고 보통말들과 함께 마구간에서 죽고 만다"
그런 백락이 어느날 긴 고갯길을
내려 가다가 명마 한 마리가 소금을 잔뜩 실은 수레를 힘겹게 끌고 오르는 것을 보게 되었다. 분명 천리마인데 이미 늙어 있었다. 무릎은 꺾이고
꼬리는 축 늘어졌고 소금은 녹아내려 땅을 적시고 있었다. 무슨 사연이 있어 천리마가 이 꼴이 되었는가. 천리마도 백락을 보고는 '히힝' 하고
슬픈 울음을 울었다. 명마로 태어났으면서도 천한 일을 하고 있는 게 서러웠던 것이다. 백락도 같이 울면서 자기의 비단옷을 벗어 말에게 덮어
주었다.
천리마에게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백락의 마음인들 오죽 아팠을까. 천리마는 땅에 엎드려 숨을 몰아쉬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크게
우니 그 소리 하늘에 사무치더란 것이다. 이래서 '驥服鹽車'란 말이 나왔다.
《戰國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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