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언어·수리('가'형)·외국어·과학탐구 백분위 평균 97점을 받은 학생 A가 자연계열 2000등이었다고 가정해보자. 4년제 대학의 모집 인원은 큰 변화가 없기 때문에 전년도 2000등 학생이 어느 수준의 대학에 합격했는지 알면 원서 쓸 때 도움됐다. 하지만 올해 국어(A형)·수학(B형)·영어(B형)·과학탐구 백분위 성적 평균 97점인 학생 B는 A와 같은 수준이라 단언하기 어렵다. 수준별 수능으로 입시 상황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수시모집에 합격해 빠져나가는 인원도 고려해야 한다. 이처럼 석차를 바꾸는 요인을 점검해 자신의 '진짜' 등수를 알아야 한다.
요소①ㅣ수험생 수
최근 5년 동안 4년제 대학교 모집 정원은 38만명 선이었다. 하지만 전체 수험생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전년도와 같은 백분위 점수를 받을 경우 석차가 절로 올라갈 수 있다. 지난해 수능 자연계열 응시자 중 언어·수리('가'형)·외국어·과학탐구 평균 백분위 97점 이상을 받은 학생이 2000명 정도였다고 치자. 올해 국어(A형)·수학(B형)·영어(B형)·과학탐구 평균 백분위 97점을 받은 수험생은 이보다 적을 것이다. 때문에 등수는 자연적으로 올라가게 된다.
실제로 2013학년도 대비 2014학년도 사회·과학탐구 응시 인원은 각각 2.04%(7684명), 2.74% (7077명) 감소했다(한국교육과정평가원 발표). 따라서 전년도와 동일한 백분위 성적을 받은 학생 수 역시 줄어든다. [표1]에서 알 수 있듯 백분위 총점 360점을 받은 수험생은 인문계열일 경우 612등, 자연계열은 391등 상승한다.
요소②ㅣ선택형 수능
올해는 선택형 수능 때문에 누적 인원과 수험생 집단 수준이 달라졌다. 앞서 예로 든 수험생 B의 석차를 영역별로 분석해보자. 국어 A형은 자연계열 응시자뿐 아니라 예체능계열과 국어 B형에 자신 없는 인문계열 하위권 학생이 선택한다. 하위권 학생이 늘어나 지난해보다 백분위 점수 받기가 수월해진 점을 감안하면 전년도 수험생 A와 같은 석차를 받은 B의 국어 성적은 떨어졌다 볼 수 있다.
비슷한 이유로 수학 B형 역시 지난해보다 좋은 백분위 점수를 받는 게 쉬워졌다. B형 성적 제출을 지정한 중위권 대학이 증가하면서 중위권 응시자가 유입된 것. 실제로 수학 B형을 선택한 수험생은 전년도 수리 '가'형에 응시한 인원보다 1만5436명 늘었다. 따라서 지난해와 동일하게 백분위 97점을 받은 B는 A보다 성적이 떨어진 것으로 보면 된다. 반면 영어 B형은 예체능계열과 하위권 학생이 A형을 선택했으므로 지난해보다 고득점 받기가 어려워졌다. 따라서 전년도와 동일한 성적이라면 실질적으론 석차가 오른 것이다.
요소③ㅣ수시모집 이탈자 수
석차를 뒤흔드는 또 다른 요인은 수시모집에 합격한 수능 우수자 수다. 수시에 합격하면 정시에 지원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이 빠지면 실제 석차가 올라간다. 서울 주요 대학은 수시모집 일반 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한 우선선발을 실시한다. 특히 올해는 수능 우선선발 정원이 전년도보다 1091명 증가했으므로 수능 고득점자 이탈 인원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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