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2일 목요일

생명과학, 인과 관계 중요한 학문… 역사서 도움될 것

과거 의학 분야의 무게중심이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었지만, 최근에는 전 세계 분위기가 기존 의학에 공학, 자연과학 등 새로운 것을 접목하는 추세에요. 연계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의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연구자로서 의학계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넓습니다."


조선일보

이동률 차의과학대학교 의생명과학과 교수(43·차병원그룹 줄기세포연구소장·사진 가운데)는 한양대 생물학과(현 생명과학과) 박사, 미국 코넬대 박사후연구과정을 거친 뒤 차의과학대 의생명과학과와 의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법을 연구하고 있다. 국외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 논문 60편을 발표했으며 2009년에는 제65회 미국생식의학회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한 체세포 복제 분야 세계최고 권위자다. 이번 스타 교수 3자 멘토링에는 신현철(23·차의과학대 의생명과학과 4년)씨와 현민진(17·서울고 2년)군이 참가했다.

◇의생명과학 진출 분야 넓어… 직접 도전해 자신에게 맞는 분야 찾아야

"원인과 결과가 뚜렷한 생물학에 매력을 느껴 생명공학, 그중에서도 의과학분야 유전자공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현군은 전 교과 성적이 전교 1, 2등을 다툴 만큼 최상위권이다. 교내 환경생물반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성체줄기세포 전문 기업, 포스텍 연구소 등 탐방 프로그램과 과학관련 강연에도 꾸준히 참석하는 등 뚜렷한 진로 목표를 바탕으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그는 "장기적인 연구를 통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생명공학자와 실질적으로 아픈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개인적으로도 실리를 얻을 수 있는 의사 중 어떤 것을 택해야 할지"의 기로에서 고민 중이다. 이 교수는 "세계적인 과학 저널인 네이처와 사이언스의 게재 논문의 70%가 생물학 분야일 만큼 진출 분야가 넓기 때문에 직접 도전해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는 사실 고등학생 때까지 인문학을 좋아했어요. 과학 쪽은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부모님께서 '남자가 문과에 가면 밥 벌어먹기 어렵다'고 하셔서 이과로 진학했습니다. 대학 진학 때는 의대와 생물학과를 두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담임 선생님은 의대를 추천하셨지만, 전 '피 보는 것이 싫다'며 생물학과를 택했고요. 하지만 지금은 의대생들을 가르치고 있고 실험을 하느라 여느 의사들보다 피를 자주 봐요.(웃음) 직접 부딪혀봐야 본인에게 맞는 분야를 찾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학문적 토대를 갖춘 의사 양성을 위해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 시스템을 운영하는 미국에서는 공대나 자연대에서 4년을 마치고 의전원에 진학한 학생 중 최고의 엘리트들만이 MD-Ph.D(의무석사·의학박사)를 선택해 연구의사의 길을 걷는다. 국내 의학교육은 의과대학 체제로 전환되는 추세지만, 의전원·치전원도 정원 450여명 수준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신씨는 "매년 우리 과 졸업생의 3분의 1 정도가 의전원에 진학하는 등 여전히 길은 열려 있다"고 조언했다.

◇과학자, 창의력·상상력 매우 중요… 역사서 다독 하라

생명과학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이 교수는 "원인과 결과가 명확한 것을 좋아하는 학생에게 적합하다"고 말했다.

"생명과학은 인과관계가 뚜렷한 학문입니다. 생명체가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죠. 이 때문에 무조건 외우려는 학생들이 가장 재미없어하는 학문이 생명과학이에요. 생명과학은 인과율과 흐름을 파악하는 시각을 가진 학생들에게 적합한 학문입니다."

생명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해 추천 도서를 묻자 이 교수는 "역사서를 많이 읽어라"는 조언을 했다. "역사서에 등장하는 모든 사건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듯이 생명과학 역시 원인과 결과가 중요한 학문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과학자에게 창의력과 상상력은 매우 중요한 자질이지만,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아이디어는 없어요. 향후에는 모든 질병을 줄기세포로 치료할 수 있게 될 거에요. 하지만 줄기세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이전 단계인 시험관 아기, 발생학에 대한 공부가 필요합니다. 중고등학생 때 역사서를 많이 읽으면 생명과학을 공부하면서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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