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사 '미봉책'으로 일관… 결정적 제보 없으면 '사전단속' 어려워]
"죽어라 공부했더니 헛고생한 거 같아 화가 나네요. 돈만 있으면 문제 사서 시험 잘 보고 장학금까지 받으며 유학가는 거 어렵지 않겠어요. 그런데 관리해야 할 사람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가요?"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인 SAT의 잇따른 시험문제 유출과 대리시험 등 각종 문제점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대입 시험 자격론'에 대한 물음표가 찍히고 있다. SAT가 전 세계에서 치러지는 시험에 걸 맞는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선 한국 등 일부 국가의 시험 감독을 본사 차원에서 관리하는 등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3일 SAT 학원가에 따르면 본지 기사가 나간 뒤 수험생들 사이에선 "거액을 주고 불법으로 입수한 시험지로 공부한 학생 탓에 선의의 유학생 준비생들만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나왔다.
이들은 더 이상의 시험문제 유출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관사인 ETS나 칼리지보드가 발 벗고 나서서 한국의 테스트 센터를 관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남의 한 SAT 어학원 원장은 "사실 주관사들의 수수방관 속에 이런 문제가 터진 것이 아니냐"면서 "수험생들은 처음 문제 유출이 발생한 2006년에 주관사들이 제대로 된 대책만 내놨어도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현재 국내에 SAT 테스트 센터로 지정된 학교는 모두 13곳으로, 해당 학교의 교사나 교직원 등이 감독관으로 들어간다. 이로 인해 '테스트 센터 매수설'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해외에서 유출된 문제가 국내 SAT 학원가에 돌면서 만점자가 속출해도 주관사들은 테스트센터 자격 박탈, 시험 취소, 시험횟수 축소 등으로 일관했다. 결국 주관사들의 미온적인 대처로 급기야 SAT 시험문제 20년치가 무더기로 유출돼 거래됐다는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국내 교육당국은 현장 점검에 나선다. 강남 SAT 학원가 일대를 관할하는 서울시교육청은 겨울방학을 맞아 수천만원에 달하는 고액 강의가 기승을 부린다는 것을 사전에 입수, 조만간 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번에 브로커들이 무더기로 유출한 SAT 시험지가 학원가로 흘러들어가 '방학특강' 명목으로 신고 된 수강료 외에 더 받고 강의할 우려가 있다"면서 "이르면 당장 이번 주부터 SAT 학원가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무리 검찰과 교육당국이 적발에 주력한다해도 주관사들이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이런 사건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강남의 한 학원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치러지는 시험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주관사의 주먹구구식 시험 관리로 기출문제로 공부하지 않은 애꿎은 학생만 피해를 보게 생겼다"면서 "문제 유출의 당사자로 지목된 학원들은 '교육당국의 단속도 끝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ETS나 칼리지보드가 한국의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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