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14일 월요일

세상을 바꾸는 10代들 아이디어, 구글·인텔 등 매년 과학대회

구글·인텔 등 매년 과학대회, 아무런 권리행사 않고 지원만
현대모비스 등 국내기업도 활발

솔벤트 등을 섞어 만드는 가짜 휘발유는 자동차 고장이나 공장 폭발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겉보기로는 가짜와 진짜를 구분하기 힘들다. 하지만 소리로 골라낼 수는 있다. 모든 액체는 종류에 따라 성분과 밀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액체가 담겨 있는 병을 두드리면, 들리는 소리도 제각각이다. 가짜 휘발유를 골라내는 '두드림 소리 분석법'을 개발한 사람은 대만 여중생 왕징통(13)과 후요(14)다. 두 학생의 아이디어는 구글이 주최하는 '2015 구글 사이언스 페어(GSF)'의 최종 결선 후보가 됐다.

글로벌 기업들이 과학 꿈나무 키우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첨단 기업을 알리는 홍보 효과도 크지만, 미래 기업의 주축이 될 연구 인력을 양성한다는 장기 포석도 들어있다.

세상을 바꾸는 아이들의 아이디어

구글은 2011년부터 장난감 기업 레고,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등과 함께 전 세계 13~18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GSF를 개최하고 있다. 한국어를 비롯해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등 13개 언어로 지원이 가능하며 노벨상 수상자 등 세계적 과학자들이 심사에 참여한다. 결선 진출자에게는 상금 5만달러와 함께 갈라파고스 섬, 레고 본사 등을 방문할 기회가 주어진다. 구글은 참가자들의 아이디어에 대해 아무런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지원만 한다.

올해 대회에는 전기와 얼음이 없어도 백신을 일정한 온도로 유지하면서 달릴 수 있는 자전거를 개발한 미국의 아누루드 가네산(15), 닭 깃털을 이용한 수소 저장 기기를 개발한 보스니아의 아넬라 아리피(18) 등 모두 20팀의 아이디어가 최종 결선에 올랐다. 우승작은 21일 발표된다.
지난해 ‘구글 사이언스 페어’ 결선 진출자인 미국의 미히르 가리멜라(14)군이 초파리를 모방해 만든 드론(무인기)을 들고 있다(위 사진). 대회 최종 우승자들은 장난감 블록인 레고로 만든 트로피를 받았다(가운데). 오른쪽 사진은 2012년 ‘인텔 사이언스 탤런트 대회’ 결선 진출자들이 미국 백악관을 방문해 오바마 대통령에게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는 장면(아래 사진).
지난해 ‘구글 사이언스 페어’ 결선 진출자인 미국의 미히르 가리멜라(14)군이 초파리를 모방해 만든 드론(무인기)을 들고 있다(위 사진). 대회 최종 우승자들은 장난감 블록인 레고로 만든 트로피를 받았다(가운데). 오른쪽 사진은 2012년 ‘인텔 사이언스 탤런트 대회’ 결선 진출자들이 미국 백악관을 방문해 오바마 대통령에게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는 장면(아래 사진). /구글·미 백악관 제공
GSF는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라는 대회 슬로건처럼 실제로 세상을 바꾸고 있다. 인도 남부에서는 산간 오지까지 원활하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한창이다. 밤 시간에 충분한 전기를 축적해뒀다가 낮에 사용하는 이 시스템은 2011년 당시 13세 소녀 하린 라비찬드란이 설계, GSF에서 우승을 차지한 아이디어다. 글로벌 기업들이 건설비를 기부해 그의 구상이 현실화됐다.

'과학 꿈나무 육성'을 내걸고 사회공헌 활동에 나서는 것은 구글만이 아니다. 영국의 프리미엄 가전 회사 다이슨은 창업자의 이름을 딴 국제 학생 신기술·디자인 대회인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심사기준은 '어른이 생각할 수 없는 혁신'이다. 수상작들은 실제로 제품화돼 출시된다. 미국 3M, 독일 바스프, 스위스 로슈 등 화학·제약 기업들도 과학교실과 과학 경진 대회를 전 세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과학교육 지원 확대

미국 반도체 회사 인텔은 매년 '인텔 과학 탤런트 대회(Science Talent Search)'를 주최한다. 이 대회는 1942년부터 시작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과학 경진 대회이다. 인텔은 1998년부터 이 대회 메인 스폰서를 맡았다.

과학 탤런트 대회는 지난 73년간 노벨상 수상자 8명과 수많은 대학교수, 기업인을 배출했다. 하버드대를 나온 영화배우 내털리 포트먼 역시 이 대회 준결승에 올랐던 과학 영재였다. 매년 최종 결선 진출자 40명은 미국 백악관의 초청을 받고 대통령에게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기회를 얻는다.

인텔은 회사 사정상 오는 2017년까지만 이 대회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그러자 실리콘밸리의 유명 인터넷 기업들은 물론, 원자력 회사 웨스팅하우스 등이 메인 스폰서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 기업도 최근 들어 과학 경진 대회 지원에 적극적이다. 현대모비스는 한국공학한림원과 함께 '주니어공학교실'을 전국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미래의 자동차 꿈나무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한화는 아예 '한국판 구글 사이언스 페어'를 모토로 한 '한화 사이언스 챌린지'를 한국과학창의재단과 함께 주최하고 있다. 미래의 노벨상 후보를 발굴,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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