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논술, 교과서와 어떻게 연계되나?
연세대는 교과서 내용을 그대로 내기보다 교과 개념을 기초로 다양한 출전의 제시문을 활용한다. 2015학년도 연세대 사회계열 논술 기출문제를 살펴보면, '차이와 갈등의 관점에서 세 제시문 논지 비교' 등 문제가 나왔다. '다름을 강조하는 것이 집단 간의 갈등을 초래한다'는 내용의 제시문 (가)는 고교 심리학 교과서에서 출제됐다. 제시문 (나)의 도표는 사회문화 교과서의 '집단 간의 갈등 해결책'이라는 주제에 대한 사회과학 연구의 일부다. 제시문 (다)는 2014학년도 연세대 인문계열 논술고사에 출제됐던 '상상력을 통한 공감'이라는 주제 아래, 도덕 교과에 나오는 애덤 스미스의 '도덕적 감정론'에서 발췌했다. 이종환 정보학원 이오스논술 인문계팀장은 "논술 공부 시 자료 해석 논제 풀이에는 사회·문화 교과서가, 윤리적 딜레마 상황 논제 풀이에는 생활과 윤리 교과 내용이 도움된다"며 "다만 교과서에서 배운 이론을 무작정 적용하지 말고, 반드시 제시문과의 연관관계를 살펴서 풀어야 한다는 점을 유념하라"고 강조했다.
성균관대도 올해 인문계열 모의논술의 공통 주제를 고교 교과에서 가져왔다. 전체 주제인 '개인과 집단의 지혜'는 고등학교 사회·문화 교과서(천재교육) Ⅰ단원의 '사회·문화 현상을 보는 관점', Ⅱ단원 '개인과 사회의 관계', 사회·문화 교과서(금성출판사) Ⅱ단원 '인간과 사회구조', 윤리와 사상 교과서(천재교육) Ⅳ단원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등에서 다룬 친숙한 주제다. 제시문은 '집단지성의 정치경제(조화순 외)' '대중의 지혜(제임스 서로위키)' 등에서 나왔다. 손태석 대성마이맥·EBS 논술 강사는 "주제에만 교육과정을 반영하는 이유는 제시문까지 모두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하면 난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주제는 교육과정에서 정하되, 다양한 출전의 제시문을 활용해 학생들의 독해력을 측정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교과서·EBS 활용한 문제, 분석력·논증력 평가
중앙대는 올해 인문사회계열 모의논술 제시문 전체를 교과서와 EBS에서 가져왔다. 제시문 (가)는 '독서와 문법, 독서'(EBS·2013)에 실린 '읽은 책,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기(박민영)', (나)는 '독서와 문법 Ⅱ'(미래엔)에 나온 '라다크로부터 배우다(H. N. 호지)', (다)는 '윤리와 사상'(교학사)에 실린 '여씨춘추 임수', (라)는 '고등학교 과학'(미래엔)의 '신기루는 있는가(곽영직 외)', (마)는 'EBS 수능완성 사회탐구영역 사회·문화'(2013·2014), (바)는 'EBS 수능완성 사회탐구영역 사회·문화'(2014)에 실린 '문화연구에 활용된 자료 수집 방법의 변천', (사)는 '국어 상'(천재교육)에 나온 '태평천하'에서 가져왔다. 손 강사는 "이렇게 논술고사 주제와 제시문 대부분을 교과서나 EBS 교재에서 가져오는 대학은 다른 제시문과의 관계를 고려해 출제 의도를 파악하는 분석력과 논증력, 창의력을 주된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며 "그래서 모든 제시문을 교육과정에서 가져와도 문제 난도나 평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분석했다.
한국외국어대도 올해 모의논술 제시문 일부를 EBS 교재에서 가져왔다. 한국외대는 올해 모의논술에서 '상황 인식과 대응 태도'라는 주제를 선정했다. 제시문 (3)과 (4)는 'EBS 수능완성 국어영역 B형' 72쪽과 279~ 280쪽에서 각각 가져왔으며, 그 밖에 김수영의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의 '고도를 기다리며(Waiting for Godot)' 등 고교생이 독해하는 데 무리가 없는 국·영문 제시문을 출제했다.
◇교과서 핵심 개념, 통합해 문제 푸는 훈련 필요
자연계열 논술도 교과과정 내 출제 경향이 두드러진다. 올해 이화여대 모의논술을 살펴보면, 산술평균과 기하평균과의 관계를 통해 서로 다른 수열의 대소 관계를 증명하고, 수학적 귀납법이나 스퀴즈(squeeze) 정리 등을 바탕으로 수열의 수렴성과 극한값을 찾는 문제, 직선과 타원의 관계를 이용해 주어진 조건에 맞는 범위와 최댓값·최솟값을 구하는 문제 등이 나왔다. 양승규 정보학원 자연계팀장은 "수학Ⅰ의 '수열과 점화식', 수학Ⅱ의 '초월함수의 극한', 기하와 벡터의 '타원' 등에서 낸 문제로, 고교 교과과정이 그대로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고려대 자연계열 논술도 고교 교과내용에서 직접 발췌하거나 적절히 변형해 출제됐다. 일차변환, 삼각형 넓이, 원과 곡선이 접할 조건, 함수의 미적분 등 고교 교과과정의 핵심내용을 다뤘다. 제시문 (가)는 평면에서 한 변이 원점에 있는 평행사변형의 넓이와 2차 정사각행렬의 행렬식과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며, (나)에서는 포물선과 원이 접하는 상황을, (다)에서는 포물선과 두 직선이 수직으로 만나는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제시문을 바탕으로 (a)~(e)의 5문항을 푸는 형태다. 양 팀장은 "제시문과 논제에 사용된 소재와 개념은 고교 교과서에서 자주 다루는 익숙한 내용"이라며 "단 문항 간 상호 응용에 대한 문제이므로, 각 문항을 심층적으로 이해하되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능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수리논술은 문제풀이 과정에 따라 부분 점수가 부여되므로, 반드시 풀이 과정을 직접 써보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증명 문제나 수능 수학 영역의 21·29·30번 같은 고난도 문제를 직접 증명하며 풀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과학논술에서는 일부 대학이 고교 교과과정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보이지 않는 제시문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교과과정을 정확히 이해하고, 제시문 내용과 비교하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양 팀장은 "같은 개념이라고 해도 논술고사 제시문과 교과서에서 서로 다른 표현으로 설명될 수 있다"며 "과학 분야의 다양한 글을 읽으며 교과과정에서 다룬 내용이 어떤 방식으로 다르게 서술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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