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19일 토요일

수퍼문

9월 28일 오전 6시 11분 서쪽 지평선서 수퍼문 볼 수 있죠
중앙일보
[달의 표면을 보면 바다·고원·산맥 등 다양한 지형 구조를 관찰할 수 있다. 달의 바다는 짙은 색의 현무암으로 덮인 평원을 뜻한다. 달 표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밝은 영역은 달의 고원이다. 암석의 충돌로 생긴 팬자국을 크레이터라고 하는데, 크레이터가 만든 수백㎞의 벽이 달의 산맥이다. 사진=한국천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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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요? 어두운 하늘 위에 동그랗게 빛나고 있는 보름달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번 추석에는 이 보름달이 조금 특별하다고 합니다. 9월 28일에 수퍼문과 블러드문이 동시에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보름달보다 크기가 큰 수퍼문

수퍼문이라는 이름에서 자연스럽게 연상되듯이 수퍼문은 일반적인 보름달보다 크기가 크고 밝은 달을 말합니다. 물론 실제로 달의 크기가 커지는 것은 아닙니다. 달이 지구에 가장 가까이 오는 날에 우리는 평소보다 훨씬 크고 밝은 달을 관측할 수 있습니다.

지구와 달 사이의 평균 거리는 약 38만㎞입니다. 달은 살짝 한쪽으로 치우쳐진 타원형 궤도로 지구 주변을 돌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달과 지구의 거리는 가까울 땐 약 35만7000㎞에서 멀어지면 약 40만6000㎞까지 약 5만㎞정도 차이가 나게 됩니다. 달과 지구 사이의 거리가 가장 짧을 때를 근지점, 가장 멀 때를 원지점이라고 합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수퍼문’이라는 단어는 천문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는 아닙니다. 1979년에 한 점성술사가 쓴 단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는 거죠. 수퍼문은 달과 지구의 거리가 가장 가까울 때, 즉 근지점에 있을 때와 보름달이 뜨는 시기가 같아야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가 흔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수퍼문에 관심을 더 갖는 것 같습니다. 이와 반대로 달과 지구의 거리가 멀 때

작게 보이는 달을 미니문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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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천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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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에 수퍼문이 뜨는 때는 9월 28일 오전 11시 50분입니다. 이때 달과 지구 사이의 거리는 35만6882㎞입니다. 달과 지구 사이의 평균거리인 약 38만㎞보다 약 2만3000㎞ 가까워진 것입니다. 이번 수퍼문은 올해 가장 작았던 3월 6일의 미니문보다 약 14% 정도 크고 30% 밝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이때 달은 지평선 아래로 내려간 후이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 완전한 수퍼문을 관측할 수는 없고, 아메리카 대륙과 유럽,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관측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크고 둥근 수퍼문은 추석 보름달이 지는 시각인 9월 28일 오전 6시 11분 서쪽 지평선에서 볼 수 있습니다.

수퍼문에는 재앙설이 따라다닙니다. 수퍼문이 큰 재앙을 이끌고 온다는 주장예요. 가장 최근에 수퍼문과 관련된 재앙으로 이야기되는 것은 2014년 3월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입니다. 규모 9.0의 지진으로 큰 피해를 야기한 동일본 대지진 발생 약 2주 뒤, 20년 만에 가장 큰 수퍼문이 나타났기 때문이죠. 또, 2012년 미국의 물리학자 도널드 올슨은 1912년 타이타닉 호 침몰 당시 달이 1400년 만에 지구와 가장 가까웠으며 이로 인해 파도가 상승했고 빙하가 떠내려와 타이타닉이 침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설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요. 수퍼문이 뜨면 달의 인력이 평소보다 15% 증가하고 이로 인해 해수면의 높이가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인력의 증가가 지진·해일과 같은 재난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대부분의 학자들의 주장입니다.

붉은 달, 블러드문

이번 추석에 수퍼문과 함께 일어나는 현상은 달이 피처럼 붉은빛을 띄는 블러드문입니다. 수퍼문과 블러드문을 함께 볼 수 있는 건 1982년 이후 33년 만입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에서 완전한 수퍼문을 볼 수 없듯 이 또한 관측이 불가능합니다. 두 현상이 다시 겹치는 시기는 2033년이라고 합니다.

블러드문은 개기월식의 영향으로 생깁니다. 월식은 태양-지구-달 순서로 배열돼 지구의 그림자에 달이 가려지는 천문현상입니다. 태양에 의해 만들어지는 지구 그림자는 햇빛의 일부를 차단하는 반그림자와 직접 오는 모든 햇빛을 차단하는 본그림자로 나뉩니다. 지구의 반그림자에 달이 들어가는 현상을 반영월식, 본그림자와 반그림자 사이에 달이 위치하면 부분월식, 그리고 본그림자에 달이 전부 들어가면 개기월식이라고 합니다.

달과 지구의 궤도가 약 5도 정도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모든 보름달에 월식이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월식은 지구의 궤도면인 황도면과 달의 궤도면이 교차하는 곳에서 보름달이 됐을 때만 일어납니다. 월식 또는 일식이 약 18년 11일을 주기로 되풀이되는 것을 사로스 주기라고 부르기도 해요.

개기월식이 일어나면 달이 지구 그림자에 완벽하게 가려지는 것이 아니라 어두운 붉은색으로 관측됩니다. 이는 태양광선이 지구에 가려지면서 지구 대기에 의해 굴절된 빛이 달에 도달하기 때문입니다. 푸른빛은 거의 산란돼 달에 도달하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대기를 잘 통과하는 붉은빛이 달 표면에 닿아 붉게 보이는 거죠. 월식이 일어날 때마다 달의 붉은색이 조금씩 다르게 보이는데 이를 통해 지구 대기의 상태를 확인 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 개기월식으로 인한 블러드문이 마지막으로 관찰된 시기는 올해 4월 4일입니다. 한국 천문연구원은 3년 뒤인 2018년에야 한국에서 개기월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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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기월식 때 지구가 달을 가리면 달을 비추던 태양광이 전부 도달하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지구 대기를 잘 통과하는 붉은빛만 달에 도달한다. 사진=한국천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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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문은 붉은색을 띄고 있기 때문인지 예로부터 흉조를 상징하며 저주를 내린다고 여겨져 왔습니다. 유럽·인도·중국 등 세계 곳곳에서 월식의 기원에 대한 다양한 전설들이 내려옵니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하늘에 붉은 달이 뜨면 여신 헤카테가 저승의 개와 함께 나타나 저주를 내린다고 합니다.

블러드문 현상을 두고 일부 종교인들은 종말론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2014년 4월 15일과 10월 8일, 2015년 4월 4일과 9월 28일까지 총 4번 연속으로 개기월식이 일어나는 흔치 않은 현상으로 더 주목받았죠. 이렇게 월식이 6개월 간격으로 4번 연속해서 일어나는 현상을 테드라드(Tetrad)라고 합니다. 이 현상을 보고 미국의 목사 존 해기는 블러드문이 하나님이 인류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며 중대한 대사건을 예고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자들은 블러드문을 개기월식에 의한 현상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과거에는 수퍼문·블러드문을 재앙의 전조라고 여겼지만,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흥미로운 볼거리로 생각하게 됐죠. 이번 추석에 가족들과 함께 평소보다 밝고 큰 보름달을 보면서 소원을 빌어보는 것은 어떤가요.

이번 추석에 달을 잘 관측하려면

올 한가위(9월 27일) 보름달은 17시 50분에 뜬다고 합니다. 이때는 아직 완전히 둥근 모습은 아닙니다. 달이 완전히 둥근 모습을 하게 되는 시각 즉, 완벽한 수퍼문이 뜨는 시각은 추석 다음 날인 9월 28일 오전 11시 50분입니다. 하지만 이때 달은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 볼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크고 둥근 달은 추석 보름달이 지는 시각인 9월 28일 오전 6시 11분 서쪽 지평선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하늘이 맑다면 맨눈으로도 충분하지만 쌍안경·망원경이 있다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높은 빌딩이 있는 장소는 피하고 시야가 트여있는 동네 뒷동산이나 옥상에서 관찰하면 더욱 선명하게 관측할 수 있습니다.

달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 붉게 보이는 블러드문처럼 블루문은 파란 보름달일까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먼 옛날에는 그렇지 못했죠. 그렇다면 어떻게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깨달았을까요? 고대 그리스 시대 아리스토텔레스는 월식을 관측하다가 달에 드리운 그림자가 지구의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이를 통해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았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제 수퍼문과 블러드문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의 색다른 보름달을 뜻하는 블루문에 대해 들어본 적 있나요? 블루문은 파란빛을 띄는 달이 아닙니다. 한 달에 보름달이 두 번 떴을 때 두 번째 달을 뜻하는 말입니다. 한가위에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등 달을 풍요의 상징으로 예찬하고 달에 있는 계수나무 아래서 토끼가 떡방아를 찧고 있다는 등 친근하게 여겼던 우리나라와 달리 서양에서는 보름달을 불길한 것으로 인식했습니다. 한 번도 불길한데 한 달에 두 번이나 뜨는 보름달을 좋아했을 리가 없겠죠.

두 번째로 뜨는 보름달을 뜻하는 블루문은 ‘blue’와 같은 발음인 옛 영어 단어 ‘belewe(배신하다)’에서 가져와, 배신자의 달이라고 칭한 것이 정착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실제로 파란빛을 내는 달은 화산폭발이나 큰 산불로 대기 중에 먼지 농도가 짙어질 때 간혹 나타난다고 합니다.

서양에서는 달을 신비로우면서도 어딘가 음산한 것으로 보고 인간의 광기와 연결하기도 했습니다. 미치광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lunatic’의 어원도 달(luna)에서 왔죠. 보름달이 뜨는 날 늑대인간으로 변하거나 마녀가 나타나는 등의 이야기도 많고요. 또한 보름달이 뜨면 사람

들이 이상행동을 많이 하고 범죄가 많이 일어난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과학·의학의 발달로 달과 광기의 상관관계는 없다고 밝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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