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14일 월요일

2016 대입 자기소개서 가이드 / 카이스트



카이스트(KAIST)는 2016학년도 신입학 전형으로 수시 680명 내외, 정시 30명 내외, 기타 외국고전형 40명 내외 등 총 750명 내외를 선발한다. 올해 역시 학과 구분 없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무학과 선발제도’를 고수한다.

무학과 선발제도 덕에 카이스트 학생들은 입학 후 1년간 자유롭게 전공을 탐색하며 1학년 말 자신의 세부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이승섭 카이스트 입학처장도 지난 4월 조선에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무학과 입학 제도는 대학 입학 후 얻은 다양한 정보를 통해 학생들이 자신에게 꼭 맞는 전공 분야를 탐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 있다”며 “통계를 보면 1학년을 마치고 학과를 선택하는 재학생의 약 50%가 입학 당시 희망했던 학과와 다른 학과를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나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제도”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카이스트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에게는 이러한 무학과 제도가 무척 까다로운 존재다. ‘대입 자기소개서 작성 시 비교과활동 등을 지원학과와 연결지어 서술해야 유리하다’는 게 통념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주현규 카이스트 입학사정관은 “입학 후 희망하는 전공과 관련된 비교과활동을 서술해도 좋고, (희망 전공과 관련이 적은) 다양한 활동도 좋다”며 “다만 다양한 활동을 언급하는 경우라면 각 활동이나 내용이 큰 맥락에서 서로 유기적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 사정관은 비교과활동의 ‘유기적 작성’에 대해 강조하며 한 학생을 예로 들었다.

“타 기관 모의면접에서 만난 이 사례는 카이스트에도 적용되는 이야기입니다. 이 학생은 다른 학생보다 학업성취도는 우수하지만, 지원학과인 국어국문학과에 관련한 비교과 활동 실적은 거의 없었어요. 교내 음악 밴드에서 2년 정도 활동한 것 외에는 글쓰기동아리 활동 1년, 교내 글짓기 수상 몇 건이 전부였습니다. 수필을 내거나 소설가로 활동하는 국어국문학과 타 지원자들에 비해 자기소개서만으로는 비교과활동 실적이 상대적으로 부족했어요. 하지만 모의면접에서 밴드활동에 대한 학생의 대답이 이런 상황을 뒤집었습니다. 그 학생이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해서 작가가 되고 싶은데,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예술적 감수성이다. 그 예술적 감수성을 음악으로 함양하고 싶었다. 밴드 공연을 하면서 멤버들과 마찰도 있었지만 잘 헤쳐나갔고, 악기를 다루면서 자존감도 회복했다’는 말로 연계성을 보여줬거든요.”

자기소개서에서 드러내지 못한 비교과 활동과 전공과의 유기성을 면접에서는 잘 풀어낸 사례였다. 주 사정관은 이 사례에 대해 “의미 있는 활동과 전공의 유기적 서술이 이뤄진 경우”라고 설명했다. 그는 “활동에 대해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수행했으며, 활동 결과에 대해 어떻게 반응했는지 그리고 본인의 관심 분야나 지원학과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명시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며 “다만 아쉬운 점은 만약 이러한 내용이 면접이 아니라 자기소개서에 드러났다면, (보통 1단계 전형에 포함되는) 서류평가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예를 들어 글쓰기 동아리에서 활동한 카이스트 지원자라도 활동 내용이 ‘느끼고 배운 점’을 중심으로 이공계 분야에 대한 관심이나 카이스트에 대한 열정 등을 연관성있게 드러내면 된다”고 덧붙였다.

2016학년도 카이스트 수시모집 지원서·자기소개서 접수는 입학처 홈페이지(http://admission.kaist.ac.kr/undergraduate/)에서 9월 7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다. 수시는 모두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실시되며, 1단계 서류 100%, 2단계 서류 70%와 면접 30%로 전형한다. 수시 접수를 한 달 앞두고 주현규 카이스트 입학사정관에게서 자기소개서 작성 팁을 들었다.


           




Q 카이스트는 자기소개서를 통해 무엇을 보고자 하는가? 인재관과 학생부종합전형 취지와 관련해 입학사정관이 가장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부분이 있다면?A 카이스트의 인재상은 ①과학기술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고 지식탐구를 즐기는 학생, ②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려는 열정과 도전의지를 가진 학생, ③높은 주인의식과 협력정신으로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하려는 학생, ④윤리의식을 지니고, 인류를 위해 환경을 생각하는 학생이다.

인재상의 첫 번째가 ‘전문성과 지식탐구’다. 이는 지원자의 학업역량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부분이다. 실제 서류평가 기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학업역량이다. 그렇다면 카이스트 입학사정관이 가장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부분이 학업역량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조금 더 정확히 표현하면 학업역량은 중요 요소라기보다 평가의‘기본 요소’라 할 수 있다. 즉 카이스트에 입학해 학업을 수행할 수 있을지를 첫째로 여긴다. 물론 학업역량을 초월할 만큼 다른 역량이 뛰어나 합격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는 매우 드물다. 기본(학업 역량)이 갖춰졌다면, 그 다음에는 인재상에서 요구하는 창의성, 도전의지, 팀워크(공동체의식), 배려, 자기주도성 등을 평가한다.

자기소개서에서 무엇을 가장 중점적으로 평가하느냐에 대한 대답은 ‘통일된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서류평가의 기준(학업역량, 창의성 등)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르게 표현하면 지원자 특성을 가장 중점적으로 평가한다는 얘기다. 서류평가 자료는 학생부, 교사추천서, 자기소개서다. 학생부를 중심으로 추천서와 자기소개서를 종합적으로 검토, 평가기준에 근거해 평가를 하기 때문에 별도의 배점은 없다.

즉 자기소개서에 별도의 점수(예를 들어 10점 만점)를 설정한 후 평가하는 경우라면 가장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부분이나 평가 기준이 명확하겠지만 종합평가를 진행하기 때문에 지원자마다 중점적으로 보는 영역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어떤 지원자의 경우에는 학생부 내용을 잘 정리해 작성하는 것이 우수한 자기소개서를 완성하는 것일 수도 있고, 또 다른 학생은 학생부에 기록된 내용 이외의 내용을 기술하는 것이 좋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것일 수도 있다. 또한 학생부나 추천서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자기주도성보다 본인이 자기소개서에서 기술한 자기주도성이 우수해 그 부분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이렇게 전형자료(학생부, 추천서, 자기소개서)가 상호보완적이기 때문에 자기소개서에만 적용하는 특정 평가기준은 없다.


Q 카이스트는 올해 자기소개서에서 자율문항까지 총 4개 문항을 운영한다. 문항별 작성 팁을 알고 싶다.A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공통양식인 1~3번까지는 문항에서 제시돼 있듯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당수 지원자가 1번 문항의 학업, 2번 문항의 의미 있는 활동, 3번 문항의 배려 등의 실천 사례를 소개하면서 배우고 느낀 점 보다는 과정이나 활동 자체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이 자기소개서를 통해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그 일화나 사건을 통해 지원자가‘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또는 ‘어떻게 변했는지’다. 특정 일화의 과정이나 활동 자체가 큰 의미를 갖고 그 내용만으로도 입학사정관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다.

그렇다면‘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또는 ‘어떻게 변했는지’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좀 더 구체적인 질문 예시를 들어보겠다.

(1번 문항) 학업 능력(단순 성적 향상이 아닌)을 얼마만큼 키웠나?
(1번, 2번 문항) 지적 호기심을 얼마나 충족했나? 지적 호기심 충족이 이후 심화 학습이나 새로운 분야에 대한 관심으로 발전했는가?
(2번, 3번 문항)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이나 패러다임이 바뀌었는가? 그리고 새로운 가치관이나 패러다임으로 인해 이후 생활이 어떻게 바뀌었는가?
(3번 문항) 나의 인격이 더 성숙했는가? 또는 어떻게 성숙했는가?
(3번 문항) 나 자신만이 아닌 내 친구나 동료, 내가 속한 공동체나 지역 등에 좋은 영향력을 끼쳤는가?

입학사정관은 위와 같은 질문을 통해 지원자가 의미 있는 활동을 한 것인지를 확인하고자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입학사정관들은 활동 동기를 중요하게 다루며, 단순한 스펙 나열에 대해서는 평가 시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자율문항인 4번 문항 ‘카이스트 지원동기 등 본인이 작성하고 싶은 내용을 자유롭게 기술하시오(1000자)’는 말 그대로 지원동기를 포함해 지원자가 작성하고 싶은 내용을 작성하면 된다. 지원동기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풀어 설명하면 지원자가 카이스트에 얼마만큼 입학하고 싶은지, 그 열정을 보여주면 된다. 4번 문항은 1~3번 문항에 구애받지 않고 지원자의 특징이나 장점을 마음껏 어필하면 된다.

자기소개서 작성에 대해, ‘자기소개서의 활동(또는 내용)이 희망학과와 관련해 일관성이 있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희망학과와 상관없이 다양한 것이 좋은가?’에 대해서도 조언하고 싶다. 무학과 입학 제도를 운영하는 카이스트는 학과 구분 없이 신입생을 모집하며, 학생들은 입학 후 1학년 말에 학과를 선택한다. 학과별 지원이 아니지만 지원서에는 희망학과를 선택하게 돼 있다. 지원서에서 희망학과를 선택하는 이유는 지원자들이 선호하는 학과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1학년 말, 학과 선택 시에도 지원서에 적힌 희망학과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런데 이렇듯 학과별 모집이 아니다 보니, 지원자들은 지원서에 체크한 희망학과와 관련된 내용을 자기소개서에 작성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희망학과와 관계없더라도 다양한 활동을 작성하는 것이 좋은지 혼란스러워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희망학과와 관련한 활동(내용)도 좋고, 그렇지 않은 다양한 활동을 기술해도 좋다”고 말하고 싶다. 학과별로 모집하는 대학에서는 지원학과와 관련된 일관된 활동(전공 적합성)을 높게 평가한다. 하지만 카이스트는 입학생의 절반 정도가 지원서에 체크한 희망학과와 다른 학과를 선택하기 때문에 다양한 활동을 수행한 경우도 의미 있게 평가한다. 다만 다양한 활동을 기술할 경우에는 각각의 활동이나 내용이 단순 나열에 그치지 않고, 큰 맥락에서 서로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Q 지원자들의 자기소개서 중 자주 눈에 띄는 실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알려 달라.
A 지원자들의 자기소개서에서 나타나는 실수나 아쉬운 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한 가지는 내용적 실수다. 예를 들어 “한국대학교에 꼭 입학하고 싶습니다”와 같이 타 대학 이름 기술하거나 맞춤법 틀리는 경우, 채팅용어를 사용하는 경우 등이 있다.

한편 내용적 측면에서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는 학생도 있는데, 바로 카이스트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경우다. 예를 들면 “카이스트 수리과학과를 졸업하고 수학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와 같이 기술하는 경우다. 중등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사범대학을 졸업한 후(교원자격증 취득) 교사임용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KAIST 수리과학과는 사범대학이 아니기 때문에 교원자격증을 취득할 수 없다. 내용 측면에서 한 가지 더 지적하면, 자기소개서를 잘 써야 한다는 압박감 등으로 인해 솔직하고 진솔하게 서술하지 못하는 학생도 있다. 이럴 경우 자기소개서의 내용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고 앞뒤 내용이나 문맥이 일관성을 잃기도 한다.

다른 한 가지는 기술하는 형식(또는 방법)에서 저지르는 실수다. 대표적으로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앞서 2번 질문에서도 언급했듯이 특정 활동이나 일화에 대해 작성하면서 과정이나 활동 자체에 너무 많은 분량을 할애하느라 정작 더 중요한 ‘배우고 느낀 점’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작성하는 경우다. 둘째는 자기소개서를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작성하는 경우다. 입학설명회나 상담을 하면서도 가장 아쉬운 점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다. 입학설명회 현장이나 전화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지원자들은 ‘배우고 느낀 점’ 등과 관련한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내용을 질문한다. 하지만 자기소개서에서는 실제 접했던 많은 지원자들의 질문과 관련한 내용을 생생하게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아마도 글로 풀어내는 자기소개서는 여러 번의 수정을 거치다보니 표현이나 맥락이 축소되기도 하는 것 같다.


Q 그동안 검토한 자기소개서 중 작성이 잘 됐다고 생각하는 사례와 잘못된 작성 사례를 각각 예로 들어줄 수 있나?
A 자기소개서 작성 시 ‘유기적’으로 작성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타 기관(교육청)의 모의면접위원으로 참여했을 때의 경험을 통해 살펴보려 한다. 카이스트 사례가 아니어도 충분한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소개한다. 국어국문학과에 지원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서류평가와 면접평가를 실시했을 때의 일화다. 이 중 A와 B는 서류평가에서 대조되는 두 명이었다. A 학생은 학업성취도는 다른 지원자들과 비교했을 때 보통이었고, 국어국문학 관련 활동이 꽤 많았다. 글쓰기 동아리 2년, 수필집 집필, 글쓰기 관련 교내 수상실적 등이 다른 지원자보다 우수했다.

B학생은 학업성취도는 우수한 편이었으나 지원학과 관련 활동은 눈에 띄는 것이 별로 없었다. 글쓰기동아리 활동도 1년이 채 되지 않았고 음악 동아리(밴드) 활동 2년과 교내 글쓰기 관련 수상이 몇 건 있었다.

두 학생은 모두 서류평가에 합격해 모의면접을 치렀다. A 학생은 서류평가 시에도 느낀 바와 같이 다양한 활동을 수행해서인지 면접에서도 논리적이고 당당한 답변을 이어갔다. 반면 B학생은 면접을 시작하면서 ‘이 학생이 잘 대답할 수 있을까?’ 라는 약간의 의구심을 들게 했다. 하지만 B학생은 면접에서 이러한 의구심을 없애는 데 성공했다. 다음은 B 학생의 면접에서 실제 오갔던 문답이다.

입학사정관: 국어국문학과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대부분은 글쓰기 동아리 등 학과와 관련한 활동을 많이 하는 편인데, 학생은 왜 밴드 활동을 2년씩이나 했나요?

B학생: 저는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해서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작가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예술적 감수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예술적 감수성을 음악을 통해 함양하고 집필을 하는데 활용하고 싶었습니다.

순간 B 학생의 답변을 듣고 멈칫했다. 자기소개서에는 밴드활동을 통해 친구들과의 관계 형성에 문제가 있었는데 잘 해결했고, 악기를 배우면서 지원자가 얻은 성취감에 대해서만 언급이 돼 있었기 때문에, 이런 대답이 나올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밴드 활동과 지원학과의 관련성을 이렇게도 연결시킬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B학생의 재치(또는 신념이나 가치관)를 높이 평가했다.

여기서 B 학생의 자기소개서에서 잘못된 사례(아쉬운 부분)를 찾자면, 자기소개서에는 면접에서 답변한 것처럼 밴드 활동과 지원학과의 관련성을 언급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B학생의 자기소개서가 ‘의미 있는 활동의 나열’이었다면 면접은, 조금 과장된 표현으로 ‘의미 있는 활동과의 유기적 서술’이라고 할 수 있다. 유기적 작성은 결국 지원자가 활동에 대해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어떻게 수행하고 활동 결과에 대해 어떻게 반응했는지 그리고 본인의 관심 분야나 지원학과(더 나아가 지원 대학)와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를 명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Q 자기소개서 교내외 활동 작성과 관련해 가장 많이 서술되는 내용이 ‘동아리’다. 학교 임원, 봉사활동, 토론 등도 많이 거론된다. 가장 빈번하게 기재되는 동아리나 학교 임원, 봉사활동의 경우 그 세부 내용이나 사례도 대동소이할텐데, 지원자들은 자신의 활동을 어떤 식으로 서술해야 유리한 것인가?
A 동아리 활동을 예를 들어 조금 더 명확하게 설명 하자면 형식과 내용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형식은 ‘①동기 → ②과정 → ③결과 → ④주변에 미친 영향’이라고 표현할 수 있고, 내용 측면에서는 ‘자기주도성, 팀워크, 창의/도전, 카이스트와의 관련성 등’이라고 말할 수 있다.

먼저 형식을 보면 활동의 동기, 과정, 결과, 주변에 미친 영향이 드러나게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당수의 학생들이 활동의 동기와 과정만 설명을 하거나 동기와 과정 서술에 너무 많은 분량을 할애해 결과나 주변에 미친 영향을 간단하게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과정 자체가 의미를 지니는 경우도 있지만(예: 봉사활동) 입학사정관이 확인하고 싶은 것은 각 활동(또는 과정)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 그리고 그 이후 더 발전해 나가는 모습이다. ④주변에 미친 영향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활동에서 찾아보기는 어렵다. 이는 현실적으로도 모든 지원자가 기술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도 하다. 혹시 활동의 결과가 또는 활동을 통해 변화된 지원자가 주변(반 친구, 학급, 학교, 지역사회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면 그러한 활동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동아리 활동일 것이다. 

내용 측면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각 과정에 ‘주도적 참여 정도(또는 리더십)’ ‘팀워크에 대한 기여도’ ‘창의적인 해결 방안’ ‘도전의식’ ‘카이스트 지원과의 관련성’이나 ‘카이스트 입학 후 대학생활에 어떤 영향’에 대한 내용 등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으면 좋다. 물론 앞에서 열거한 항목(자기주도성부터 카이스트 관련성까지)은 여러 기준을 나열한 것뿐이다. 이 중에 한두 가지 또는 두세 가지가 적절히 표현된다면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완성도가 높은 자기소개서가 될 것이다.


Q 카이스트 입학을 희망하는 지원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세 가지를 말하고 싶다. 두 가지는 KAIST 입학 관련이고 한 가지는 자기소개서 관련이다.

우선 입학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승섭 입학처장의 말씀을 빌리고 싶다. “자기주도성이 부족하거나 중·고교에서 뛰어난 학업 성취도 보였지만 대학 입학 시점에 공부에 지쳐 있는 학생은 대학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본인의 선택과 의지보다 부모나 사교육에 의존한 학생이라면 대학생활과 학업에 대한 꺼지지 않는 열정이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또 고교생활 중 다양한 활동에 열정을 쏟은 학생 중 일부는 기본에 소홀하고 한 분야에 치우치거나, 교외활동에만 몰입한 학생도 있다. 기본기와 성실함이 결여돼 있다면 어떠한 미사여구를 동원한다 해도 그 한계는 드러날 수밖에 없다. KAIST는 기본역량, 창의성, 도전정신을 갖춘 균형 있는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둘째는 ‘카이스트에 대해 이해하고 지원하라’는 것이다. 카이스트는 국가 발전에 필요한 고급 과학기술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설립된 이공계 연구중심 대학으로 대한민국 과학기술발전의 선발 주자다. 최고의 교수진과 우수한 교육·연구 환경을 갖추고 있으며, 과학기술 분야의 기초연구에서부터 실용연구와 융합연구까지 다양하고 광범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Education 3.0 Program’을 통해 교육혁신을 선도하고 있으며, 탄력적인 학사제도로 수월성 교육을 실현하고 있다. 학생선발은 학과 구분 없이 무학과 제도로 진행하고 있으며, 1학년 말에 학과를 자유롭게 선택한다. 복수전공과 전과도 자유롭다. URP 프로그램(학부생 연구 참여 프로그램) 운영과 스타트업(Start-up·창업)을 위한 공간, 지원 프로그램 구축 등을 통해 학생들이 융합연구와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모든 재학생이 기숙사 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과 함께 각종 편의시설, 80여개가 넘는 동아리 운영, 정기적인 문화공연(무료) 등도 ‘행복한 캠퍼스’를 만들기 위한 카이스트만의 차별화된 정책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카이스트의 특징을 ‘지원자가 얼마나 이해하고 진지하게 고민한 후 지원하느냐’다. 주변 사람의 권유나 카이스트의 사회적 명성·인지도에 얽매이지 말고 지원자 본인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내가 진학하고자 하는 대학이 맞는지를 점검해봐야 한다. 이러한 고민의 흔적들은 자기소개서에 나타나기 마련이고 더 나아가 면접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입학 후에도 행복하게 대학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세 번째 자기소개서 관련 당부다. 자기소개서는 소설이 아니고 수필이라는 것이다. 자기소개서는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허구적으로 이야기를 꾸며나가는 글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 중 본인이 드러내고 싶은 내용을 자유롭게 작성하는 글이다. 앞선 질문에 대한 대답은 모든 지원자를 염두에 두고 작성하는 글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아주 이상적인 기준들을 나열한 것처럼 비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모든 기준(평가 기준이나 작성 방법)에 부합하는 지원자는 없을 것이다. 즉 지원자 본인에게 해당하는 사항에 대해 진솔하게 작성하면 된다. 그렇게 완성된 자기소개서가 입학사정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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