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 진계유(陳繼愈)가 '복수전서(福壽全書)'에 '각병십법(却病十法)' 즉 질병을 물리치는 열 가지 방법을 적어 놓아 소개한다.
첫째는 "가만 앉아 허공을 보며 몸뚱이가 원래 잠시 합쳐진 것임을 깨닫는 것(靜坐觀空, 覺四大原從假合.)"이다. 잠깐 빌려 사는 몸을 혹사하지 말자는 얘기다. 둘째는 "번뇌가 눈앞에 나타나면 죽음과 견주는 것(煩惱見前, 以死譬之.)"이다. 죽기보다 더하려고 하고 마음먹으면 못 견딜 일이 없다. 셋째는 "늘 나만 못한 사람을 떠올려 굳이 느긋한 마음을 갖는 것(常將不如我者, 强自寬解.)"이다. 사람이 위쪽만 올려다보면 답이 안 나온다. "조물주가 먹고살기 위해 나를 힘들게 하더니 병 때문에 조금 여유가 생겼으니 도리어 경사나 다행이라 여긴다(造物勞我以生, 遇病稍閑, 反生慶幸.)"가 넷째다. 엎어진 김에 쉬어가자는 말씀이다. 다섯째는 "묵은 업보를 현세에서 만나더라도 달아나 피하려 들지 말고 기쁘게 받아들이자(宿業現逢, 不可逃避, 歡喜領受, 五也.)"이다. 운명아 비켜라. 내가 간다.
나머지 다섯 가지는 다음과 같다. "집안을 화목하게 하여 서로 꾸짖는 말을 않는 것(家室和睦, 無交之言)"이 여섯째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로 모든 사단이 시작된다. 가까울수록 말을 아끼자. 일곱째는 "중생은 저마다 병의 뿌리를 지니고 있으니 언제나 스스로 관찰해서 이겨내야 한다(衆生各有病根, 常自觀察克治.)"는 것이다. 평소에 건강을 잘 관리해야 큰 병을 막을 수 있다. 여덟째는 "바람과 이슬을 조심해서 막고 기욕(嗜慾)은 담박하게 하는 것(風露謹防, 嗜慾澹泊.)"이다. 찬바람 쐬고 찬 이슬 맞으며 돌아다니면 건강을 다치게 되어 있다. 일찍 귀가해야지. 아홉째는 "음식은 절제해서 많이 먹지 말고, 기거는 편안히 할 뿐 욕심부리지 않는 것(飮食寧節毋多, 起居務適毋强.)"이다. 절제를 잃으면 건강에 바로 적신호가 켜진다. 마지막 열째는 "고명한 벗을 찾아가 흉금을 열어 세속을 벗어난 얘기를 주고받는 것(覓高明親友, 講開懷出世之談.)"이다. 마음에 맞는 벗은 내 만년의 건강을 지켜주는 열쇠의 하나다. 병 없이 살기가 쉽고도 어렵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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