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22일 화요일

거꾸로 교실(flipped classroom)

"집에서 미리 강의 듣고 학교서 숙제… 수업 참여율 좋아져"

'거꾸로 교실' 창시자 존 버그먼
학생이 배움의 주도권 가져
사고력·문제 해결력 키워
교사의 역할 '안내자'로 변화

"보통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집에서 숙제를 해요. 거꾸로 교실(flipped classroom)은 이를 뒤집은 겁니다. 집에서 선생님이 만든 강의 동영상을 보고, 학교에 와서 친구와 함께 문제를 풀며 숙제를 하거나 토론하는 것이지요."

최근 전 세계 교육계에서 '거꾸로 교실'이 화제다. 거꾸로 교실이란 학생이 교사가 제공한 강연 영상으로 집에서 미리 공부하고, 교실에서는 토론·과제 풀이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역(逆)진행 수업 방식'을 말한다. 지난 2007년 미국 고교 교사였던 존 버그먼(Jon Bergmann)과 에런 삼스(Aaron sams)가 처음 고안했다. 지난 2013년 우리나라에도 도입돼 현재 전국 250여 개 학교에서 거꾸로 교실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한국을 찾은 존 버그먼(51)을 만나 거꾸로 교실과 그로 인한 교육계 변화를 들어봤다. 그는 현재 거꾸로 교실 확산을 목적으로 설립한 교육자문기업 'flippedclass.com'의 수석교육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교사, 더는 '지식 전달자' 돼선 안 돼
버그먼은 지난 2007년 미국 콜로라도주(州) 우드랜드파크 고등학교 재직 당시 거꾸로 교실을 시작했다. 학교 커리큘럼 디렉터(교육과정 설계 담당자)의 딸 이야기를 들은 게 계기가 됐다. 대학생이던 그 딸이 교수가 해준 강의 녹음을 집에서 들었더니, 학교에 가지 않아도 공부할 수 있더라는 이야기였다. 마침 수업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거나 학교에 잘 나오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법을 고민하던 그는 이 방법을 활용해 보기로 했다.

학생들에게 강의 동영상을 집에서 먼저 보고 오게 하고, 수업 시간에는 미리 본 강의 내용 중 어려운 부분에 대해 질문하거나 소그룹을 지어 공동 프로젝트를 할 수 있게 지도했다.

버그먼은 "거꾸로 교실 도입 후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배움에 임하는 등 수업 태도나 참여율이 좋아졌다"며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개선되고, 학생 성적도 크게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텍사스주(州)의 한 빈민가에서는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이 거꾸로 교실 수업에 참여한 후 검정고시 합격률 100%를 기록하기도 했다.

"거꾸로 교실은 '교사의 역할'이 변하는 것입니다. 사실 변화는 이미 시작됐어요. 지금도 학생들은 인터넷에서 많은 지식과 정보를 얻지요. 교사가 더는 지식을 전달하고 가르치는 사람이 돼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학생들은 소그룹 활동을 하며 스스로 공부하고, 교사는 교실을 돌아다니며 부족한 점을 짚어주는 등 더 많은 것을 공부할 수 있게끔 '안내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요."

거꾸로 교실은 미래 사회에 필요한 창의적 인재를 기르는 데도 적합한 교육 방식이다. 배움의 주도권이 '학생'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버그먼은 "거꾸로 교실에서는 학생이 스스로 배우고, 공부한 내용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든다"며 "자연스럽게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력, 문제 해결력 등을 키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거꾸로 교실, 프로젝트 통해 학생 스스로 배워
버그먼은 거꾸로 교실을 실천하는 우리나라 교사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학생들과 얼굴을 맞대는 수업 시간을 교사가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학생들이 집에서 동영상으로 공부한 내용을 가장 잘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프로젝트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로젝트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학생들이 공부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됩니다. 강의 동영상에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학생들이 어떤 프로젝트를, 어떻게 할 수 있는지도 담아야 하고요. 학생들은 프로젝트를 통해 자기가 공부한 내용을 친구에게 가르쳐주며 함께 공부하는 태도를 갖게 됩니다."

거꾸로 교실을 실천하려는 교사가 주의할 점도 있다. ▲동영상에 지나치게 많은 지식을 담거나 동영상을 너무 길게 만들어서는 안 되고 ▲동영상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미리 알려줘야 하며 ▲학생 변화가 더디게 나타나도 쉽게 포기하지 말고 ▲동영상은 반드시 교사가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점 등이다. 그는 "교육의 본질은 교사와 학생의 '관계 형성'에 있다"며 "인터넷 등에 이미 많은 자료가 있지만, 그를 이용하지 말고 교사가 직접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동영상을 이용한다는 점 때문에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을 이용하는 스마트 교육과 혼동하기 쉽지만, 이러한 IT 기기는 하나의 교육 도구일 뿐 거꾸로 교실의 본질과는 관련이 없다. 버그먼은 "거꾸로 교실의 핵심은 수업 운영에 대한 교사의 철학"이라고 말했다.

거꾸로 교실이 잘 정착하려면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진 교사, 학부모, 학생의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 버그먼은 "실제로 거꾸로 교실을 진행해 보면 학생들도 '듣기만' 하는 수업에 질려 있음을 깨닫게 된다"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학생들이 스스로 배우며 변하는 모습을 교사·학부모가 지켜보며 기다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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