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30일 수요일

‘제2의 지구’라고?…화성에 대해 당신이 알아야 할 5가지

‘흐르는 물’ 발견에 ‘화성인’ 유무 이슈된 ‘가깝고도 먼 행성’

반복되는 ‘인류의 기대감’일까, 증명 가능한 ‘우주 비밀’일까?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네팔 출신 학생 루젠드라 오자와 동료 과학자들은 화성에서 ‘흐르는 물’을 찾아냈습니다.

흐르는 물이 있다는 것은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건데요. 영화에서 종종 나오는 화성인(Martian)이 존재할까요?

화성에 대해 당신이 알아야할 5가지입니다.


1. 화성을 알면 금성이 보인다

화성(火星)은 영어로 마스(Mars)라고 불립니다. 로마신화에서 나오는 전쟁의 신(그리스 신 아레스)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화성은 붉게 보이는 게 특징인데요. 산화철이 화성 표면에 가득해 붉게 보이는 것입니다. 이 붉음이 전쟁의 불길, 피를 연상하기 때문에 지어졌습니다.

서양과 마찬가지로 동양에서도 화성의 이미지는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동양에선 화성을 형혹성(熒惑星)으로 불렀는데요. 형(熒)은 등불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현혹시키다’는 뜻도 있습니다. 화성은 전쟁의 조짐을 뜻하거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나쁜 별의 의미로 여겨진 것이죠.

화성이 남성 이미지라면 금성은 여성 이미지인데요. 존 그레이가 지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원제 Mars and Venus Starting Over)라는 책도 있죠.

금성(金星)은 영어로 비너스(Venus)라고 불립니다. 로마신화의 미의 여신(그리스 신 아프로디테)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금성은 태양계에서 태양과 달을 제외하고 가장 밝은 별입니다. 해서 우리나라 조상들은 금성을 ‘샛별’로 부르곤 했죠. 새벽에 동쪽 하늘에서 보이는 금성을 ‘샛별’ 또는 ‘계명성’으로 불렸고, 저녁에 서쪽 하늘에서 보이는 금성을 ‘개밥바라기’ 또는 ‘태백성’이라고 불렸습니다.

새벽 별은 가장 아름답고 빛나지만 아침에는 사라지는 특성이 있는데요. 이런 이유로 금성은 이중적으로 다가옵니다. 성경에는 하나님을 대적하다 땅으로 쫓겨난 천사(루시퍼), 곧 사탄으로 간주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예수 재림을 예고하는 새벽별로도 여겨지고 있습니다.

두 별의 특징은 어떨까요? 화성은 평균 온도가 영하 63도, 최저 온도가 영하 143도, 최고 온도가 영상 35도입니다. 기압은 지구의 0.6%에 그치는데요. 화성 대기의 주성분은 이산화탄소입니다.

금성 역시 이산화탄소가 주성분인 짙고 뜨거운 대기가 펼쳐져 있는데요. 기압이 지구의 90배입니다. 평균 온도가 462도에 이릅니다.

참, 태양계 행성 순서 기억나시나요? ‘태양-수성-금성-지구-화성-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 차례입니다. 명왕성이 사라진 것 아시죠?( ▶ 바로가기 : 저승의 왕은 외로울 수밖에 없는 운명인가 )

2. 화성에 물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1965년 미국 화성탐사선 ‘마리너 4호’부터 시작해 2012년 미국 화성탐사로봇 ‘큐리오시티’까지 40여 차례의 이르는 탐사선이 화성을 탐험했습니다.

이런 탐사선을 통해 과학자들은 화성에 풍부한 수량의 강과 바다가 있었다는 자료를 확보했습니다. 그 결과 2000년에 물이 있었던 흔적, 2008년엔 얼음 형태로 물이 있었다는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최근까지 과학자들은 화성의 물이 사라졌다고 여기고 있었습니다. <한겨레> ‘토요판-별’을 연재하는 원종우씨의 기사입니다.


(화성에서) 그 많던 물과 대기는 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 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과학자들은 화성에 자기장이 거의 없다는 점에 주목한다. 초기에는 꽤 강한 자기장이 있었지만 지구와 달리 핵이 액체 상태의 철이 아니었거나 - 지구의 자기장은 액체 상태의 철이 대류하면서 만들어내는 유도 전류의 결과로 보고 있다 - 그 밖의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자기장이 조금씩 사라져 버렸고, 그 결과 태양풍이 행성을 직접 때리면서 대기가 벗겨져 나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렇게 대기가 없어지는 바람에 온도가 불안정해지고 물도 증발하거나 극지방에 얼어붙어 버린 것이다. ( ▶ 바로가기 : 화성, 그 많던 물과 공기는 ‘대충돌’로 사라졌나 )


3. 이번에 화성에서 발견된 물 흔적은 뭐가 새로운가요?

그건 ‘흐르는 물’의 흔적입니다. 오자와 동료 과학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화성 표면에 흐르는 물줄기가 여름에 나타났다가 기온이 떨어지면 사라지는 현상이 반복됐다고 합니다.

물줄기 흔적은 화성의 한 비탈에서 나타났는데요. 여름에 영하 23도보다 온도가 높이 올라갈 때만 나타나고 그 아래로 떨어지면 사라졌다는 것이죠. 과학자들은 이 비탈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사선’(RSL: Recurring Slope Lineae)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그런데 영하 20도인데도 어떻게 물이 흐를 수 있었을까요? 바로 소금 때문입니다.


이 경사선은 네팔 출신으로 당시 미국 애리조나대 학부생이었던 오자가 이 학교의 고해상도 이미징과학 연구팀과 함께 발견했다. 이들은 이번에 행성 표면의 화학성분 분석 장비인 나사의 ‘크리즘’을 통해 이 경사선이 소금으로 뒤덮여 있음을 확인했다. 구체적으로는 과염소산 마그네슘과 염소산염, 염화물 등이다. 소금은 물의 어는점을 80도가량 낮추고, 증류점도 낮춰 물이 흐를 수 있게 하는 구실을 한다. 겨울철 도로에 뿌린 소금이 얼음과 눈을 빨리 녹게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경사선은 폭 5m 내외, 길이가 100m 내외인 가느다란 줄 형태이며 영하 23도 이상으로 온도가 올라가면 생겼다가 그 아래로 온도가 내려가면 사라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오자는 기자회견에서 “흐르는 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매우 확정적”이라고 말했다.

( ▶ 바로가기 : 화성에서 ‘흐르는 물’ 증거 찾아…생명체도 있을까 )


오자와 동료 과학자들의 발견은 ‘화성에 물이 존재하는가’를 둘러싼 과학계의 오랜 숙제를 푼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화성은 온도와 기압이 매우 낮아 흐르는 물이 존재하기 어려운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번에 발견된 물이 어디서 나오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발견자들은 화성 지면 아래 물을 품고 있는 층이 존재할 가능성, 습도가 올라가면 소금기가 주변 물기를 빨아 함께 녹을 가능성 등을 제시했습니다.

4. 화성에서 ‘흐르는 물’은 어떤 의미일까요?

흐르는 물은 ‘골디락스 행성’이 될 수 있음을 뜻합니다. 골디락스 행성은 생명이 살아 갈 수 있는 기본조건을 충족하는 행성을 의미합니다.

이 단어는 영국 동화 <골디락스와 세 마리 곰>(Goldilocks and the Three Bears)에서 따왔습니다.

동화 주인공 골디락스는 숲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빈 집에 들어가는데요. 집 안에는 세 그릇의 죽이 있었는데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하게 따뜻한 죽을 먹고, 침대 역시 셋 중 딱딱하지도 폭신하지도 않은 적당히 부드러운 것을 택합니다.

여기서 유래해 골디락스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경제 상황과 이런 상태의 행성을 일컫는 말로 쓰입니다.

금성처럼 태양에 가까우면 물이 있어도 곧 증발해버리고 목성처럼 멀면 늘 얼어 있는데요. 그 사이 얼마 안 되는 영역을 ‘골디락스 존’으로 부릅니다. 여기에 포함되는 행성은 지구와 화성뿐입니다. 화성에도 생명이 생겨나고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천문학자들이 특히 관심을 두고 찾는 행성은 지구와 비슷한 위치와 크기, 조성의 소위 지구형 행성들이다. 토성이나 목성 같은 거대한 가스 행성은 비교적 발견하기 쉽지만 지각이나 바다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편 모성에 너무 가깝거나 멀면 온도가 너무 뜨겁거나 차갑고, 같은 이유로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없어서 역시 생명 탄생과 진화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래서 지구상의 것과 비슷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지역을 ‘골디락스 존’이라고 부르고, 이 중에서 지구와 거의 같은 쌍둥이 행성을 찾는 것이 최근 천문학계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 ▶ 바로가기 : ‘1천억x1천억개의 별’ 어딘가엔 외계인 반드시 있다 )


물론 화성에서 흐르는 물이 여름철에만 발견돼 미생물이 살기 어려운 환경일 것이란 추측도 가능합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행성 가운데 명확하게 입증된 골디락스 행성은 아직 없습니다.

5. 화성 탐사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화성에서 ‘흐르는 물’의 흔적이 발견됨에 따라 앞으로의 화성 탐사에도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2020년 발사될 미국의 화성탐사선 ‘로버’가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이 탐사선은 화성에 과거에 생명체가 살 만한 환경이었는지, 지금도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지, 생명체의 흔적이 있는지 등에 관한 정보도 수집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화성 탐사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원종우씨의 전망입니다.


화성 탐사의 주요 목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화성에서 생명체를 찾는 것이다. 비록 운하를 만들 정도의 지적인 존재는 없더라도 박테리아 수준의 생명체는 화성 표면이나 지하에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거대한 강은 더 이상 흐르지 않지만 젖은 상태의 흙의 흔적은 이미 발견되었고, 이런 곳에서 단 한 마리의 박테리아만 찾아도 그 자체로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과학적 업적이 된다. 지구 이외의 지역에서 생명이 탄생했고 살고 있다는 사실이 최초로 확인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우주의 이곳저곳에 생명이 넘칠 만큼 많을 것이라는 생각은 더 이상 추론의 영역이 아니다. 비록 지금은 없어졌다 한들 한때 생명이 존재했다는 물증만 찾아도 비슷한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둘째는 인류를 위시한 지구의 생명이 이주해 살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극관(얼음이 덮여 하얗게 빛나는 화성의 남북극 지역)에 이끼를 뿌려 얼음을 녹이고 산소를 만들어 화성 전체를 지구와 비슷한 환경으로 개조한다는 소위 ‘테라포밍’ 이론을 정점으로, 화성으로의 이주와 식민지 건설 가능성은 수십 년 전부터 심심찮게 제기되어 왔다. 비록 화성을 전면 개조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얼음 상태의 물은 확실히 존재하는 만큼 녹여서 식수로 사용할 수 있고, 나아가 전기분해해서 수소와 산소를 만들어 연료와 공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화성은 적어도 달보다는 인간의 거주에 훨씬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이런 점들을 근거로 네덜란드의 ‘마스 원’ 프로젝트는 8년 후인 2022년 발사를 목표로 화성에 영구 정착해 살아갈 민간인들을 선정하고 있는데, 비용이나 기술면에서 실현이 가능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 ▶ 바로가기 : 화성, 그 많던 물과 공기는 ‘대충돌’로 사라졌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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