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1일 화요일

남극서 '유령입자' 검출… 우주 진화 '블랙박스' 찾았다

12개국 공동연구진 '아이스큐브'
남극 얼음 밑 광검출장치로 수백만 광년 거리 지나 온 超高 에너지의 중성미자 찾아
"X선으로 인체 내부를 보듯 우주 에너지 탄생 과정 탐구"
남극 수㎞ 아래에 있는 얼음에서 우주에서 온'유령' 같은 물질이 발견됐다. 질량이 거의 없고 전기도 띠지 않아서 세상 대부분의 물질을 그냥 통과하는 중성미자(中性微子·neutrino)가 검출된 것이다. 유령이 보여줄 우주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유령 입자로 우주 비밀 밝힌다



미국과 한국 등 12개국 300여명의 과학자로 구성된 공동 연구진 '아이스큐브(IceCube)'는 지난 20일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남극 얼음 밑에 설치한 광검출장치로 우리은하 바깥의 먼 우주에서 온 초고(超高) 에너지의 중성미자를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중성미자는 우주 만물을 이루는 기본 입자 중 하나다. 우주가 탄생한 직후에도 나왔고, 태양의 핵융합 반응이나 원전(原電)의 핵분열 반응에서도 나온다. 다른 입자와 거의 반응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늘 우리 주변에 있다. 매초 손톱만 한 면적에 1000억개의 중성미자가 지나가고 있을 정도다.




연구진은 2010년 5월부터 3년간 관측에서 태양계 밖에서 온 우주 중성미자 20개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김수봉 서울대 교수(물리천문학)는 "원전이나 태양에서 나오는 중성미자보다 에너지가 수백만 배나 커서 태양이 아닌 먼 우주에서 온 중성미자임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스큐브 연구진은 2013년에 처음으로 "먼 우주에서 온 초고 에너지 중성미자를 찾았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당시 검출이 우연이나 착각이 아님을 입증한 것이다. 연구진은 초고 에너지의 중성미자가 지구로 오는 모든 방향에서 같은 비율로 검출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지구의 자전이나 태양 주위를 도는 공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어서 태양에서 온 중성미자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남극 얼음 밑에서 중성미자 검출



중성미자가 아주 드물게 물질과 부딪히면, 마치 고요한 연못에 돌멩이를 던질 때 나타나는 파문(波紋)처럼 빛의 충격파가 생긴다. 광검출장치는 이를 찾아내는 기기다.



일본 과학자들은 1980년대에 폐광 깊은 곳에 물을 채우고 태양에서 온 중성미자 중 극히 일부가 산소나 수소 원자와 부딪힌 흔적을 찾아냈다. 중성미자 검출기를 땅속 깊은 곳에 두는 것은 다른 우주 입자가 지구 대기와 반응해 생기는 일종의 '잡음(雜音)'을 막기 위해서다. 검출기가 깊은 곳에 있을수록 잡음도 적어진다



아이스큐브 연구진은 폐광의 물 대신 남극의 지하 1450~2450m 깊이에 있는 얼음을 택했다. 남극 얼음 아래 설치된 검출기는 지구 반대편 북반구 하늘로 날아온 중성미자를 찾아냈다. 아예 지구 자체를 다른 우주 입자를 걸러내는 필터로 쓴 것이다.



우주의 진화 과정 보여줄 블랙박스



우주 중성미자는 대규모 우주 충돌 사건을 알려주는 일종의 '블랙박스'다. 이번에 연구진이 검출한 중성미자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 있는 입자가속기를 이용한 것보다 100만 배는 강하게 가속된 것이다. 덕분에 수백만 광년(光年)의 거리를 지나 지구까지 오면서도 엄청난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다. 1광년은 빛이 1년 동안 간 거리로 약 9조4600억㎞다. 그렇게 큰 에너지를 받은 곳이라면 분명 엄청난 에너지를 사방에 방출하는 강력한 우주 활동이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한 예로 별이 폭발할 때 보이는 빛은 비교적 에너지가 적은 표면에서만 나온다. 별 중심부에 있는 훨씬 더 큰 에너지는 중성미자를 통해 우주로 방출됐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초고 에너지의 중성미자가 우주 어디서 왔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블랙홀로 엄청난 양의 물질이 유입되면서 서로 충돌할 때 생겨났을 것이라는 가정도 있다. 김수봉 서울대 교수는 "초음파나 X선으로 인체 내부를 보듯 우주 중성미자를 연구하면 우주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생겨나는 과정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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