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23일 토요일

철 따라 6000km 이동, 나비도 '내비게이션' 있다

北美~멕시코 오가는 황제나비, 10여년 추적해 이동 원리 밝혀 눈은 태양 위치 보고 방위 파악.. 더듬이의 생체 시계로 보정 감소하는 황제나비 보호 위해 함께 날아다닐 로봇 개발할 수도 
해마다 가을이 되면 캐나다와 미국 동부에서는 주황색 바탕에 검은 줄과 흰 점이 있는 황제나비들이 하늘을 뒤덮는다. 철새처럼 따듯한 멕시코 중부 산악지대에서 겨울을 나려고 길을 나선 것이다. 봄이 되면 다시 멕시코에서 북쪽으로 이동이 시작된다. 이동 거리는 해마다 왕복 6000㎞가 넘는다. 도대체 황제나비는 어떻게 그 먼 거리를 한 해도 틀리지 않고 오갈 수 있을까. 10여년의 추적 끝에 과학자들이 나비의 몸에 있는 내비게이션의 작동 원리를 알아냈다.
◇나비 눈은 방위 찾는 나침반
미국 미시간대 대니얼 포저 교수 연구진은 지난 14일 국제 학술지 '셀 리포트'에 황제나비가 가을에 이동할 때 길을 찾는 비결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핵심은 시계와 나침반. 연구진은 나침반 기능을 하는 눈과 시계 기능을 하는 더듬이가 동시에 작동해 가을이면 정확하게 남서쪽으로 날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황제나비 내비게이션 시스템의 핵심은 눈이다. 2002년 캐나다 퀸즈대 연구진은 햇빛을 차단하면 나비가 길을 잃는 것을 보고 태양의 방위가 나비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대의 셰칸 교수 연구진은 '네이처 머티리얼스'지에 황제나비를 포함한 다양한 동물들에서 지구 자기장(磁氣場)을 감지하는 단백질 복합체를 찾았다고 발표했다. 철분과 빛에 반응하는 크립토크롬과 결합된 'MagR' 단백질 복합체이다. 원통 모양의 단백질 복합체는 나침반처럼 태양이 있는 방향으로 기울어졌으며 황제나비의 눈에서도 발견된다.
하지만 태양의 위치를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남쪽으로 간다고 생각해보자. 태양은 정오에 남쪽에 있다. 이때는 태양만 보고 가면 된다. 그런데 오전 오후에 태양의 위치가 달라진다. 황제나비가 오전에 길을 나섰다면 동쪽에서 뜬 태양을 왼쪽에 두고 가야 멕시코로 가는 남서쪽이 된다. 오후에는 반대로 태양을 오른쪽에 두고 날아야 남서쪽이다. 결국 시간 정보가 없는 태양의 방위는 나비가 길을 잡는 데 무용지물인 것이다.
◇더듬이의 생체 시계로 나침반 보정
이번 논문의 공동 저자인 스티븐 레퍼트 매사추세츠 의대 교수는 지난 2009년 '사이언스'지에 황제나비에게 시간을 알아내는 생체 시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발표했다. 동물들은 하루 24시간 주기에 맞춰 생체 활동을 조절한다. 이런 생체 시계는 대부분 뇌에 있다. 그런데 나비에게는 더듬이에 시계가 있었다.
더듬이가 손상되면 황제나비가 길을 잃는다는 사실은 50년 전부터 알려졌다. 레퍼트 교수는 더듬이를 떼지 않고 빛만 받지 못하게 검은 물감으로 칠했다. 이때도 나비는 길을 잃었다. 황제나비의 눈이나 뇌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레퍼트 교수는 더듬이의 생체 시계가 눈으로 감지한 태양의 방위 정보를 보정한 덕분에 나비가 남서쪽 방향을 정확히 잡는다고 설명했다.
포저 교수 연구진은 이번에 더듬이의 시간 정보와 눈의 방위 정보가 통합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시뮬레이션까지 개발했다. 연구진은 더듬이에서 시간 정보를 뇌로 보내는 신경세포가 작동하는 주기를 파악했다. 또 눈에서 방위 정보를 뇌로 보내는 신경세포의 활동 주기도 확인했다. 연구진은 두 신경세포의 작동 주기에 맞춰 뇌에서 시간과 방위 정보를 통합하는 시뮬레이션을 개발했다. 시뮬레이션이 예측한 방향은 실에 매단 나비가 나는 방향과 정확히 일치했다.
황제나비는 봄이 되면 다시 멕시코에서 캐나다로 이동을 시작한다. 이때는 내비게이션을 간단히 반대로 돌리면 된다. 즉 오전에는 태양을 오른쪽에, 오후에는 태양을 왼쪽에 두면 북동쪽으로 길을 잡을 수 있다.
◇나비 따라 이동하는 로봇 목표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황제나비를 따라 이동할 로봇 나비를 개발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최근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황제나비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다. 세계자연기금에 따르면 2003년 11만1207㎡이던 황제나비의 서식지가 2013년 6677㎡로 급감했다. 10년 만에 서식지가 6%로 줄어든 것이다. 연구진은 "황제나비를 보호하려면 함께 이동하면서 실태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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