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거꾸로 가지 않는다
대학교 시절이었을까요. 그 때도 역시 아주 신나게 놀다가 2, 3일을 밤을 새가며 과제를 하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잠시 눈을 붙이기 위해 동아리방에 갔습니다. 30분 자고 일어난 뒤 잠이 덜 깬 상태로 자학하는 제게 물리를 전공하던 친구가 점잖게 한 마디 하더군요. ‘그러게. 시간은 비가역적이라니까.’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요. ‘비가역적’이라니, 뭔가 있어 보입니다! 비가역은 ‘반대로 가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즉 시간은 거꾸로 갈 수 없다는 말을 저렇게 근사하게 표현한 거지요.
사실 비가역적이라는 말은 열역학 제2법칙에서 사용하는 말입니다. 열역학 제1법칙은 에너지 보존 법칙으로 우주의 에너지 총량은 항상 일정하게 고정돼 있다는 뜻입니다. 뜨거운 물이 든 용기와 찬물이 든 용기를 딱 붙여놨을 때 벌어지는 현상을 생각해 봅시다. 뜨거운 물은 열을 잃고, 찬 물은 그만큼 열을 얻어 둘 다 점점 미지근해 집니다. 에너지의 위치가 바뀌었을 뿐 총량은 똑같습니다.
그런데 반대 경우는 가능할까요? 찬물은 조금이나마 가지고 있는 열 에너지를 뜨거운 물에 전달해서 더 차가워지고, 뜨거운 물은 이 에너지를 받아 더 뜨거워지도록 말입니다. 우리는 이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를 ‘비가역성’이라고 합니다.
열역학 제2법칙은 이런 비가역성을 설명하는 법칙입니다. 에너지의 이동에는 방향성이 있다는 것이지요. ① 열은 고온에서 저온으로 흘러가며 ② 열을 ‘모두’ 일로 바꾸는 장치는 존재하지 않고 ③ 이 때문에 효율이 100%인 제2종 영구기관은 존재하지 않으며 ④ 고립된 계에서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행한다는 겁니다.
비가역성은 ‘시간의 흐름’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시간 역시 거꾸로 되돌리지 못합니다. 최근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이용해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있을 가능성이 있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연구가 나오고는 있습니다만, 확실하지 않습니다.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없다는 것은 아주 단순하고도 간단하게 증명할 수 있습니다. 미래에서 온 사람을 만난 적이 없으니까요. 혹시 주변에 미래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까칠한 호관씨’에게 제보해주세요.
어쨌든 시간은 되돌릴 수 없으니 후회하면 너무 늦습니다. 그렇다면 후회하기 전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 상책이겠지요. 이렇게 말하는 저도 사실은 지금 또다시 원고가 늦어 부지런히 키보드를 두들기는 중입니다. 하얗던 ‘빈 문서 1’이 채워지니 마음이 참 안정되네요. 독자 여러분들 지금 어떤 상황인가요? 주변을 한번 되돌아 보고 후회할 것 같다면 미리 대비하시기 바랍니다.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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