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9일 토요일

미래 식량, 곤충이 뜬다

식용곤충식당 한 달 이상 예약 찰 정도로 인기

분말 형태로 가공해 혐오감ㆍ거부감도 적어


사육장도 속속… 시장규모 5년 안에 17배 전망

이 식당에서 파는 모든 음식에는 메뚜기, 굼벵이, 고소애(갈색거저리 유충)등 다양한 곤충이 들어간다. 식용곤충 전문식당이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파스타다. 그렇다고 파스타 위에 해산물 대신 곤충들이 마구 얹어지는 건 아니다. 대신 면을 만들 때 반죽에 곤충 분말을 섞는다. 장원석 요리사는 “곤충 특유의 향을 최소화하고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되도록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분말이나 단백질 추출액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날 엄마와 함께 식당을 찾은 황민영(12)양은 “집에서도 고소애 분말로 어묵바, 김부각 등을 만들어 먹을 정도로 곤충음식 애호가”라고 말했다.
꺼림칙하고 징그럽게만 여겨졌던 곤충이 이제 식탁에서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육류나 어류를 대신할 ‘미래식량’으로 꼽히고 있으며, 최근엔 국내에서도 곤충을 재료로 하는 식당이나 식용곤충 사육장이 늘고 있다. 메뚜기나 번데기 정도가 ‘별미’ 취급을 받던 예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곤충시장 규모는 2011년 1,680억원에서 2015년 3,039억원으로 늘었고, 2020년에는 5,363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향후 곤충시장을 주도하는 건 식용곤충이다. 작년에는 60억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는 1,014억원으로 불과 5년 만에 17배 가량 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권훈정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곤충은 영양학적으로 매우 훌륭한 식자재”라며 “지금은 분말 형태를 주로 이용하지만, 곤충에 익숙해지고 그에 따라 수요가 더 늘어나면 활용 형태나 범위도 보다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식용 곤충에 대한 관심이 차츰 높아지면서 곤충을 생산하는 곤충사육장도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지난 1일 찾은 경기 양주군의 한 곤충사육장은 700㎏ 규모의 고소애를 키우는 곳이다. 사육장은 총 4개 방으로 나뉘어져 있고, 각 방마다 산란 날짜가 적힌 납작한 박스 수십 개가 진열돼 있다. 박스에는 수천 마리의 유충이 들어있는데, 유충의 먹이로 깔려 있는 밀기울(밀에서 가루를 빼고 남은 찌꺼기) 때문에 사육장 내부에는 고소한 곡물 냄새가 가득했다.
고소애는 알에서 나와 3~4개월 동안 껍질을 세 번 정도 벗고 나면 식용으로 알맞은 3~4㎝ 길이로 자란다. 다 자란 고소애는 사흘간 굶기면서 배설물을 빼낸 후 세척해 대형 전자레인지에 돌려 건조시킨다. 수분이 빠진 건조된 고소애는 날 것으로 먹어도 볶은 것처럼 고소한 맛이 난다.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해 완전식품이라 불리는 계란과 비슷한 수준이다. 계란은 100g당 단백질 54%, 지방 36%, 탄수화물 6%가 함유돼 있는데, 고소애도 각각의 함유량이 53%, 31%, 9%에 달한다. 특히 지방의 75%가 심혈관 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는 불포화지방산으로 구성돼 있고, 인과 철, 비타민B3와 B5가 많아 환자의 영양식으로도 안성맞춤이다. 최근에는 일반식품원료로 등재되기도 했다. 이 사육장을 운영하는 김경호 대표는 “처음에는 판로 확보가 어려웠지만 최근엔 식용곤충 수요가 늘면서 여기저기서 연락이 많이 온다”라며 “지금은 연 매출이 1억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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