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9일 토요일

벌레가 통째로 와사삭… 곤충 토핑 과자 없어 못 판대요

말린 곤충만 담은 상품도… 분말만 넣은 제품보다 1~2마리 올린 게 인기
곤충 외형 숨길까 말까… 혐오감 주니 분말로… 통째로 먹는 게 더 맛있어
해외서도 수십년간 異見

손바닥 크기의 반투명한 비닐 포장을 뜯자 견과류의 고소한 향이 올라왔다. 포장 안에는 아몬드, 캐슈넛과 함께 몸길이 3~4㎝쯤 되는 가느다란 곤충들이 함께 들어있었다. 가로줄 무늬가 있는 이 곤충을 입속에 넣고 씹자 과자에서 나는 '바삭' 소리와 함께 입안에 있던 곤충은 순식간에 가루가 돼 사라졌다. 봉지 속 곤충은 건조시킨 '고소애'다. 밀웜이나 갈색거저리 유충으로도 불리는 식용 곤충이다.
고소애
쿠키 위에 얹혀있고 견과류에 섞여 있는 기다란 것이 식용 곤충 고소애다. 고소애는 건조된 상태라 손으로 세게 집으면 부스러진다. 쿠키 반죽에도 고소애 분말이 섞여 있다.

천연 단백질 공급원으로 '미래의 수퍼푸드'로 불리는 식용 곤충이 줄줄이 과자 형태로 출시되고 있다. 식용 곤충 가공업체 '이더블버그'는 지난 11월 견과류와 함께 고소애를 통째로 넣은 제품 '넛츠앤벅스' 2종을 선보였다. 멸치와 견과류를 한데 넣은 기존 제품에서 착안한 식품이다. 지난해 2월엔 오트밀과 초코 쿠키 위에 고소애를 얹은 제품도 나왔다. 농촌진흥청에서 몇 가지 식용 곤충을 일반식품 원료로 인정했고 국내에 식용 곤충 음식점도 생겼지만 곤충을 통째로 넣은 제품이 출시된 건 처음이다. 식재료로서 곤충은 그 형태를 숨겨온 존재였다. 갈거나 우려 약으로 쓰는 게 대부분이고 요리를 만들어 파는 우리나라 최초의 식용 곤충 음식점인 서울 신당동 '빠삐용의 키친'에서도 분말로 파스타나 수프 등을 만들어 손님 상에 낸다. 밝히지 않으면 재료를 알 수 없도록 꽁꽁 숨긴 것이다. 식용이라고 해도 곤충이기 때문에 혐오감을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더블버그는 이 혐오감에 정면으로 맞선다. 식용 곤충으로 쿠키, 차 등을 만들어 파는데 11종 중 4종의 제품에선 곤충의 외형을 그대로 살렸다. 그런데도 업체 홈페이지엔 제품마다 '품절'이란 표시가 붙는다. "언제 입고되느냐"는 문의가 하루 40~50통씩 쏟아진다고 한다. 서울 흑석동에 있는 업체 매장 앞에는 손님들이 식용 곤충이 들어간 과자를 사기 위해 지난달 내내 아침마다 줄을 섰다. 모두 식용 곤충이 통째로 들어간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11개 제품 중 4개 제품에는 건조시킨 고소애가 들어간다.

누에 가루로 과자를 굽거나 메뚜기 분말로 만든 에너지바 제품도 있지만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쿠키 위에 몇 마리를 그대로 올리거나 아예 견과류와 함께 들고 다니며 먹을 수 있게 만든 것들이다. 이더블버그의 류시두 대표는 "고소애를 1~3마리 올린 쿠키가 분말만 넣은 제품보다 3~4배 더 잘 팔린다"며 "고객의 절반 정도는 오히려 '쿠키 위에 10마리 이상 올려달라'고 요구한다"고 했다. 류 대표는 소비자들의 요청으로 과자로 만들지 않고 건조 고소애만 담은 상품을 따로 출시했다. 이 제품도 현재 없어서 못 팔 정도다.

곤충의 형태가 드러나는 식품에 대해서는 두 가지로 의견이 나뉜다. '곤충이 혐오감을 줄 수 있으니 외형을 숨겨 사람들이 많이 먹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과 '곤충을 통째로 먹었을 때의 맛이 분말로 먹었을 때보다 뛰어나니 통째로 먹어야 인식의 전환이 생긴다'는 의견이다. 식용 곤충 시장이 발달한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이 두 가지 의견은 수십 년간 좁혀지지 않고 있다. 농촌진흥청 윤은영 박사는 "멸치도 갈아서 가루로 먹는 것보다 통째로 씹어 먹는 게 맛있다"며 "식용 곤충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현재 식량의 대체재로 쓰이기에도 가루를 내서 재료로만 쓰기보다 통째로도 소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류 대표는 "통째로 넣은 과자를 만든 건 소비자의 요구와 입맛에 따른 제품일 뿐"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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