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제이(以夷制夷)로 암세포와 싸워야”
오늘날 인간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모든 동식물과 세균, 바이러스 등 생물들은 모두 ‘적자생존’이라는 오랜 싸움에서의 승자들이다. 조금이라도 생존에 불리한 성질을 갖고 있던 생물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번 주 ‘네이처’ 표지는 이러한 적자생존의 규칙이 암세포에게도 해당되고 있음을 묘사했다. 여러 종류의 암세포 중에서도 면역기작과 싸워 효율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암세포 종류만이 살아남아 증식한다는 걸 도식화했다.
면역기작에서 살아남은 암세포를 잡기 위해 인간은 항암치료를 한다. 하지만 암세포 중에서는 이마저도 버텨낸 암세포가 생긴다. 적자생존자가 나온다는 뜻이다.
이번 주 네이처에는 쫓고 쫓기는 항암치료와 암세포와의 관계를 다룬 기사와 연구 성과가 실렸다.
예전까지 임상에서는 암세포가 점점 더 진화한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이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가 부족했다. 하지만 임상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암세포가 항암제와 싸우기 위해 진화한다는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다.
알베르토 바델리 이탈리아 토리노대 교수는 “암은 (항암제에) 계속해서 적응하고 있다”며 “암의 진화와 분화를 쫓기 위한 데이터가 계속해서 축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증거 중 하나가 찰스 스완톤 영국 프랜시스크릭연구소 연구원 팀이 3월 ‘사이언스’에 발표한 연구 결과다. 당시 연구팀은 폐암 환자 1000명을 대상으로 환자가 암 진단을 받은 초기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암세포 변화를 추적했다.
그 결과, 특정 항원을 가진 암세포는 우리몸의 면역체계에 의해 잡히는 반면, 해당 항원이 없는 암세포는 살아남아 환자에게 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항원을 갖지 않는 암세포가 적자생존으로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로버트 게이튼바이 미국 모핏암센터 연구원은 “암과 싸우는 데 이이제이(以夷制夷) 수법을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항암제에 내성을 갖는 암세포는 항암제가 없는 환경에서는 평범한 암세포보다 생존 능력이 부족한 만큼, 적절한 양의 항암제를 사용해 항암제 내성암세포와 일반 암세포간 경쟁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두 종류의 암을 갖고 있는 실험동물에서의 실험에서 이 전략은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전립선암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도 암의 진행이 더뎌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게이튼바이 연구원과 공동으로 연구를 수행한 카를로 메일리 미국 애리조나대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시도하기가 어렵지 않은 만큼 이 같은 시도는 암생물학에 있어서 매우 흥미로운 진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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