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20일 수요일

식용 곤충의 세계


최근 유엔에서는 기후 변화로 인한 식량 부족 위기를 경고하는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기후 변화로 환경도 변해 농업 생산성은 떨어지고, 늘어나는 인구를 먹여살릴 수 없게 되리라는 내용입니다. 지금 추세라면 2050년 세계 인구는 90억 명이 넘을 전망입니다. 마침 지난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곤충을 미래 식량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인류를 구할 식용 곤충의 세계를 짚었습니다.

맛도 좋고 영양 풍부 … 인류를 살릴 최후의 식량
먹을 수 있는 곤충, 지구상 1900종 넘어
아시아·남미 등지선 20억명 즐겨 먹어와
영화 속 '에너지바'처럼 '귀뚜라미바' 판매중
달콤한 개미와 사과 풍미가 나는 노린재, 매콤한 맛의 용설란 벌레까지.

 징그럽게 생긴 곤충을 먹는다는 데 혐오감을 느끼기 쉽지만,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곤충은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한 훌륭한 식량자원이다. FAO의 보고서 ‘식용 곤충-식량 안보의 미래 전망’에 따르면 인간이 먹을 수 있는 곤충은 1900종(種)이 넘는다. 이 중 수백 종은 이미 아프리카·남미·아시아에 사는 20억 명이 오래 전부터 먹고 있다. 우리가 먹는 번데기 역시 누에고치에서 실을 켜고 나올 때 생기는 마지막 부산물로 곤충에 해당하는 먹거리다. 지구에 먹을 것이 줄고 곤충의 풍부한 영양소가 ‘재발견’되면서 이제야 식용 곤충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늘어나는 인구를 책임질 미래식량으로 곤충이 주목받고 있다. 고기에서 얻는 동물성 단백질을 대체할 수 있고, 아미노산·섬유소·칼슘·철 등 다양한 영양소가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영화 ‘설국열차’에 등장했던 곤충으로 만든 에너지바가 미국에서 이미 출시됐고, 미국·영국·캐나다·독일 등에선 곤충을 식재료로 사용하는 레스토랑도 운영 중이다. 사진은 메뚜기와 귀뚜라미를 이용한 타코. [AP·로이터·BBC·가디언]
무엇보다 곤충은 고기로 얻는 동물성 단백질의 훌륭한 대체물이다. 현재 70억 명에 이르는 인구에게 충분한 동물성 단백질을 공급하기 위해선 600억 마리가 넘는 가축이 필요하다. 인구가 90억 명을 넘어서면 필요 가축은 1000억 마리 이상으로 늘어난다.

제한된 사육 공간, 물 부족 등을 감안했을 때 축산업에 의지해서는 단백질을 제대로 공급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영화 ‘설국열차’에서 등장했던 곤충으로 단백질 블록이 현실화되기도 했다.

미국의 기업 첩팜스(Chirp Farms)와 엑소(Exo)는 귀뚜라미가 들어간 에너지바를 생산·판매 중이다. 귀뚜라미를 튀겨서 빻은 가루를 원료로 사용한다. 엑소의 에너지바 1개엔 귀뚜라미 35마리가 들어간다. 곤충엔 단백질뿐 아니라 아미노산·섬유소·칼슘·철·아연 등 다양한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

 환경적으로도 곤충 섭취는 권장된다. 미국 국제식량연구소에 따르면 2050년 지구의 평균 온도는 지금보다 최소 6.4도가 높아진다. 지구온난화에 한몫하는 것이 바로 가축의 방귀나 트림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 따르면 국내 가축이 내뿜는 온실가스는 우리나라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를 차지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지구 온난화 요인의 18%는 소 사육 때문이라고 추산된다. 가축에서 동물성 단백질을 얻기 위해 지구 온난화라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곤충은 이런 부작용이 없는 친환경 식량이다.

 곤충은 생산성도 높다. 대량으로 생식하고 빠르게 성장한다. ‘큰 메뚜기’는 한 번에 100개가 넘는 알을 낳고 하루 만에 두 배 이상 몸집이 커진다. 누에도 20일 만에 몸무게가 1000배 늘어난다. 쑥쑥 자라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의 속도다. 반면에 우리가 일상에서 섭취하는 주요 식량의 생산성 증가 속도는 점차 둔화되고 있다. 밀의 경우 1980년대엔 매년 5% 이상 생산이 증가했지만 2005년엔 2%로 떨어졌다. 3%대였던 쌀과 옥수수의 생산 증가율은 1%가 됐다.

샐러드 요리. 메뚜기·귀뚜라미는 쉽게 구할 수 있는 데다 고유의 맛을 갖고 있지 않아 여러 요리에 쉽게 사용될 수 있다. [AP·로이터·BBC·가디언]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곤충을 먹기란 쉽지 않다. 징그러운 모양새와 혐오 대상이라고 굳어진 이미지 탓이다. 하지만 식문화의 차이일 뿐, 곤충을 먹는 건 원시적이거나 미개한 풍속이 아니다. 오히려 최근엔 곤충을 먹는 ‘식충성(食蟲性·Entomophagy)’이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주요 언론을 통해 조명되고 있다.

식용 곤충은 신사업으로 각광받으며 트렌드나 혁신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후원하는 헐트 프라이즈의 지난해 우승 아이디어도 식용 곤충 사업이었다. 캐나다 맥길대 학생들의 아이디어였다. 아프리카와 미국의 슬럼가에서 곤충을 양식해 식량 문제와 빈곤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자는 내용이다.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이 경연에 우승함으로써 이들은 100만 달러(약 10억 5000만원)를 사업 종잣돈으로 받았다. 곧 ‘메뚜기 농장’ 프로젝트를 시작할 계획이다.

 유엔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벌레를 ‘하늘이 내린 식량’으로 보기 시작했듯 곤충은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주요한 미래 식량이다. 그렇다면 실제 식용 가능한 곤충엔 무엇이 있고, 어떤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을까. FAO의 보고서가 소개한 ‘식용 곤충’을 소개한다.

① 딱정벌레

 딱정벌레의 유충(mealworm)은 대표적 식용 곤충이다. 아프리카·아마존 분지 등 밀림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주로 섭취했다. 미국 인디언들도 딱정벌레 유충을 바삭하게 구워 팝콘처럼 먹었다고 한다. 굼벵이처럼 생긴 딱정벌레 유충은 곤충 중에서도 특히 단백질 함량이 높다. 영양분 함유량이 쇠고기를 능가한다. 아미노산의 경우 쇠고기 100g엔 27.4g이, 유충엔 28.2g이 함유됐다. 오메가3의 비율은 쇠고기·돼지고기보다 높고 단백질·비타민·무기질은 쇠고기나 생선과 비슷하다. 네덜란드엔 식용 딱정벌레를 양식하는 농장도 생겼다.

② 나비와 나방

 풀밭 위를 아름답게 날아다니는 나비·나방의 애벌레에는 단백질과 철분이 가득하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에선 어린이와 임산부들이 특히 많이 먹는다. 꿀벌레큰나방 애벌레의 경우 호주 원주민들의 주요 영양 공급원이다. 날것으로 먹으면 아몬드 같은 맛이, 가볍게 구웠을 땐 닭고기 맛이 난다고 한다. 올리브오일에 많이 들어 있는 지방산의 주성분인 오메가-9 불포화지방산이 가득하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면역체계를 향상하는 효과가 있다.

③ 꿀벌과 말벌

 벌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것은 꿀만 있는 게 아니다. 성체가 되기 전의 벌은 아시아·아프리카·남미·호주 등 거의 전 세계에서 식용으로 이용된다. 대체로 침이 없는 벌을 먹는다. 아직 알이거나 유충 상태일 때의 벌은 땅콩·아몬드 같은 견과류 맛이 난다고 한다. 꿀벌이 알에서 부화한 직후부터 성충이 되기 전까지를 일컫는 ‘봉아(峰兒)’는 아미노산·미네랄·비타민B가 특히 풍부하다. 태국 북부에서 ‘봉아’는 중요한 식량원인데 높은 영양 덕에 비싸게 판매된다. 스스로 벌집을 짓는 습성 때문에 양식이 쉽다는 장점도 있다.

④ 개미

종류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개미의 단백질 함량은 100g당 13~28g이다. 달걀보다 함유량이 높고 쇠고기(19~26g)에 버금간다. 흰개미의 단백질 함량은 훨씬 높아 평균 몸의 38%가 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베네수엘라의 흰개미는 그 비율이 68%인 영양 덩어리다. 칼슘·철분·아미노산도 풍부하다. 아프리카 등에서 전통적으로 많이 먹는 흰개미는 조리 방식도 다양하다. 우간다에선 바나나 잎사귀에 싸서 쪄 먹고, 보츠와나에선 뜨거운 모래 위에서 구워 먹는다. 튀기거나 태양에 말려 먹고, 빻아서 꿀과 섞어 먹기도 한다.

⑤ 물벌레

 양식과 수확이 쉬운 장점이 있다. 물벌레는 수중식물의 줄기에 알을 낳는데, 수질이 더럽거나 소금기가 있어도 잘 자란다. 남미에선 물벌레의 알을 말려 최고급 식자재인 캐비어처럼 먹기도 한다. ‘아후아허틀(Ahuahutle)’이라 불리는 ‘멕시칸 캐비어’는 아즈텍 시대 황제가 아침식사마다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새우 맛이 난다고 한다. 말리지 않고 신선하게 날 것으로 먹기도 한다.

⑥ 메뚜기와 귀뚜라미

 메뚜기와 귀뚜라미는 가장 흔한 식용 곤충이다. 어디서나 많이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마다가스카르를 습격한 메뚜기 떼는 하루 곡식 1만t을 집어삼키고 경작지의 60%를 황폐화시켰다. 수억 마리의 습격은 바꿔 말하면 수억 마리의 식량 공급원이란 의미다. 귀뚜라미는 먹이를 단백질로 전환하는 효율성이 높다. 동남아에서 많이 먹는 귀뚜라미의 경우 그 효율이 쇠고기의 12배, 양의 4배, 돼지·닭의 2배나 된다. 특별한 고유의 맛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다른 재료의 풍미를 더해 가공하기도 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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