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20일 수요일

'식용 곤충' 서서히 식탁 오른다


귀뚜라미 등 미래 대체 식량으로 급부상
FAO선 무려 1900여 종 지정
분말 등으로 만든 제품 다양
"혐오감 문제…맛보면 달라져" 


세계적으로 많이 먹는 식용곤충
세계적으로 많이 먹는 식용곤충
"하늘 새우 튀김하고 고소애 파스타 주세요."

생소하게 들리는 메뉴지만 실제 있는 음식들이다. '하늘의 새우'는 호주에서 귀뚜라미의 별칭이고, '고소애'는 갈색저거리 애벌레의 순우리말이다.

최근 벌레가 미래의 대체 식품으로 급부상하면서 '식용 곤충'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LA타임스는 4일 "낚시 미끼로만 써오던 애벌레들이 일류 레스토랑 식탁에 오르고 있다"며 식용 곤충들에 대한 인식 변화를 보도했다.

특히 최근 귀뚜라미는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볶으면 피칸이나 튀긴 돼지껍질 처럼 고소하고 식감도 바삭하기 때문이다. 밀웜이나 메뚜기도 고소한 감자튀김 맛과 흡사하고, 어린 누에는 짭짤해 인기다. 이 때문에 귀뚜라미 가루로 만든 파스타, 쿠키, 빵은 물론 애벌레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든 두부, 애벌레를 넣은 막대 사탕 등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전날인 3일에는 한국 농림축산식품부도 귀뚜라미를 식품 원료로 새로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한국에서 식품 원료로 인정한 곤충은 총 7종이다. 예부터 반찬거리로 즐겨먹었던 메뚜기를 비롯한 누에 번데기, 백강잠 등이다.

한국의 식용 곤충은 7종이지만, 유엔식품농업기구(FAO)가 먹을 수 있다고 분류한 곤충은 무려 1900여 종에 달한다. FAO는 곤충을 '작은 가축(little cattle)'이라고 명명할 정도로 잠재성이 큰 대체 식품으로 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영양이 풍부하고 친환경적이기 때문이다. 단백질은 물론, 불포화 지방산, 탄수화물, 무기질, 아미노산, 미네랄, 섬유질 등 영양분은 다양하면서도 콜레스테롤은 육류보다 낮다.

예를 들어 '수퍼 밀웜' 애벌레에는 100g당 단백질 함유량이 53g으로 33g인 돼지고기보다 많다. 메뚜기 역시 100g 당 70g이 단백질로 소고기 보다 5g 더 많다.

사육 비용도 효율적이다. 같은 양의 단백질을 얻기 위해 곤충에게 주는 먹이는 소의 10%도 안 된다.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단백질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곤충은 화학약품에 민감해 사육시 살충제 등을 일체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유해 시비에서도 자유롭다.

현재 업계가 가장 필요한 것은 혐오스럽다는 인식의 변화다. 식용 곤충 업체 '돈 부지토'를 운영하는 모니카 마티네스씨는 "가장 어려운 것이 한번만 맛을 보라고 설득하는 것"이라며 "일단 한번 먹어보면 다들 그 맛에 놀란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식용 곤충 업계에서는 이름부터 바꾸고 있다. 곤충 단백질 두부를 개발한 엘리 카데스키씨는 "마치 베이비 캐럿(미니 당근)처럼 들릴 수 있게 밀웜을 '베이비 비틀스(아기 딱정벌레)'로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미 한국에서는 밀웜을 공모를 통해 고소한 맛을 내는 애벌레라는 뜻의 순우리말 '고소애'로 변경했다.

한국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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