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9일 토요일

곤충 식용이 환경과 건강에 긍정적으로 기여

단백질 함량은 쇠고기ㆍ고등어ㆍ오징어 수준

철분ㆍ아연 등 공급원… 저개발국 주민에 도움

사육에 필요한 사료도 쇠고기의 6분의 1 그쳐


온실가스 배출ㆍ자원 소모 적어 ‘환경친화적’

“요한은 낙타털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띠고(두르고) 메뚜기와 석청(야생 벌꿀)을 먹더라” (마가복음 1장 6절)
인간이 곤충을 먹은 지는 인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성경에 곤충 식용에 관한 구절이 등장하고, 유대교 문헌에도 그런 얘기가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저서 ‘동물의 역사(Historia Animalium)’에서 “매미 유충은 껍질이 벗겨지기 전 가장 맛이 좋다”고 했다.
어엿한 식량자원이던 곤충은 근대 이후 축산업ㆍ어업 발달로 다른 단백질원의 대량생산이 이뤄지며 관심에서 멀어졌다. 저개발국에서 식용으로 이용되거나 중국 등에서 별미 취급을 받는 게 전부였다.
그랬던 곤충이 최근 다시 인류의 식량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식량자원 개발 속도가 인구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축산업은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지적받으며, 남획 탓에 어족 자원이 줄고있기 때문이다. 최근 여러 연구를 통해서는 곤충이 다른 식량자원에 비해 전혀 뒤질 것 없는 육식의 한 형태라는 사실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영양학적 우수성
“애벌레와 육류가 인간의 몸에서 하는 일은 동일하다.”(콩고민주공화국 격언)
곤충은 육류 생선 등과 비교해서도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식량자원이다. 네덜란드 바헤닝언대학 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메뚜기 성체는 100g당 13~28g, 누에 애벌레(번데기)는 100g당 10~17g 단백질을 포함하고 있다. 고단백 음식으로 손꼽히는 쇠고기(19~26g) 고등어(16~28g) 새우(13~27g) 갑오징어(15~28g)와 비슷한 수준이다.
또한 거저리(밀웜)가 함유한 불포화 오메가3 및 오메가6 계열 지방산은 생선과 비슷한 수준이고, 소고기 돼지고지보다는 많다. 비타민과 미네랄 함량도 생선 및 육류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식용 곤충은 풍부한 철분 공급원이 될 수 있다”며 “개발도상국에서 매일 식사에 곤충 식단을 포함하면 철분 영양상태가 개선돼 빈혈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권고하기도 한다. 저개발 국가에서 성장지체, 성적(性的) 성숙 지연, 피부 병변을 초래하는 아연 결핍 문제도 곤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바헤닝언대학 연구소에 따르면, 인간이 먹을 수 있는 곤충의 종(種)은 2,000종이 넘는다. 딱정벌레류가 634종으로 가장 많고, 애벌레류 359종, 개미ㆍ벌ㆍ말벌류 302종, 메뚜기류 279종으로 그 뒤를 잇는다. 먹을 수 있는 바퀴벌레류도 32종에 달한다.
경제적 장점
“동물 단백질 1㎏을 얻으려면 가축에게 식물 단백질 6㎏을 먹여야 한다.”(데이비드 피멘텔 미 코넬대 교수)
인간이 동물 고기를 먹기 위해선 채소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식물을 먹은 동물을 소비하는 육식은, 바로 식물을 섭취하는 채식보다 효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곤충은 다른 가축에 비해 이 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장점이 있다. 냉혈동물(외부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소 돼지 등 항온동물(외부 온도 변화에 상관없이 항상 체온을 유지하는 동물)에 비해 체온을 유지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 않고, 결국 사료를 단백질로 전환하는 효율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미국의 육류생산 시스템으로 보면 생체 무게 1㎏을 늘리기 위해 필요한 사료의 양은 닭고기 2.5㎏, 돼지고기 5㎏, 쇠고기 10㎏라고 한다. 이에 비해 1㎏의 귀뚜라미를 키우는 데는 1.7㎏의 사료만 있으면 된다.
사료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으니 곤충 사육에 들어가는 비용도 소 돼지 닭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곤충 사육에는 방목지나 목장과 같은 넓은 토지가 필요 없고, 사육을 위해 굳이 땅을 개간할 필요도 없다. 이 때문에 FAO 등 국제기구들은 곤충 사육을 저개발 국가 빈곤층의 영양 부족 문제를 해결할 주요한 대안으로 제시한다.
친환경성
“미래의 인류를 먹이려면 인공고기 해조류 콩 버섯 곤충과 같은 대체 단백질원을 개발해야 한다.”(FAO)
농경이나 목축으로 식량을 만드는 일은 필연적으로 환경에 직간접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농업이나 축산업은 농약 비료 배설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토양오염을 수반하게 되고, 가축이 내뿜는 메탄가스도 대기오염으로 이어진다.
곤충 사육은 보통의 축산업에 비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적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거저리와 귀뚜라미 등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돼지나 소의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또 이들이 배출하는 암모니아의 양 또한 대형동물의 10분의 1 정도에 그친다.
곤충 사육은 육류 생산에 비해 물도 적게 쓴다. 보통 닭고기 1㎏ 생산에 들어가는 물은 2,300리터이고, 돼지고기 1㎏에는 3,500리터, 쇠고기 1㎏에 2만2,000~4만3,000리터의 물이 투입된다. 또한 곤충을 기를 때 분뇨나 퇴비 등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친환경적 장점으로 꼽힌다. 이밖에 곤충은 가축에 비해 동물 관련 질병을 일으킬 위험이 낮기 때문에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광우병 등의 전염병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곤충 식량화를 주요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FAO는 “21세기 들어 ▦동물단백질 가격 상승 ▦식량안보 ▦환경오염 ▦인구 팽창 ▦중산층의 단백질 수요 증가 문제가 떠오르면서 기존의 가축사육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의 필요성이 긴급히 요구돼 왔다”며 “곤충 식용이 환경과 건강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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