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23일 토요일

영재학교 자기소개서 준비와 작성

2017학년도 신입생 선발을 위한 영재학교들의 원서접수가 마무리 단계다. 한과영, 대구, 대전, 광주, 세종, 인천 등 6개 영재학교가 이번 주(4월 둘째주) 자소서 입력까지를 마감하고 경기과고와 서울과고는 4월 19일과 25일 각각 마감 예정이다. 설명회 일정 발표부터 원서접수 마감까지가 불과 한두 달 상간에 모두 이뤄지는 영재학교 입시 특성상 올해 지원자들의 제출 서류 준비도 예년처럼 숨가쁜 행보가 불가피했다. 특히 수천 자를 지원자가 직접 채워야 하는 자소서 작성은 대부분 수험생들에게 가장 부담스럽고 껄끄러운 전형 요소일 수밖에 없었다. 올해 영재학교 입시에 뛰어든 수험생들의 자소서 작성 과정은 어땠을까? 입시 현장에서 만났던 수험생 통계와 그들의 자소서 작성을 지켜보고 지도하는 과정에서 발견했던 문제점, 그리고 그에 따른 보완책은 무엇인지 짚어봤다. 내년 영재학교 입시를 노리는 예비 수험생이나 올해 특목·자사고 문을 두드릴 중3 학생들에게 도움되길 바란다.

자소서 작성, 최고의 난관은?
올해도 영재학교 도전자들이 자소서 작성 과정에서 가장 먼저 부딪힌 문제는 소재 선택이었다. 크게 둘로 나누면 소재가 없는 경우와 소재를 잘못 선택한 경우다. 소재가 없는 경우는 또다시 둘로 나뉠 수 있다. 실제로 소재가 없는 경우와 소재는 있지만 찾아내지 못한 경우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후자에 속한다. 기억이나 기록, 자료 수집의 부족이 그 원인이다. 자소서 작성만 생각했지 사전 작업은 무시한 때문이다. 자소서 완성에 필요한 전체 시간의 70% 이상은 자료를 수집하고 소재를 찾아내는 과정에 투자해야 했다. 그렇게 해서도 아무런 소재를 찾지 못했다면 영재학교 지원 자체가 무리인 경우로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자신이 찾아낸 소재가 과연 ‘쓸만한’ 재료인지를 구분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영재학교 자소서가 원하는 경험의 ‘특별함’이나 ‘영재성’은 다분히 주관적이고 상대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른 지원자나 예년 합격자들과의 수준 비교가 스스로 불가능하다면 관련 교과교사나 해당 입시 전문가 등의 조언을 구해보는 것이 좋다. 올해 입시 현장에서 만났던 가장 아쉬운 경우는 지원자가 갖춘 개별 소재 경쟁력이 나쁘지 않았음에도 그 선택이나 조합 과정이 미숙해 경쟁력이 반감된 자소서였다. 수학/과학 항목에서 인성 관련 스토리를 강조하는 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자소서 작성 능력, 사전 점검 필요
소재 선별까지는 탁월했지만 이를 풀어나갈 구성력이나 필력, 표현력 등이 부족해 손해를 본 자소서도 많았다. 서말 구슬을 제대로 꿰지 못해 보배까지는 되지 못한 케이스다. 문제는, 입시가 닥치기 직전까지 대부분 수험생들이 자신의 자소서 작성 수준을 깨닫지 못한다는 점이다. 자소서 자체가 경쟁력을 가늠하기 어려운 전형 요소인 이유도 있다. 여러 단계에 걸쳐 다른 전형 요소들과 함께 정성적으로 평가되는 영재학교 자소서는 더욱 그렇다.

교과 문제풀이 능력과 달리 자소서 작성 능력은 평소 평가 받을 기회가 적다. 그렇다보니 사전 연습 등을 통해 자기 경쟁력을 개선해 나가는 경우도 매우 드물다. 그럼에도 여러 지원자들의 자소서 초안을 들여다보면 그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소재의 차이, 표현의 차이 등 원인이 다양하지만 자소서 자체에 대한 이해 수준에서 첫번째 간극이 벌어진다. 자소서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한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의 차이다. 다행히 이는 약간의 관심만 있다면 짧은 시간 내에도 누구나 극복할 수 있는 간극이다. 관련 특강이나 책,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기본은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큰 차이는 실전 능력에서 벌어진다. 자소서에 대한 이해와 이를 기반으로 한 작성 감각이 자소서의 최종 경쟁력을 결정 짓는 셈이다.

물론 여느 학습 능력과 마찬가지로 자소서 작성에서도 타고난 감각이 빼어난 학생들이 있다.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의 관련 역량을 먼저 점검하고 이에 대한 사전 대비가 요구된다. 자기 수준의 점검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당연히 자소서를 미리 써보는 것이다. 늦어도 입시 3개월 전, 이보다 먼저 써 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처음 완성된 자신의 자소서를 일주일 또는 그 이상의 비교적 긴 시간을 묵혔다(?) 다시 꺼내 읽어본다. 과거 작성했던 자소서가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수준이 되면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조언을 들어보는 단계로 넘어간다. 지적을 당하는 것만으로 실력이 향상되진 않겠지만 거듭해 자신이 쓴 글을 읽어보고 고쳐쓰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실전 감각은 끌어올려진다.

자소서 쓰기 능력 또한 연습과 훈련을 요구한다. 곧바로 실전에 임해야 한다면 타고난 솜씨나 운에 맡길 수밖엔 없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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