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내신은 수비수
특목·자사고 입시를 축구 경기에 비유한다면 내신은 수비수에 해당한다. 수비를 잘 못하면 경기가 당연히 어려워지겠지만 수비만 잘 한다고 승리가 보장되진 않는다. 수비의 핵심은 효율과 균형에 있다. 실점을 하지 않는 수준에서 최대한 체력을 아낄 수 있어야 하며, 한쪽에 치우치기 보다는 구멍난 곳이 없는지 체크하고 약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준비해야 한다. 외대부고, 하나고, 상산고, 민사고 등 1단계에서 여러 교과의 성취도를 확인하는 전국단위 자사고 입시가 대표적이다. 해당 학교군 입시에서 89.5점(반올림해 성취도 A)과 100점의 교과 원점수 차이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10개의 100점보다 1개의 80점이 입시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더 클 수밖에 없는게 현재의 자사고 입시다. 각 과목 원점수, 표준편차 등이 모두 참고될 수 있는 영재학교 입시나 아직 상대평가가 일부 남아 있는 외고·국제고 입시에서의 영어 성적이 다소 예외일 수 있지만 이들 또한 최종 합격을 위한 결정적 경쟁력이라 보긴 어렵다. 내신과 별개로 수학·과학 학업 능력이 중요한 과학고 입시에서도 교과 성적은 기타 과목을 포함해 성취도만 참고되므로 일단은 주요 과목 각 90점대 확보가 기본이다. 특정 과목에 대한 탁월한 내신 수준이나 선행 여부는 전반적인 교과 수준을 균일하게 끌어올린 이후에 고민해도 늦지 않는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목표 고교의 합격만을 염두에 둔 입시 전략으로써 유효하다.
입시에서 골을 넣는 전형요소는?
특목·자사고 입시에서 최종 승리를 결정지을 공격수는 과연 누구일까? 자기주도학습전형 도입(2011)과 내신절대평가제 적용(2015) 이후 입시 최전방에 배치된 공격수는 자기소개서와 면접이다. 그 후방을 받쳐야 하는 학교생활기록부의 비교과 영역도 일부 공격수 역할이 불가피해졌다. 문제는 이들의 경쟁력이 평소 점수로 객관될 수 없어 시험공부처럼 계획적인 준비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입시 현장에서 만나는 중학생들은 경쟁력이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교과내신 점수와 선행 진도를 따라가기만도 벅찬 시간표의 수험생이 대부분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소서·면접 준비와 유기적으로 엮어야 할 비교과활동도 겨우 시간을 때우는 수준인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최종 전형요소들과의 첫 만남을 본래의 계획보다 다소 앞당겨보는 것이다. 자소서나 면접 준비를 위해 자신이 직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총 30시간이라면 그 처음 10시간 정도는 원서접수 최소 3~6개월 전쯤에 미리 사용해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남은 20시간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고 이후의 비교과활동도 방향 설정이 수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중요하다고 알고는 있지만 막상 실천이 쉽지 않은 독서 활동도 구체적인 자소서·면접 대비 과정에서 그 필요성과 동기부여가 확실해질 수밖에 없다. 입시컨설팅 학원멘토가 자사 회원 중 지난해 특목·자사고 합격자들을 전수 조사해본 결과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독서처럼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게 여겨지는 전형요소들의 경쟁력이 결국 최종 당락을 가르는 핵심 키워드였다. 올해 입시를 준비할 예비 수험생 대부분에게도 독서 등에 더 많은 시간 투자가 요구된다. 그럴 수 없다면 출발점이라도 앞당길 수 있어야 한다.
4월말 중간고사, 지금은 수비의 시간이다. 하지만 다음 공격 계획이 없다면 언제까지 지루한 수비만 반복될지 모를 일이다. 이번 시험이 끝나고 나면 면접 또는 자소서 앞에 자신의 첫 모습을 조심스럽게 꺼내 보는 것은 어떨까?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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