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19일 화요일

특목고 입시 준비와 중간고사

중고생들의 중간고사가 임박했다. 4월말에서 5월초 사이 이뤄지는 해당 학년 첫 시험이 중요한 이유는 셀 수 없이 많다. 입시가 코 앞인 중3과 고3 학생들에겐 더할 나위 없다. 특히 3-1학기 영향력이 큰 특목·자사고 입시를 앞둔 중3 학생들은 가장 긴장해야 할 시험 중 하나가 첫 번째 중간고사다. 이 시기 풀어낸 한 문제 한 문제가 지원 가능한 고교 수준을 바꿔 놓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내신 준비만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최종 합격에 필요한 다른 전형요소나 선행까지도 챙겨야 하는 불편한 입시 현실이 문제다. 실제로 이 시기에 원서접수를 마무리 지어야 하는 서울과고와 경기과고 수험생들은 자소서와 벌이는 막바지 씨름중에도 이런저런 시험 준비와 학원 과제물로 밤잠을 설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간고사 이후 곧바로 이어질 과학고 설명회 등까지 생각한다면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이처럼 준비할 게 많은 상황에서는 일의 우선순위와 시간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는 각 전형요소들의 입시 위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맞춰 준비 방법과 비중을 달리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교과내신은 수비수

특목·자사고 입시를 축구 경기에 비유한다면 내신은 수비수에 해당한다. 수비를 잘 못하면 경기가 당연히 어려워지겠지만 수비만 잘 한다고 승리가 보장되진 않는다. 수비의 핵심은 효율과 균형에 있다. 실점을 하지 않는 수준에서 최대한 체력을 아낄 수 있어야 하며, 한쪽에 치우치기 보다는 구멍난 곳이 없는지 체크하고 약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준비해야 한다. 외대부고, 하나고, 상산고, 민사고 등 1단계에서 여러 교과의 성취도를 확인하는 전국단위 자사고 입시가 대표적이다. 해당 학교군 입시에서 89.5점(반올림해 성취도 A)과 100점의 교과 원점수 차이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10개의 100점보다 1개의 80점이 입시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더 클 수밖에 없는게 현재의 자사고 입시다. 각 과목 원점수, 표준편차 등이 모두 참고될 수 있는 영재학교 입시나 아직 상대평가가 일부 남아 있는 외고·국제고 입시에서의 영어 성적이 다소 예외일 수 있지만 이들 또한 최종 합격을 위한 결정적 경쟁력이라 보긴 어렵다. 내신과 별개로 수학·과학 학업 능력이 중요한 과학고 입시에서도 교과 성적은 기타 과목을 포함해 성취도만 참고되므로 일단은 주요 과목 각 90점대 확보가 기본이다. 특정 과목에 대한 탁월한 내신 수준이나 선행 여부는 전반적인 교과 수준을 균일하게 끌어올린 이후에 고민해도 늦지 않는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목표 고교의 합격만을 염두에 둔 입시 전략으로써 유효하다.

입시에서 골을 넣는 전형요소는?

특목·자사고 입시에서 최종 승리를 결정지을 공격수는 과연 누구일까? 자기주도학습전형 도입(2011)과 내신절대평가제 적용(2015) 이후 입시 최전방에 배치된 공격수는 자기소개서와 면접이다. 그 후방을 받쳐야 하는 학교생활기록부의 비교과 영역도 일부 공격수 역할이 불가피해졌다. 문제는 이들의 경쟁력이 평소 점수로 객관될 수 없어 시험공부처럼 계획적인 준비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입시 현장에서 만나는 중학생들은 경쟁력이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교과내신 점수와 선행 진도를 따라가기만도 벅찬 시간표의 수험생이 대부분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소서·면접 준비와 유기적으로 엮어야 할 비교과활동도 겨우 시간을 때우는 수준인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최종 전형요소들과의 첫 만남을 본래의 계획보다 다소 앞당겨보는 것이다. 자소서나 면접 준비를 위해 자신이 직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총 30시간이라면 그 처음 10시간 정도는 원서접수 최소 3~6개월 전쯤에 미리 사용해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남은 20시간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고 이후의 비교과활동도 방향 설정이 수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중요하다고 알고는 있지만 막상 실천이 쉽지 않은 독서 활동도 구체적인 자소서·면접 대비 과정에서 그 필요성과 동기부여가 확실해질 수밖에 없다. 입시컨설팅 학원멘토가 자사 회원 중 지난해 특목·자사고 합격자들을 전수 조사해본 결과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독서처럼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게 여겨지는 전형요소들의 경쟁력이 결국 최종 당락을 가르는 핵심 키워드였다. 올해 입시를 준비할 예비 수험생 대부분에게도 독서 등에 더 많은 시간 투자가 요구된다. 그럴 수 없다면 출발점이라도 앞당길 수 있어야 한다.

4월말 중간고사, 지금은 수비의 시간이다. 하지만 다음 공격 계획이 없다면 언제까지 지루한 수비만 반복될지 모를 일이다. 이번 시험이 끝나고 나면 면접 또는 자소서 앞에 자신의 첫 모습을 조심스럽게 꺼내 보는 것은 어떨까?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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