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18일 월요일

말 대신 인재 키워… 국제학교가 제주 성장동력

[목장에 세운 3개 학교, 유학생 4년새 3배 늘어]

조기유학·어학연수생 흡수… 외화 3500억원 절감 효과
노스런던컬리지에잇스쿨 등 국내서 명문 교육 받을 수 있어
중국 등서 유학생·학부모 몰려 인구 4000명… 편의시설도 갖춰

제주공항에서 서남쪽을 향해 40분가량 차로 달리면 서귀포시 대정읍의 나지막한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영어교육도시를 만난다. 원형과 반원형 등 독특한 외관을 가진 건축물과 녹색 잔디가 깔린 시원한 운동장이 서구의 어느 대학 캠퍼스에 온 듯한 분위기이다.

원래 제주말과 소를 키우던 주민 공동 목장이었던 이곳은 2008년부터 글로벌 교육단지로 개발됐다. 지금은 380만m² 규모의 부지에 영국 노스런던컬리지에잇스쿨 제주(NLCS Jeju)와 캐나다 여자사립학교 브랭섬홀아시아(BHA), 공립인 한국국제학교(KIS Jeju) 등 3개 학교가 들어서 있다. 주민센터 역할을 하는 영어교육도시지원센터, 주민과 공무원들이 영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센터, 금융기관, 상가 등 각종 편의 시설도 갖췄다.
제주영어교육도시 내 캐나다 국제학교 브랭섬홀아시아(BHA)에 다니는 유치원생들이 편한 자세로 앉아 외국인 교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제공
영어교육도시 3개 국제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수는 해마다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2011년 805명이었던 학생은 작년 2413명으로 4년 새 3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 중 한국인이 2109 명(87%)이고, 중국 등지에서 온 유학생도 304명이 있다. 학부모와 교사, 주민 등을 합친 전체 인구는 4000여명에 이른다.

학생 수가 크게 늘면서 해외 조기 유학과 어학연수 수요를 빨아들이는 효과도 발휘하고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작년 말 영어교육도시 내 국제학교 학부모와 학생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제주 국제학교가 없었다면 해외 유학 중일 것'이라고 답변한 응답자가 전체의 45%를 차지했다. 영미권 유학 비용을 1인당 연간 7000만원 정도로 가정하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2590억원의 외화 유출을 막은 셈이 된다고 JDC는 밝혔다. 손봉수 JDC 교육도시처장은 "미국 세인트 존스베리 아카데미(St. Johnsbury Academy Jeju)가 다음 달 착공하는 등 2021년까지 모두 7개 학교(정원 9000명)가 운영될 예정"이라며 "연간 2800억원 이상의 외화 절감 효과를 낼 것"이라고 했다.

영어교육도시가 인기를 끌고 있는 주된 이유는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외국 명문 학교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제주 지역 국제학교는 법에 따라 국내에 있는 기존 외국인 학교나 외국 교육기관과 달리 내국인 입학 비율에 제한이 없다. 또 유치원부터 초·중·고교에 이르는 전 과정을 다닐 수 있다.

한국과 외국에서 동시에 학력을 인정받아 국내외 학교 어디로든 진학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NLCS와 BHA는 '원 스쿨 투 캠퍼스(One School, Two Campuses)' 정책에 따라 본교와 교환 학생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본교 학사과정을 그대로 적용하고 학년별로 국제공통대학입학자격시험(International Baccalaureate·IB)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작년과 재작년 두 학교를 졸업한 학생 148명 가운데 대부분이 영국 케임브리지·옥스퍼드대, 미국 스탠퍼드·예일대·UCL 코넬대, 일본 도쿄대, 홍콩대 등 해외 명문 대학에 진학했다고 JDC는 밝혔다.

제주 국제학교에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보내고 있는 학부모 이태유(45)씨는 "영미권 사립학교에 유학을 보내면 연간 1억원 정도가 드는데 그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아이를 자주 볼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고등학교까지 다니게 한 뒤 미국 대학에 진학시킬 계획"이라고 했다.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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