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18일 월요일

중력파 일반상대성이론의 마지막 선물

PART 5. 중력파PART 5. 중력파

2014년 3월 세계 언론은 ‘세기의 발견’이라는 제목으로 일제히 긴급 뉴스를 내보냈다. 미국 연구진이 남극의 전파망원경에서 우주 초기 중력파의 흔적을 찾았다는 뉴스였다(과학동아 2014년 4월호 기획 참조). 이후 이들이 찾은 것이 정말로 중력파의 흔적이냐 아니냐를 두고 지금까지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흔적만으로도 긴급 뉴스가 된, 중력파는 대체 무엇일까. 과연 진짜 중력파는 언제쯤 발견할 수 있을까.

일반상대론이 낳은 중력파

잔잔한 호수에 떠 있던 배가 갑자기 이동을 하면 물결이 인다. 마찬가지로 질량을 가진 물체가죽다 살아난 중력파죽다 살아난 중력파 가속운동을 하면 시공간이 일렁이면서 파동이 생기는데, 이를 중력파라고 부른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론을 통해 시공간이 파동(중력파)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하지만 당시 물리학자들은 중력파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 거의 반세기가 지나도록 중력파를 ‘수학적 괴짜’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아인슈타인 스스로 주장을 뒤엎어 버리기도 했다(Plus).

중력파를 구한 건 ‘관측’이었다. 1974년 미국 천체물리학자 조지프 테일러와 러셀 헐스는 중성자별 두 개가 아주 짧은 거리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도는 것을 발견했다. 일찍이 아인슈타인은 회전하는 두 별이 중력파를 방출하면서 에너지를 잃고 공전궤도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테일러와 헐스는 4년간 관찰한 끝에 두 별의 공전궤도가 실제로 줄어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중력파의 확실한 증거였다.

하지만 중력파 직접관측에 성공한 적은 아직 한 번도 없다. 중력파의 세기가 너무 미약하기 때문이다. 처음에 시공간을 호수에 비유했지만, 실은 밀도가 굉장히 높은 철판이 더 적절한 비유다. 강한 충격을 받아도 시공간은 거의 진동하지 않는다. 지구로부터 약 5400만 광년 떨어진 처녀자리 은하단에서 태양질량의 1.4배인 중성자별 쌍성이 약 1km정도의 거리를 두고 회전하는, 비교적 큰 사건에서도 중력파는 매우 작다. 태양 반지름(6.9×108m) 정도의 물체를 고작 수소원자 반지름(5.3×10-13m)만큼 변화시키는 세기다. 검출이 매우 어렵다. 빅뱅·급팽창이나 초신성 폭발, 감마선 폭발과 같은 천문학적인 규모의 사건에서 발생하는 중력파가 그나마 검출하기 좋은 후보다.

회전하는 쌍성에서 중력파가 발생해 주위로 퍼지는 모습을 형상화한 모습이다.회전하는 쌍성에서 중력파가 발생해 주위로 퍼지는 모습을 형상화한 모습이다.


지구에서 가장 예민한 진동검출기

처음으로 중력파 직접 검출에 도전한 사람은 미국 메릴랜드대의 조지프 웨버교수다. 그는 ‘웨버 바’라고 이름 붙인 막대검출기를 독자적으로 만들어 실험했다. 웨버는 중력파를 발견했다고 발표하지만, 검증결과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하지만 헛수고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노력 덕분에 중력파 검출을 위한 기술이 발달했으니까. 1990년대 들어서 미국의 킵 손과 로날드 드레버, 라이너 와이즈는 마이켈슨의 간섭계 원리를 이용해 새로운 중력파 검출기를 고안한다.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 일명 라이고(LIGO)다.

라이고는 어떻게 중력파를 측정하는 걸까. 중력파는 상하좌우로 진동하는 플러스편광과 45° 기울어진 채 진동하는 크로스편광이 있다. 중력파에 맞은 입자는 (+)방향이나 (×)방향으로 진동한다. 라이고에는 4km에 이르는 긴 터널이 양쪽으로 뻗어있는데, 중력파가 지나가면 양쪽 터널에 미세한 길이 변화가 생긴다. 빛을 반사시켰을 때 돌아오는 시간도 달라진다. 여기서 생기는 간섭무늬를 관찰해 중력파를 관측한다. 2000년 문을 연라이고는 2010년 10월까지 6차례의 시험 가동을 마친 뒤 민감도를 높이기 위해서 잠시 문을 닫았다. 업그레이드 전에도 민감도가 10-22에 이르러 중성자별 쌍성계에서 나온 중력파를 관측할 능력은 갖췄지만, 100년에 4개 정도 찾는 수준이었다. 이 민감도를 10배 높이면 관측범위는 1000배나 늘어난다. 2015년 초 문을 여는 ‘어드밴스드 라이고’가 안정화되는 2020년경이면 중성자별 중력파를 1년에 0.4~400개나 찾을 수 있게 된다.

관측소 5개면 중력파 완벽 포착관측소 5개면 중력파 완벽 포착

빅뱅 직후의 우주를 보다

중력파 검출은 두 가지 큰 의미를 가진다. 먼저 일반상대론의 실험적 검증이다. 과학자들은 수성의 근일점 이동, 중력렌즈 효과를 비롯해 일반상대론을 뒷받침하는 현상을 수없이 발견했다. 하지만 100년이 지나도록 중력파는 직접 검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력파 직접 검출=노벨상’이라는 데 과학자들은 이견이 없다. 중력파는 더 나아가 날 것 그대로의 우주를 보여줄 것이다. 우리가 우주에서 보는 빛은 빅뱅 후 약 38만 년(재결합시기)에 만들어졌다. 이보다 앞선 초기 우주의 모습은 광학망원경이나 전파망원경으로는 절대로 볼 수 없다. 중력파는 빅뱅직후부터 존재했기 때문에 초기우주의 모습을 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빛조차 탈출할 수 없는 블랙홀도 유일하게 중력파 망원경으로는 볼 수 있다. 거대블랙홀의 병합과정을 밝히고, 중간단계 블랙홀의 존재와 형성과정을 알아낼수 있을 것이다. 또 무거운 별의 마지막 진화과정을 관찰하고 우리은하 중심부의 중력장을 파악하며 우주를 한층 더 깊이 이해해나가리라 기대한다.

몇 년 전 미국에서 열린 라이고-버고 연례총회에서 필자는 매우 인상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라이고 과학협력단 대변인이 라이고 업그레이드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면서, 무척 고무되고 흥분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는 모두 천문학자가 돼 가고 있다(We are becoming astronomers).” 중력파 관측소를 만든 사람들은 아인슈타인의 후예인 이론물리학자들이지만, 여기서 나온 결실은 천문학자들이 따게 될 거라는 뜻이다.

참고로 중력파 ‘검출기’라고 하지 않고 ‘관측소’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중력파를 발견한 뒤에는 이 장치들을 천문 관측에 사용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2015년부터는 기존의 ‘과학실험가동(Science Run)’이라는 말도 버리고 ‘관측가동(Observation Run)’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중력파 검출에 성공한 다음 관측까지 이어질 거라는 낙관적 기대를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앞으로 ‘멀티메신저 천문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뜰 것이다. 중력파와 전자기파를 둘 다 이용해 관측효과를 극대화하는 걸 말한다. 초신성이나 감마선 폭발처럼 우주에 거대한 일이 벌어질 때 중력파가 나온다. 이후 수 초~수 일간 감마선과 X-선, 뉴트리노가 쏟아지며 광학적인 후광이 지속된다. 가장 처음에 도달하는 중력파를 관측할 수 있다면 이어지는 전자기파와 뉴트리노 관측도 좀더 정교해질 것이다. 라이고는 아이스큐브나 안타레스와 같은 뉴트리노 검출실험팀, 스위프트와 같은 X-선 위성관측 프로젝트등 여러 후속관측 천문대와 협정을 맺고 있다.

작두 탄 일반상대론작두 탄 일반상대론

빠르면 5년 내 최초 검출

라이고는 미국 워싱턴과 루이지애나에 각각 한 대씩, 총 두 대가 설치돼 있다. 삼각측량법으로 천구상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선 중력파 관측소가 최소 세 대필요하다. 그것이 이탈리아 카치나에 세워진 버고(VIRGO)다. 버고도 라이고처럼 현재 업그레이드 중이다. 사실 세 대로도 조금 모자라긴 한다. 2020년이면 일본의 차세대 중력파 검출기 ‘카구라’가 가동을 시작하고, 여기에 인도의 ‘라이고-인디아’도 가세한다. 위성을 이용해 우주에 중력파 관측소를 띄우려는 노력도 진행 중이다. 2020년경에 다섯 대가 모두 가동되기 시작하면 본격적인 중력파 천문학 시대가 열릴 것이다. 운이 좋으면 5년 이내에 중력파 최초 검출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약 20여 명으로 구성된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이 있다. 2009년 9월 라이고과학협력단의 검출기에서 나온 데이터를 슈퍼컴퓨터로 분석하는 연구에 참여해왔다. 아울러 차세대 중력파 검출기에 대한 실험도 함께하고 있다. 중력파로 우주의 비밀을 파헤칠 임무는 이제 미래의 물리학자, 천문학자인 여러분의 몫으로 남아있다.
 과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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