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문의 유기적인 종합
대입 논술 문제 중 창의형 문제는 주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의 형태로 나온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답안을 제시문 안에서 찾을 것인가 혹은 제시문에 없는 자신의 독창적인 견해를 써야 하는가의 문제다.
만약 답안이 제시문 안에 다 있는데 그걸 도외시하고 문제의 맥락과 관계 없는 자신의 견해만 쓴다면 이는 논점일탈이며 ‘개똥철학’에 불과한 답안일 수 있다. 거꾸로 제시문에 없는 수험생 자신의 견해를 요구하는 문제 답안을 쓸 때 제시문에 있는 내용의 요약에 그친다면 이 또한 점수를 제대로 받을 수 없다. 그러므로 창의형 문제를 대하면 먼저 출제의도가 무엇인지를 잘 알아채는 ‘눈치’가 필요하다.
창의형 문제에 대한 답안 유형은 다음의 4가지 정도로 분류될 수 있다.
◇ 창의형 문제의 답안 유형1. 제시문의 유기적인 종합
2. 제시문을 종합한 후에 자신의 창의적인 다른 대안 제시
3. 제시문 중의 한 견해를 선택해서 이를 지지하는 논리 펼치기.
4. 제시문 모두에서 ‘주장’ 즉 논(論)을 취하고 이에 대한 설명 즉 술(述)은 창의적으로 쓰기.
이중 가장 많이 출제되는 문제는 1번 ‘제시문의 유기적인 종합’이다. 이는 제시문 안에 답안이 다 있는 경우다. 연세대의 경우 올해 논술 시험에 대해 “우리는 ‘정답이 있는 문제’를 지향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고려대의 경우, 3개 문항으로 출제되던 것을 지난해부터 4개 문항으로 나누었다.
이는 답안의 방향을 좀 더 세분화하고 제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므로 답안의 방향이 정해져 있는 이런 경향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대의 경우도, 지난 시험에서 제시문의 글자 수가 1만자를 넘었는데, 이렇게 제시문이 길어지는 것은, 창의력보다 독해력의 중요성이 증가함을 의미한다.
1번 유형의 예를 들어 보자.
다음의 제시문들을 참고하여 돈과 행복과의 관계를 기술하고,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 및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에 대한 본인의 견해를 제시하시오.(2008서울여대 B형 문항 2)
<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현재까지 영국인과 일본인이 느끼는 삶의 만족은 거의 변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들의 실제소득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독일, 프랑스, 그리고 거의 모든 서구 산업국가에서도 비슷한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엄청난 소득의 증가와 생활수준의 향상은 사람들을 더 만족하게 만들지 못했다. … 그렇다면 돈이 사람들의 성격을 파괴한다거나 아니면 덜 행복하도록 만든다는 말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돈은 분명하게 더 많은 만족을 보장한다. … 일본이나 독일과 같은 부유한 나라의 주민들은 평균적으로 시에라 레온이나 미얀마의 주민들보다 훨씬 더 만족스런 삶을 살아간다. 이들 주민들에게는 깨끗한 식수나 교육, 의사는 독일인이 달나라 여행을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이루기 힘든 일이다.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들이 만족되지 않는 한 아무도 ‘가난하지만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다. 하루에 2유로 50센트도 안되는 돈으로 목숨을 지켜야 하는 인류의 절반에게는 돈을 갖는 것이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가 된다. 돈은 그들에게 순수한 행복을 의미할 수 있다.
<나>
최근 세계 경제는 보기 드문 호황을 누리고 있다. 2000년 이래 연평균 성장률이 3.2%에 달한다. 건실한 성장,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요즘 일부에선 그 이상을 요구한다. 자본주의가 인간에게 성장과 함께 행복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경제학이 경제성장이나 돈 이상의 무언가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은 요즘 유럽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영국 보수당 리더인 데이비드 카메론은 그 대표적 주창자다.
그는 전통적인 국내총생산(GDP) 대신 ‘총 행복(GWB: General Well-being)’이란 개념을 주장한다. 그의 주장은 경제학과 심리학을 결합한 소위 행복경제학에 근거하고 있다. 행복경제학의 논리는 단순하다. 사람들에게 행복한가, 불행한가 등을 묻고 이에 응답한 결과를 논거로 삼는다. 이에 따르면 부자들은 대체로 가난한 사람보다 더 행복한 걸로 나타난다.
그러나 국가별로 보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풍요한 국가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가난한 국가의 국민들보다 더 낮게 나오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 주된 이유는 자본주의가 사치품을 필수품으로 변화시키는 속성이 있다는 사실로 설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부자 국가 국민들은 높은 수준의 생활을 유지하면서도 만족도는 낮게 나타난다.
<다>
1995년 미국 코넬대 심리학과 연구팀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감정을 분석한 결과 동메달리스트들의 행복도가 은메달리스트들보다 더 높았다. 은메달리스트는 "한 발짝만 더 나갔어도 금메달이었는데…" 라며 금메달리스트와 자신을 비교하지만 동메달리스트는 "까딱 잘못했으면 메달을 따지 못할 뻔 했다"며 동메달을 땄다는 사실에 큰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프레임’(Frame)은 흔히 창문이나 액자의 틀, 안경테를 의미한다.
이것은 모두 어떤 것을 보는 것과 관련이 있다. 심리학에서 ‘프레임’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을 의미한다. 어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세상을 관조하는 사고방식, 세상에 대한 비유,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 우리는 프레임을 통해서 채색되고 왜곡된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일상에서 가장 많이 작용하는 프레임 중 하나는 ‘자기 프레임’이다. 연극의 주인공이 아닌데도 많은 사람들은 자신에게만 조명이 비친다고 착각하며 필요 이상으로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쓴다.
<라>
2006년 영국 신경제학 재단(NEF)이 세계 178개국을 대상으로 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 호주 옆의 작은 섬나라 바누아투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바누아투의 국내총생산은(GDP)은 전 세계 233개 국가 중 207위다. 2위는 콜롬비아, 3위는 코스타리카다.
조사는 삶의 만족도와 평균 수명, 생존에 필요한 면적과 에너지 소비량 등의 환경적인 여건 등을 종합해 산출한 것이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102위다. 2006년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경제 규모에서는 이미 세계 10위에 올랐다. 또 지난 40여 년간 1인당 국민소득은 무려 200배 이상 늘어났다.
해제>이 문제는 제시문을 분석하고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전형적인 문제다. 그렇다면 먼저 ‘분석’을 잘 해야 한다. 우선 논제가 말한 ‘돈과 행복과의 관계’,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 등을 염두에 두면서 각 제시문을 정리해보자.
각 제시문의 정리>가>돈을 갖는 것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시에라리온이나 미얀마의 주민들에게 돈은 순수한 행복을 의미할 수 있다.
나>풍요한 국가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 지수가 가난한 국가 국민보다 낮게 나올 경우가 있다. 이는 자본주의가 사치품을 필수품으로 변화시키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동메달리스트의 행복도가 은메달리스트의 행복도보다 더 높다. 행복도의 결정에 있어서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 어떤 것인지가 중요하다. 필요 이상으로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쓰는 것은 행복에 걸림돌이 된다.
라>한국인의 행복지수는 102다. 한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10위이며 지난 40여년간 1인당 국민소득은 200배 이상 늘었는데도 한국인은 스스로를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정리하면, <가>는 “돈이 행복에 필수적이다.” <나>는 “돈이 행복에 충분조건은 아니다.”라는 주장임을 알 수 있다. 이는 논제가 말한 ‘돈과 행복의 관계’를 나타낸다.
그런데 <다>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돈’ 얘기는 없다. 그러므로 이는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내용일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그것은 “행복도의 결정에 있어서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 어떤 것인지가 중요하다.” “필요 이상으로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쓰는 것은 행복에 걸림돌이 된다.” 등 2가지이다. <라>에서 한국인의 국민소득이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이 스스로를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이런 시각에서 설명할 수 있다.
여기까지 오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변화는 자동적으로 나온다. 그것은 잘못된 ‘마음의 창’을 바로잡는 일일 것이다. 그것은 은메달리스트가 아니라 동메달리스트의 마음의 창을 갖는 일이며,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해서 불행해하기보다 자신이 갖고 있는 것에 행복을 느끼는 마음의 자세를 갖는 일이다. 이런 내용으로 다음과 같은 개요를 짤 수 있다.
개요>돈은 행복을 위한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는 돈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 왜곡돼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가 갖고 있는 것의 풍부함과 중요성”을 깨닫고 이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개요를 짜고 난 다음에는 제시문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살을 붙여나가면 그것이 예시답안이 되겠다.
예시답안>돈은 행복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극빈에 시달리고 있는 시에라리온이나 미얀마의 주민들에게 돈은 순수한 행복을 의미할 수 있으며 돈을 갖는 것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가 된다. 그러나 돈이 행복을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다. 풍요한 국가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 지수가 가난한 국가 국민보다 낮게 나올 경우가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돈과 행복과의 관계)
이는 행복도의 결정에 있어서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자본주의 사회는 생활에 꼭 필요치 않은 사치품이라도 갖고 싶게 만듦으로써 이를 갖지 못한 서민들을 결핍감에 시달리게 한다.
또 동메달리스트보다 한 단계 위인 은메달리스트가 금메달을 못 딴 아쉬움을 진하게 느낌으로써 동메달리스트보다 행복을 덜 느끼는 것도 이 ‘마음의 창’이 다르기 때문이다.(한국인의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 이론)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102위로, 세계 10위의 경제규모를 갖춘 나라치고는 매우 낮다. 이는 한국인이 자신들이 이룩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기보다 현실을 당연한 것으로 느끼고 자기보다 더 물질적으로 우위에 있는 사람들과 비교를 하기 때문일 것이다.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씀으로써 꼭 없어도 되는 사치품을 갖겠다는 불필요한 욕망을 갖고 있는 것도 불행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 이론의 적용)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 40년간 200배 이상 늘었기 때문에 한국인은 행복을 위한 물질적 필수 조건은 갖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한국인이 행복지수를 올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경쟁심이나 사치심을 버리고 자신들이 이미 갖고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는 마음의 자세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변화) (777자)
해설>이 문제는 이렇게 답하는 문제다. 그런데 사실은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는 이것 말고도 많다. “통일이 되지 않고 북한이 핵무기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 얄미운 나라 일본이 이웃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너무 다혈질이라서,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옛날에 있던 한국인의 정이 현대에 와서 메말랐기 때문이다” 등등으로 얼마든지 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답은 모두 오답이다. 문제는 제시문에 답을 정밀하게 숨겨두고 “이를 참고하여 답하라”고 하는데, 그것을 도외시한 채 제시문과 전혀 관계없는 답을 하는 것은 출제 의도를 거스른 것이어서 논점일탈의 판정을 받게 된다.
조선일보
대입 논술 문제 중 창의형 문제는 주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의 형태로 나온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답안을 제시문 안에서 찾을 것인가 혹은 제시문에 없는 자신의 독창적인 견해를 써야 하는가의 문제다.
만약 답안이 제시문 안에 다 있는데 그걸 도외시하고 문제의 맥락과 관계 없는 자신의 견해만 쓴다면 이는 논점일탈이며 ‘개똥철학’에 불과한 답안일 수 있다. 거꾸로 제시문에 없는 수험생 자신의 견해를 요구하는 문제 답안을 쓸 때 제시문에 있는 내용의 요약에 그친다면 이 또한 점수를 제대로 받을 수 없다. 그러므로 창의형 문제를 대하면 먼저 출제의도가 무엇인지를 잘 알아채는 ‘눈치’가 필요하다.
창의형 문제에 대한 답안 유형은 다음의 4가지 정도로 분류될 수 있다.
◇ 창의형 문제의 답안 유형1. 제시문의 유기적인 종합
2. 제시문을 종합한 후에 자신의 창의적인 다른 대안 제시
3. 제시문 중의 한 견해를 선택해서 이를 지지하는 논리 펼치기.
4. 제시문 모두에서 ‘주장’ 즉 논(論)을 취하고 이에 대한 설명 즉 술(述)은 창의적으로 쓰기.
이중 가장 많이 출제되는 문제는 1번 ‘제시문의 유기적인 종합’이다. 이는 제시문 안에 답안이 다 있는 경우다. 연세대의 경우 올해 논술 시험에 대해 “우리는 ‘정답이 있는 문제’를 지향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고려대의 경우, 3개 문항으로 출제되던 것을 지난해부터 4개 문항으로 나누었다.
이는 답안의 방향을 좀 더 세분화하고 제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므로 답안의 방향이 정해져 있는 이런 경향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대의 경우도, 지난 시험에서 제시문의 글자 수가 1만자를 넘었는데, 이렇게 제시문이 길어지는 것은, 창의력보다 독해력의 중요성이 증가함을 의미한다.
1번 유형의 예를 들어 보자.
다음의 제시문들을 참고하여 돈과 행복과의 관계를 기술하고,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 및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에 대한 본인의 견해를 제시하시오.(2008서울여대 B형 문항 2)
<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현재까지 영국인과 일본인이 느끼는 삶의 만족은 거의 변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들의 실제소득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독일, 프랑스, 그리고 거의 모든 서구 산업국가에서도 비슷한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엄청난 소득의 증가와 생활수준의 향상은 사람들을 더 만족하게 만들지 못했다. … 그렇다면 돈이 사람들의 성격을 파괴한다거나 아니면 덜 행복하도록 만든다는 말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돈은 분명하게 더 많은 만족을 보장한다. … 일본이나 독일과 같은 부유한 나라의 주민들은 평균적으로 시에라 레온이나 미얀마의 주민들보다 훨씬 더 만족스런 삶을 살아간다. 이들 주민들에게는 깨끗한 식수나 교육, 의사는 독일인이 달나라 여행을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이루기 힘든 일이다.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들이 만족되지 않는 한 아무도 ‘가난하지만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다. 하루에 2유로 50센트도 안되는 돈으로 목숨을 지켜야 하는 인류의 절반에게는 돈을 갖는 것이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가 된다. 돈은 그들에게 순수한 행복을 의미할 수 있다.
<나>
최근 세계 경제는 보기 드문 호황을 누리고 있다. 2000년 이래 연평균 성장률이 3.2%에 달한다. 건실한 성장,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요즘 일부에선 그 이상을 요구한다. 자본주의가 인간에게 성장과 함께 행복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경제학이 경제성장이나 돈 이상의 무언가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은 요즘 유럽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영국 보수당 리더인 데이비드 카메론은 그 대표적 주창자다.
그는 전통적인 국내총생산(GDP) 대신 ‘총 행복(GWB: General Well-being)’이란 개념을 주장한다. 그의 주장은 경제학과 심리학을 결합한 소위 행복경제학에 근거하고 있다. 행복경제학의 논리는 단순하다. 사람들에게 행복한가, 불행한가 등을 묻고 이에 응답한 결과를 논거로 삼는다. 이에 따르면 부자들은 대체로 가난한 사람보다 더 행복한 걸로 나타난다.
그러나 국가별로 보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풍요한 국가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가난한 국가의 국민들보다 더 낮게 나오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 주된 이유는 자본주의가 사치품을 필수품으로 변화시키는 속성이 있다는 사실로 설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부자 국가 국민들은 높은 수준의 생활을 유지하면서도 만족도는 낮게 나타난다.
<다>
1995년 미국 코넬대 심리학과 연구팀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감정을 분석한 결과 동메달리스트들의 행복도가 은메달리스트들보다 더 높았다. 은메달리스트는 "한 발짝만 더 나갔어도 금메달이었는데…" 라며 금메달리스트와 자신을 비교하지만 동메달리스트는 "까딱 잘못했으면 메달을 따지 못할 뻔 했다"며 동메달을 땄다는 사실에 큰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프레임’(Frame)은 흔히 창문이나 액자의 틀, 안경테를 의미한다.
이것은 모두 어떤 것을 보는 것과 관련이 있다. 심리학에서 ‘프레임’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을 의미한다. 어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세상을 관조하는 사고방식, 세상에 대한 비유,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 우리는 프레임을 통해서 채색되고 왜곡된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일상에서 가장 많이 작용하는 프레임 중 하나는 ‘자기 프레임’이다. 연극의 주인공이 아닌데도 많은 사람들은 자신에게만 조명이 비친다고 착각하며 필요 이상으로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쓴다.
<라>
2006년 영국 신경제학 재단(NEF)이 세계 178개국을 대상으로 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 호주 옆의 작은 섬나라 바누아투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바누아투의 국내총생산은(GDP)은 전 세계 233개 국가 중 207위다. 2위는 콜롬비아, 3위는 코스타리카다.
조사는 삶의 만족도와 평균 수명, 생존에 필요한 면적과 에너지 소비량 등의 환경적인 여건 등을 종합해 산출한 것이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102위다. 2006년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경제 규모에서는 이미 세계 10위에 올랐다. 또 지난 40여 년간 1인당 국민소득은 무려 200배 이상 늘어났다.
해제>이 문제는 제시문을 분석하고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전형적인 문제다. 그렇다면 먼저 ‘분석’을 잘 해야 한다. 우선 논제가 말한 ‘돈과 행복과의 관계’,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 등을 염두에 두면서 각 제시문을 정리해보자.
각 제시문의 정리>가>돈을 갖는 것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시에라리온이나 미얀마의 주민들에게 돈은 순수한 행복을 의미할 수 있다.
나>풍요한 국가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 지수가 가난한 국가 국민보다 낮게 나올 경우가 있다. 이는 자본주의가 사치품을 필수품으로 변화시키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동메달리스트의 행복도가 은메달리스트의 행복도보다 더 높다. 행복도의 결정에 있어서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 어떤 것인지가 중요하다. 필요 이상으로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쓰는 것은 행복에 걸림돌이 된다.
라>한국인의 행복지수는 102다. 한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10위이며 지난 40여년간 1인당 국민소득은 200배 이상 늘었는데도 한국인은 스스로를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정리하면, <가>는 “돈이 행복에 필수적이다.” <나>는 “돈이 행복에 충분조건은 아니다.”라는 주장임을 알 수 있다. 이는 논제가 말한 ‘돈과 행복의 관계’를 나타낸다.
그런데 <다>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돈’ 얘기는 없다. 그러므로 이는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내용일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그것은 “행복도의 결정에 있어서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 어떤 것인지가 중요하다.” “필요 이상으로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쓰는 것은 행복에 걸림돌이 된다.” 등 2가지이다. <라>에서 한국인의 국민소득이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이 스스로를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이런 시각에서 설명할 수 있다.
여기까지 오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변화는 자동적으로 나온다. 그것은 잘못된 ‘마음의 창’을 바로잡는 일일 것이다. 그것은 은메달리스트가 아니라 동메달리스트의 마음의 창을 갖는 일이며,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해서 불행해하기보다 자신이 갖고 있는 것에 행복을 느끼는 마음의 자세를 갖는 일이다. 이런 내용으로 다음과 같은 개요를 짤 수 있다.
개요>돈은 행복을 위한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는 돈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 왜곡돼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가 갖고 있는 것의 풍부함과 중요성”을 깨닫고 이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개요를 짜고 난 다음에는 제시문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살을 붙여나가면 그것이 예시답안이 되겠다.
예시답안>돈은 행복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극빈에 시달리고 있는 시에라리온이나 미얀마의 주민들에게 돈은 순수한 행복을 의미할 수 있으며 돈을 갖는 것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가 된다. 그러나 돈이 행복을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다. 풍요한 국가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 지수가 가난한 국가 국민보다 낮게 나올 경우가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돈과 행복과의 관계)
이는 행복도의 결정에 있어서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자본주의 사회는 생활에 꼭 필요치 않은 사치품이라도 갖고 싶게 만듦으로써 이를 갖지 못한 서민들을 결핍감에 시달리게 한다.
또 동메달리스트보다 한 단계 위인 은메달리스트가 금메달을 못 딴 아쉬움을 진하게 느낌으로써 동메달리스트보다 행복을 덜 느끼는 것도 이 ‘마음의 창’이 다르기 때문이다.(한국인의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 이론)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102위로, 세계 10위의 경제규모를 갖춘 나라치고는 매우 낮다. 이는 한국인이 자신들이 이룩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기보다 현실을 당연한 것으로 느끼고 자기보다 더 물질적으로 우위에 있는 사람들과 비교를 하기 때문일 것이다.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씀으로써 꼭 없어도 되는 사치품을 갖겠다는 불필요한 욕망을 갖고 있는 것도 불행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 이론의 적용)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 40년간 200배 이상 늘었기 때문에 한국인은 행복을 위한 물질적 필수 조건은 갖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한국인이 행복지수를 올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경쟁심이나 사치심을 버리고 자신들이 이미 갖고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는 마음의 자세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변화) (777자)
해설>이 문제는 이렇게 답하는 문제다. 그런데 사실은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는 이것 말고도 많다. “통일이 되지 않고 북한이 핵무기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 얄미운 나라 일본이 이웃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너무 다혈질이라서,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옛날에 있던 한국인의 정이 현대에 와서 메말랐기 때문이다” 등등으로 얼마든지 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답은 모두 오답이다. 문제는 제시문에 답을 정밀하게 숨겨두고 “이를 참고하여 답하라”고 하는데, 그것을 도외시한 채 제시문과 전혀 관계없는 답을 하는 것은 출제 의도를 거스른 것이어서 논점일탈의 판정을 받게 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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