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8일 금요일

학부모가 추천서에 감 놔라 배 놔라, 美선 상상도 못할 일


英이튼 등 해외 학교들도 교사에게서 추천서 받고 사실 여부 철저하게 확인
우리나라에 추천서를 제출하는 대입 입학사정관 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2009년이다. 외국어고·과학고 등 특목고 입시에서 추천서를 받은 것은 2010년부터이고, 국제중은 2009년 개교했다. 교사 추천서 제도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지 길어봐야 3년밖에 안 된 것이다.

아직 추천서의 의미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광범위한 왜곡·편법 등 후진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대학이나 특목고·국제중은 교사가 추천서를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보여주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래야 추천서 내용이 객관적이고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험생 학부모 중에는 "추천서를 잘 써달라" "○○ 내용은 꼭 넣어달라"고 교사에게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교사 중에서도 학생을 옆에 앉혀놓고 추천서에 들어갈 내용을 물어가며 쓰거나, 아예 학생에게 써오게 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한국의 입학사정관 제도가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 입시에서는 추천서 문화가 안정적으로 정착됐다. 학부모나 학생이 추천서를 잘 써달라고 추천자에게 압력을 넣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한다.

학생이 추천서를 직접 보거나 내용을 아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로 통한다. 추천서를 써주는 사람은 자기가 써주는 추천서에 대해 큰 책임 의식을 느끼고, 그렇게 작성된 추천서는 각종 기관으로부터 신뢰를 받는다.

미국 고교 출신 박모(30)씨는 "대학에 제출하려고 교과목 선생님에게 추천서를 부탁했더니 첫마디가 '나는 너에 대해 굉장히 솔직하게 쓸 텐데 괜찮겠냐'는 것이었다"며 "학생이나 학부모가 추천서 내용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영국 역시 대학뿐 아니라 이튼 등 유명 사립중학교도 초등학교 교사로부터 추천서를 받는다. 추천서를 받는 학교는 학교에 전화를 걸어 내용이 사실인지 꼼꼼하게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주한 영국문화원 관계자는 "추천서가 신뢰받기 때문에 입학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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