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9일 토요일

남녀공학 '내신 1등' 남학생들 비결.


수행평가, 성실함으로 女보란듯 만점!

남녀공학 '내신 1등' 남학생들 비결.
아들 가진 엄마들은 남녀공학 고교를 싫어한다. 이유는 여학생에게 뒤지는 내신 때문. 하지만 남녀공학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남학생들은 "남녀공학이라고 해서 특별히 남학생에게 불리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여학생들은 국어나 영어, 암기과목 등에서 강세를 보이지만, 이해력과 응용력이 중요한 수학·과학에서는 남학생이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송종현군은 "체력이 강한 남학생이 시험기간에 더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고, 2~3학년에 올라가면서 성적을 뒤집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0¬ tøÀ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서울 상명고 3 송종현군, 서울 상명고 3 이민우군, 서울중앙대부속고 3 국경환군, 서울 한영고 2 권이규 군. /이경민기자 kmin@chosun.com
◆수행평가 만점 비법은 성실과 정성
남학생들이 내신에 약한 이유는 대부분 ‘수행평가’ 때문이다. 섬세한 솜씨로 과제물을 해오는 여학생들의 실력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내신 고수 남학생들은 “수행평가 성적은 성실함과 정성이 좌우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중앙대부속고 3학년 국경환군은 “수행평가 자체는 그리 어려운 과제가 아니다. 자기소개서 쓰기, 공부내용 제출하기, 교과서 뒤 활동하기·생각해보기 등을 하고 보고서나 논술문 쓰기 등이라 남학생이라고 특별히 어려울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남학생들이 수행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 주요 원인은 ‘성실성 부족’이다. 아직 내신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1학년 남학생의 경우에는 한 반의 30%가량이 과제를 제출하지 않거나 기한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 서울 상명고 3학년(이과) 송종현군은 “정성껏 기한에 맞춰 제출하면, 선생님도 남학생임을 감안해서 점수를 주신다. 제 경우에도 기술가정 시간에 그리 훌륭한 솜씨가 아니지만, 바느질을 잘했다는 칭찬을 받았다. 또 실제로 해보니 여학생과 크게 실력 차이가 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수업 필기나 공부 내용 정리는 쉬운 것 같지만, 글씨가 악필이고 꼼꼼하게 정리하지 못하는 남학생들에게는 어려운 수행평가 중 하나로 꼽힌다. 남학생들은 “항목별, 중요도에 따라 형형색색으로 정리된 여학생들의 필기는 도저히 따라가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이는 꼭 여학생들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서울 한영고 2학년 권이규군의 교과서와 부교재, 노트는 여학생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깔끔하다. 권군은 공부와 수행평가를 분리하지 않고, 평소 공부할 때 교재와 노트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방법을 택했다. 문제 풀이 방법이나 관련 개념을 색 볼펜으로 정리한다. 선생님이 과제를 검사하거나 나중에 자신이 공부할 때 보기 편하도록 한 것이다. 상명고 송종현군도 수업시간에는 교과서에 연필로 필기하고, 매일 복습하면서 색깔 볼펜으로 다시 정리하는 습관을 들였다. 권이규군은 “수행평가를 귀찮게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수행평가와 내신 공부는 서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어의 단어 외우기나 해석 쓰기 등은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하고, 그 시간에 다 하지 못하면 집에 돌아가서 그날 안에 반드시 해결해요. 또 달력에 영단어 쪽지시험일을 표시해두고, 전날 반드시 외우죠. 또 일본어나 기술가정, 한문, 경제 등은 이과생인 제가 관심 없는 과목인데, 수행평가 과제를 성실히 하면 암기하는 데 큰 도움이 돼요.”

국경환군은 “수업시간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수업 중 선생님의 질문에 큰소리로 대답하면서 적극적으로 호응하면, 선생님과 친해질 수 있고 쏟아지는 졸음도 물리칠 수 있다. 서울 상명고 3학년(문과) 이민우군 역시 “수업시간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선생님도 ‘수업에 성실한 만큼 수행평가도 잘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생각하신다”고 덧붙였다.

“수행평가는 나만 하는 게 아니라 전교생이 똑같이 하는 것이니까 귀찮다거나 시간이 아깝다고 여기지 마세요. 수행평가를 미루면 나중에 기한이 다 됐을 때 여러 개가 몰려서 더 힘들어질 수도 있어요. 제출기한을 미리 확인해서 부담되지 않도록 조절하고, 점심시간, 쉬는 시간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지혜도 필요합니다.”

조별 과제에서 적극성을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남녀합반인 학급의 경우, 조별 과제가 주어지면 ‘내가 안 해도 여학생이 알아서 하겠지’라고 생각하는 남학생들이 많다. 말솜씨가 여학생보다 부족하기 때문에 발표에 소극적이기도 하다. 내신 고수 남학생들은 “남학생들은 발표력이 부족한 대신 컴퓨터 실력이 뛰어난 경우가 많으므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드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하라”고 입을 모았다.

0¬ tøÀ 권이규군의 수업 교재와 노트.
◆시험 3주 전부터 수업 내용 중심으로 철저히 복습
내신 고수 학생들은 대개 학교시험 3주 전부터 공부를 시작한다. 국경환군은 “3주 전부터 일주일 단위로 계획을 세워 공부하되, 잘 못하는 과목을 가장 먼저 시작한다. 1학년 때는 영어, 2학년 때는 국어와 같이 해마다 약점이 되는 과목을 찾아서 보완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무리 범위가 정해진 학교시험이라도 3주 만에 완벽하게 공부하긴 어렵다. 평소 일주일에 한 번 주말마다 그 주의 수업내용을 복습한다”고 덧붙였다.

권이규군은 3주 전에는 공부 속도가 가장 빠르고 자신 있는 수학·과학을 공부하고, 2주 전에는 주요 과목 중 가장 실력이 부족한 국어를 집중적으로 본다. 일주일 전에는 기술가정·음악·미술 등 암기 과목 공부를 시작하되, 주요 과목도 매일 한 과목씩 복습한다. 권군은 “수업시간에 사용하는 교재로 공부하며, 선생님이 강조한 부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민우군은 “수업 시간에 쓰는 교재는 같은 것을 두 권 산다. 깨끗한 교재에 수업 내용을 옮겨 적고 문제를 다시 풀어보면서 복습한다”고 밝혔다. 시험공부는 한 과목을 몰아서 하지 않고, 하루에 시험범위의 10%씩 분산해서 여러 과목을 본다. “사회 교과는 문제를 풀면서 문제에 녹아 있는 개념, 제가 모르거나 기억나지 않는 개념 등을 다시 공부한다. 문제를 풀 때는 모르는 것이 있어도 일단 넘기고, 나중에 사전을 찾듯이 교과서로 해당 개념을 찾아본다”고 공부비결을 밝혔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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