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9일 토요일

"행복한 성장이 성공적인 삶 이끌죠"

문용린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에드 디너 미국 일리노이대 심리학과 석좌교수는 "17세에 행복도가 높은 아이일수록 40세에 높은 연봉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문용린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전 교육부 장관)는 30년 연구 성과와 세계 유수 교육기관들의 실험을 바탕으로 '행복한 성장의 조건'이라는 책을 통해 '행복 교육'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다음은 문 교수와의 일문일답.

문용린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Q. '행복한 성장의 조건'이라는 제목이 흥미롭다.
지난 3월 신간을 출간했다. 공교롭게도 카이스트 학생들의 자살 사건과 책의 출간 시기가 맞아 떨어졌다.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들의 입시 스트레스가 대학까지 이어지면서 어쩌면 예견된 일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고진감래형' 교육을 강요하고 진행해왔다. 미래의 출세와 성공을 위해서 지금의 고생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확실하지도 않은 미래의 막연한 성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저당 잡혀야 했던 것이다. 현재가 행복하지 않으면 미래도 행복하기가 쉽지 않다. 이제는 우리나라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책을 출간하게 됐다.

Q. '행복하다'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를 것 같은데.
당연하다. 아인슈타인이나 피카소 같은 위인부터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주커버그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통해 성공적인 삶을 살았고 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 역시 행복의 기준이 각각 다르다. 행복은 단순한 쾌락이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꿈을 위해 노력을 즐기며 고통을 감수하는 것이 행복이다. 좋아하지도 않은 일을 억지로 하거나 매일 베짱이처럼 노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요즘 대세로 통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출연자들도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이나 미션을 피하지 않고 즐기며 이겨내고 있다. 자신의 꿈에 대한 도전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꿈을 이뤄가기 위한 과정 속의 고통을 즐겁게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야 말로 행복한 사람인 것이다.

Q. 내 아이의 행복한 성장을 위한 5가지 조건을 말하고 있는데.
아이가 행복하게 성장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긍정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 긍정적 가치관은 현재를 즐겁게 만들고 미래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두 번째로 몰입능력이 중요하다. 일의 결과나 성패에 연연하지 않고 일 자체에 몰입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능동적인 몰입은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하고 목표를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세 번째는 만족지연능력이다. 자신이 뜻한 바를 위해 힘들고 어려운 자기계발의 과정을 마다하지 않고 자의에 의해 참아내는 능력이다. 네 번째는 자기결정력이다. 자기결정력이란 목표를 이루기 위한 행동을 스스로 결정하는 힘이다. 아이가 자신감을 갖고 스스로 행복한 삶을 개척하려면 선택의 순간에 자신을 믿는 힘, 바로 자기결정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도덕지능이 필요하다. 도덕성이 높은 사람은 남을 배려하며 느끼는 최고 수준의 행복을 맛볼 수 있다. 또한 다양한 강정을 통해 사회적 성공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Q. 아이가 행복하기 위해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
내 아이가 현재 무엇을 하면서 즐거워하고 행복해 하는지 행복의 수준을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의 가능성을 믿고 한 걸음 떨어져 아이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자녀와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아이의 강점을 발견하고 꿈을 찾아가도록 배려해야 한다. 나도 우리 아이들의 진로 문제로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 부모들은 흔히 자신이 자녀에게 바라는 꿈과 아이의 꿈이 다를 때 크게 실망을 하고 고통을 느낀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둘째 아이가 체육교육학을 전공한다고 했을 때 더 큰 꿈을 꾸길 원했었다. 내가 아이와의 의견 차이를 좁히기 위해서 선택했던 방법이 바로 여행이었다. 여행을 통해 아이와 나의 입장 차이를 좁히고 아이를 더 깊이 있게 알게 됐다. 만약 자녀와의 의사소통이 문제가 된다면 하루라도 시간을 내 아이와 여행을 떠나라고 조언하고 싶다. 아이는 부모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아바타가 아니다. 아이가 자신의 꿈을 향해 즐겁게 달려갈 수 있도록, 아이의 현재가 행복할 수 있도록 사랑하고 격려하고 조언하는 부모가 되길 바란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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