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9일 토요일

잠재된 열정 깨우는 ‘코치형 부모’가 돼라

지금 40~50대인 기성세대가 청소년이었던 시절에는 그 윗세대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삶의 큰 경로를 안내해 줄 수 있었다. 인생의 성공과 실패의 대략적인 기준도 명시적으로건 암묵적으로건 쥐어줄 수 있었다. 왜냐하면 세상 흐름에 대한 의견은 달라도 토론과 논쟁의 공통이슈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멀게는 1990년대 중반의 IMF 이후로, 가깝게는 세계 금융 위기 이후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여지는 급속도로 좁혀져가고 있다. 의견도 다양성을 넘어 파편화되고 있다. 과연 지금의 청소년들에게도 이전 세대들에게 주어졌던 그런 삶의 안내와 성공 기준이 통용될 수 있을까?

근대 계몽주의 이후 교육은 A에서 Z까지 시작과 끝이 분명한 백과사전 식 지식 습득 과정으로 구성되어 왔다. 이렇듯 출발지와 목적지가 고정된 기차(train)형 교육은 집단 교육이 가능하지만 행로를 바꾸기가 어려워 변화 속도가 빠른 지금의 시대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마차(coach)에서 유래한 코칭은 소수의 승객을 태우고 유연하게 길을 찾아가는 창의적 교육에 적합하다. 코칭은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하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 서구를 중심으로 확산되어 왔다. 특히 미국 뿐 아니라 프랑스 같은 곳에서는 코칭이 인문학과 경영학 등의 통합 학문 분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미지의 세계를 돌파해야 하는 새로운 세대에게는 기차형 교육 보다 마차형 교육이 더 적합하다. 그러나 두 가지 형태의 교육은 상당 기간 공존할 전망이다. 기차형 교육은 대량 교육을 겨냥한 인증제도 등을 통해 더욱 표준화되고 있으며, 마차형 교육은 창의적 목표와 최상의 성과를 지향하는 소수 중심의 프로그램형 교육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학부모의 역할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우선 기차 레일 위를 달리는 획일적인 기차형 교육 방식을 점차 내려놓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대응하는 마차형 교육을 지향해야 한다. 자녀 코칭 전문가들은 출생 후 6세까지는 교사 부모, 7세부터 13세까지는 관리자 부모, 그리고 사춘기가 본격화되는 14세경부터는 코치 부모가 되는 것이 적합하다고 권유한다.

학부모들은 자녀에 대해 흔히 지시와 방임 사이를 오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코치로서 학부모는 삶의 의미나 공부를 하는 목적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도록 질문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장래 네 꿈이 이루어진다면 어떤 사람들이 가장 큰 혜택을 보겠니?"라던가 혹은 "네가 30년 후에 노벨상을 받게 되었다면 어떤 업적 때문이겠니?" 같은 질문이다. 코칭에서 "가정 질문"이나 "기적 질문"으로 불리는 이런 질문은 일정한 시간 이후의 지점에서 현재를 바라보는 성찰 효과와 함께 잠재되어 있는 열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른바 글로벌 시대는 언제 폭풍이 닥칠지 모르는 바다와 같다. 그러나 공부나 삶의 의미와 목적지가 분명한 사람은 세파에 쉽게 요동하지 않는다. 때로는 비바람이 몰아치고 파도가 험해 잠시 닻을 접거나 돌아갈지라도 절대 포기하지는 않는다. 그런 인재로 키울 수 있는 코치 부모로의 변화가 무엇보다 절실한 시대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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