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9일 토요일

아는 문제 틀리는 이유? 실수 아니라 '착각' 때문!

모르는 내용도 친숙하면 안다고 인식
남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진짜 지식'

"다 아는 문제였는데…."

A군(18)은 시험기간이 끝난 뒤 선생님의 문제 풀이 시간마다 한숨만 쉰다. 다 아는 문제였지만, 시험 때만 되면 알고도 틀리는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이다.

"분명히 아는 문제인데 결과를 보면 늘 오답이라 공부할 의욕도 안 나고, 열심히 해도 시험 뒤엔 불안하기만 해요."

아는 문제는 도대체 왜 틀리는 것일까?

인지과학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기억력과 메타인지(Metacognition)의 문제"라고 설명한다. '메타인지'란 '내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를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아주대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는 "대부분의 상위권 학생들은 메타인지 능력이 뛰어나다. 단순히 공부한 내용이 친숙하고, 많이 봤다고 해서 자신이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기억의 정확성이 떨어지거나 피상적으로 공부해 모르는 내용임에도 안다고 착각했던 문제들을 두고 '아는데 틀렸다'고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틀리는 문제는 결국 자신이 '알았던 내용'이 아니란 설명이다.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 최상한 연구원은 "시험 문제는 가치 판단 문제가 아닌 사실 여부를 가리기 위한 것이다. 답을 알았던 순간에 맞힐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틀린 이유(실력, 기억 실패)를 인정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메타인지 능력을 높이고 시험 때 실수를 줄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남에게 자신이 아는 것을 설명하기'다. 미국 명문대에서 스터디 그룹을 통한 토론, 발표가 활발한 이유다. 김 교수는 "남에게 '왜냐하면~'으로 이어지는 설명이 가능하면 '진짜 지식'이다. 거울을 보고 혼자 아는 내용을 설명하는 것도 좋다"고 전했다. 시험지를 제출하고서야 답이 떠오르거나 자주 배운 내용을 잊는다면 기억력의 문제다.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조양석 교수는 "공부한 내용은 장기기억으로 저장되는데, 기억한다고 해서 늘 유용한 것이 아니다. 필요할 때 인출돼야 한다. 새로운 정보가 머릿속에 입력됐을 때 기존에 알고 있던 정보와 관련지어 암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종 집 현관문 비밀번호나 친한 친구의 전화번호를 잊는 이유도 연계되지 않은 '개별적인 기억'이기 때문이다. 최 연구원은 "한 과목을 공부하더라도 다른 과목, 파트와 연계하거나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하는 습관이 실수를 막는다"고 조언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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