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9일 토요일

평범함 을 약점이라 생각하지 마세요

입학사정관제(이하 입사관) 전형으로 대입 지원 서류를 준비하는 수험생이 종종 학부모에게 이런 푸념을 한다고 합니다. "엄마, 저는 집안이 찢어지게 가난하지도 않고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도 아니고, 불치병을 극복한 적도 없으니…. 자기소개서에 쓸 역경 극복 사례나 이야깃거리가 없어요."

자식이 대학을 갈 수 있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라도 한다는 우리나라 부모님들은 자식의 농담 섞인 하소연에도 얼마나 안타까울까요? 학교의 교수님들마저 부모 입장에서 이와 비슷한 하소연을 하시는 것을 보면, 입사관제 전형을 보도하는 언론이 얼마나 영향력이 큰가를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됩니다.

입학사정관제도 도입 초기, 대중들의 이해를 돕는다는 취지로 입사관 전형으로 합격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를 소개하는 기사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생생한 사례가 유익할 때도 있었지만, 언론에 소개되는 합격 사례들은 새로운 평가 방식이 아니고서는 합격이 어려웠을 법한 독특한 이력을 가진 학생 사례가 주를 이뤘습니다. 어느 때는 마치 유행처럼 '역경극복 사례'에 관한 시리즈 기사가 소개되기도 했죠. 이런 '드라마틱한' 사례가 퍼지며 '입사관제는 다양한 특성과 조건의 학생에게도 대학진학의 기회가 주는 것'이라고 해석한 사람이 얼마나 됐을까요? 오히려 입사관 제도가 '나에게 유리한 기회'인지 아닌지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했을 뿐입니다.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동아리를 직접 만든 학생의 사례가 보도되며 학교마다 동아리 창단 붐이 일고, 사교육 시장에 '자기주도력 향상 ○주 프로그램' 등이 개설된다는 얘기를 들을 때면 걱정이 앞섭니다.

하지만 입사관제로 합격한 대다수 학생들의 공통점은 '평범함'입니다. 입사관제는 고도의 특이사례에 해당하는 학생들만을 선발하기 위한 제도가 아닙니다. 입사관의 업무 가운데 고등학교 교육과정 운영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주요한 일 중 하나인 이유입니다. 결론은 언론에 등장하는 합격생의 사례처럼 고교 현장에서 그처럼 독특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고, 실제 운영되는 학교프로그램도 학교마다 그 범위나 내용이 유사하다는 점입니다. 입사관들은 그러한 상황을 모두 포괄하여 학생들을 평가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활동 내용이 너무나 평범하거나, 혹은 입사관의 마음을 울리는 역경조차 없어서 저평가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그야말로 기우일 뿐입니다. 입사관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솔직하게 보여주세요. 눈길을 끌기 위해 여러 어색한 사례를 든 지원서를 보면 "우리 집은 가난해. 우리 집 기사님은 가난해요, 정원사도 가난하고요…"하면서 어린 시절 우스갯소리를 하던 일이 생각나기도 한답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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