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8일 금요일

두 달도 남지 않은 수능, 금쪽같은 시간 관리 이렇게


안수진 서울대 법학부·드림컨설턴트 멘토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이 기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상당히 많은 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수험생 입장에선 가장 귀중할 수도 있는 마지막 시간, 어떻게 활용하는 게 좋을까요? 제 경험에 비춰 말씀드릴까 합니다.

plan1 주요 과목 공부는 매일, 조금씩

학습 계획을 짜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계획이 구체적일수록 목표의식도 명확해지거든요. 목표량을 달성했을 때의 성취감은 다음 공부를 의욕적으로 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요즘처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땐 계획 짜는 데 시간을 너무 투자하지 않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 시기엔 꼼꼼하게 세워놓은 계획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마음이 조급해져 의욕이 저하될 수도 있어요.

제가 수험생일 땐 과목별 시간을 일정하게 분배해 학습 계획을 세웠습니다. 보충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과목엔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죠. 하지만 부족한 과목을 하루 종일 붙잡고 있는 것보다는 매일 한 시간씩이라도 투자해 주요 과목을 들여다보는 게 좋습니다.

오전부터 시간을 낼 수 있는 날이 있다면 수능 당일 해당 과목 시험 시간에 맞춰 그 과목을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전 주로 주말이나 자습 시간을 활용했는데요. 점심 식사 후 수업이 자습 시간으로 대체될 때마다 무조건 외국어영역을 공부하는 식이었죠. 물론 실제 수능을 치듯 매번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얘긴 아닙니다. 그 시간에 해당 과목을 공부하면서 머리와 몸을 수능 당일 환경에 익숙해지도록 만드는 거죠.

plan2 문제 풀이, '많이'보다 '제대로'

몇몇 수험생은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 최대한 많은 문제를 접해야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친구들은 이맘때 모의고사 기출문제집을 파고들곤 하죠. 하지만 여러분이 푼 문제가 수능에 그대로 나올 확률은 제로(0)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문제의 양(量)에 집착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문제를 '많이' 푸는 것보다 중요한 건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시험 당일에 틀리지 않도록 '제대로' 숙지하는 겁니다. 문제집 속 문제를 전부 풀 필요도 없습니다. 늘 틀리는 문제, 대략적으로 훑어봤을 때 풀이법이 머릿속에 곧바로 떠오르지 않는 문제 위주로 골라서 풀어도 괜찮습니다.

다음으로 할 일은 난해한 문제들을 '나만의 방식'으로 정리하는 겁니다. 해당 문제를 오려내 오답노트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전 그보다 노트에 '문제 유형'과 '(문제 풀이에 필요한)키워드'를 간단히 적어두는 방식을 추천합니다. 계속해서 틀리는 유형과 관련, 좀 더 쉬운 풀이법을 발견했다면 이전 정리 부분 옆에 간단히 메모해놓는 거죠. 시험장에 갈 땐 그 노트 한 권만 들고 가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며 풀이법을 되새기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수능 당일 난생처음 보는 문제가 나와도 당황하지 않고 노트 정리 내용을 활용,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노트 정리 방식은 오답노트 작성 방식보다 시간이 적게 들고 시험장에서의 활용도 역시 높은 편입니다.

plan3 암기 공부는 자투리 시간 활용을

수능 과목 중엔 '무조건 많이 외워야 하는' 것도 있습니다. 이런 과목을 공부할 땐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보세요. 단어장 만들기 같은 방법은 많이 들어보셨을 테니까 전 좀 다른 요령을 알려드릴게요.

제 경우, 이동하면서 단어장을 보는 게 불편하고 특히 버스에서 글을 읽으면 멀미가 날 것 같았습니다. 고민 끝에 MP3 플레이어에 제 목소리를 녹음한 후 그 파일을 듣는 방식으로 이동 시간을 활용했습니다. 잘 외워지지 않는 내용을 녹음하면서 한 번, 반복해 들으면서 다시 한 번 숙지할 수 있었죠. 성우가 녹음하듯 유창하게, 실수 없이 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습니다. 손으로 필기할 때 주요 내용에 밑줄 치고 별표 그리듯 "이건 굉장히 중요해. 잊지 마!" 같은 구어체를 곁들여도 괜찮습니다. 특히 중요한 부분은 천천히, 또박또박 읽으시고요.

이 방법은 자신의 목소리로 공부할 내용을 듣는 것이어서 귀에 착착 감기는 데다 덜 지루하다는 게 장점입니다. 녹음 분량은 (언제든 반복할 수 있도록) 1개 파일당 5분을 넘기지 않는 게 좋습니다. 물론 녹음 파일을 들으며 관련 필기 내용까지 볼 수 있다면 더 효과적이겠죠.

공부 자체보다 중요한 건 건강, 그리고 긍정적 마음가짐입니다. 몸과 마음이 편안해야 수능 당일,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수능일 내 실력의 정점을 찍겠다'는 포부로 지금부터 하루하루 차분히 준비해나가시기 바랍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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