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9일 토요일

우주 비밀을 찾아서’ 宇宙 생성 반물질

“성냥개비를 100억개로 쪼개고 또 쪼갠 공간에서 宇宙가 생성 ”

우주는 137억년 전 지구는 45억년 전 생성 인간은 200만년.
한때 소립자들의 세상 신의 입자 ‘힉스’와 ‘암흑물질’의 존재를 찾아

김수봉(51)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팀이 전남 영광 원자력발전소 인근 두 곳에 지하 터널을 파 '중성미자 검출 장비'를 설치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중성미자란 우주 생성 당시 나온 가장 작은 소립자다. 원자(原子)의 1억분의 1 크기다.

―정부 연구비 116억원이 들었다. 우리 삶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1830년경 패러데이는 자기(磁氣)가 전기를 유도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당시 그에게 '이 발견이 일상생활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 물었다면 '모른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원리는 발전기, 욕실에서 사용하는 전동칫솔의 충전, 전기밥솥, 교통카드, 공항의 금속탐지기 등 지금 우리 생활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래도 우주의 문제는 너무 멀지 않은가?

"왜 먼가? 우리 존재가 우주에서 나왔다."

―무슨 근거로 말하는가?

"우주대폭발(빅뱅) 뒤 3분쯤 됐을 때 수소와 헬륨이 생겨났다. 이 두 원소가 핵융합을 일으켰다. 더 복잡한 원소가 만들어졌고 이들이 모여 별(星)들이 됐다. 인간을 포함한 우주의 모든 물질이 이들 원소로 비롯됐다.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는 옛말은 과학적으로 맞다. 소립자는 이들 원소보다도 더 작은, 더이상 쪼개지지 않는 단위다. 이 소립자의 성질을 알아내는 게 태초 우주를 이해하는 관건이다."

세 차례 장문의 이메일을 서로 주고받은 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정말 어렵군요" 그의 한숨까지 보내온 뒤, 서울대에서 만났다. 울긋불긋 봄꽃이 만개해있었다.

그는 '중성미자'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물리학자다. 서울대를 나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태양에서 생성된 중성미자 측정'으로 박사논문을 썼다. 1987년에는 '초신성의 폭발에서 방출된 중성미자'를 최초로 관측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약 25년간 이 소립자를 연구해온 셈이다.

―소립자 연구로 우주생성 당시의 어떤 상황을 어떻게 알 수 있다는 뜻인가?

"대폭발 직후에는 소립자들만의 세상이었다. 우주가 팽창하면서 소립자들 간 상호작용에 의해 결합하면서 물질을 만들기 시작했다. 소립자의 성질이 우주 생성부터 현재 우주까지의 진화를 결정해온 것이다. 가령 현재 우주에는 '물질(입자)'만 존재하고 '반물질(반입자로 이뤄짐)'은 존재하지 않는다."

―'반물질'이라니?

"소립자의 성질을 연구한 결과 우주 생성 당시에는 물질과 반물질이 똑같이 존재했다. 지금은 물질만이 존재한다. 갑자기 반물질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언제 왜 어떻게 사라졌는지 아직 모르고 있다."

―존재했다가 갑자기 사라졌다? 대체 반물질이 뭔가?

"세상 만물에 '음양(陰陽)'이 있다는 걸로 이해하면 된다. '반입자'는 '입자'와 똑같은 질량을 가지지만 반대 전기를 띠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가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전자(-)'의 반입자는 '양전자(+)'다."

―그런 반물질이 존재했다는 걸 어떻게 알 수가 있나?

"실험실 가속기로 우주 대폭발 당시의 상황을 재연한다. 가속기 속에서 높은 에너지를 가진 입자를 충돌시키면 '반입자'가 생성된다. 따라서 우주 생성 당시에는 입자와 반입자가 똑같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지금 반입자가 안 나오는 것은 우주가 팽창하면서 폭발에너지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입자와 반입자가 만나면 빛으로 바뀌는 게 특징이다. 최근 영화 '천사와 악마(톰 행크스 주연)'에서도 반물질이 나온다. 바티칸 교황청을 폭파시키기 위해 가속기에서 만들어진 반물질을 사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물질과 반물질이 똑같이 존재했다면 지금 우주는 온통 빛으로 가득찼을 것이라는 뜻인가?

"우주 생성 뒤로 그렇게 존재했다면 모든 입자는 반입자와 만나 우주 공간은 빛으로만 가득찼을 것이다. 어느 순간 갑자기 '반입자'가 모두 사라졌다. 그 때문에 인간과 같은 생명이 나타날 수가 있었다. 참으로 오묘하지 않은가. 현재의 물리학으론 이 미스터리를 풀 수가 없다. 그래서 소립자가 우주 생성의 비밀을 쥐고 있다고 하는 것이다."

우주에는 12종류의 소립자와 이들 사이에 힘을 전달하는 4종류의 소립자가 있다. 이 중에서 실제로 우주의 물질을 구성하는 것은 원자 내에 존재하는 전자와 쿼크다. 나머지는 서로 충돌에 의해 순간적으로 만들어졌다 사라지거나, 중성미자처럼 우주를 끊임없이 날아다닌다. 대부분 소립자들은 측정됐고 그 성질이 알려졌다. 유독 중성미자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게 많다.

―왜 '중성미자'의 성질은 아직 덜 밝혀졌는가?

"중성미자는 다른 물질과 거의 반응을 하지 않는다. 태양의 핵융합 반응에서 방출되는 중성미자가 매초 수백조(兆)개씩 우리 몸을 통과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런 상호작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원자로에서도 매초 1조×10억개가 방출되나 검출기로는 겨우 하루 수 백개만 측정된다."

―다른 물질과 반응하지 않으면 왜 측정이 어렵나?

"측정을 하려면 검출기 속 물질과 반응을 일으켜야 한다. 그냥 검출기를 통과해버리면 측정할 수 없는 것이다. 틈이 큰 그물을 들어올렸을 때 물고기를 못 잡는 것과 같다."

전남 영광 원자로 근처에 설치된 '중성미자 검출장비'는 약간의 반응조차 민감하게 잡아낼 것이라고 했다. 그의 팀이 직접 설계 제작을 했다. 한 종류의 중성미자가 또다른 중성미자로 바뀌는 일정 비율을 찾아내는 게 목표다. 성과가 있다면 노벨물리학상 후보도 될 수 있다. 그는 일요일마다 버스로 내려가 수요일까지 현장에서 머무른다.

―이런 중성미자의 존재를 처음 누가 어떻게 발견했나?

"1930년 물리학자 파울리가 '관측할 수 없는 전기적 중성인 소립자'의 존재를 가정했다. 핵붕괴 전(前)과 후(後)로 에너지와 운동량 보존 법칙이 성립되지 않아 당시 학자들의 골머리를 썩혔기 때문이다. 핵 붕괴 직후, 보이지는 않지만 에너지와 운동량을 가진 '무엇'이 있다면 이 문제는 해결될 수가 있었다. 중성미자는 '유령'과 같았다. 그 뒤 25년이 지나서야 물리학자 라이네스가 원자력발전소 부근에 검출장치를 설치해 중성미자를 발견해냈다. 이 업적으로 그는 1995년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몸으로 노벨상을 받았다."

'신의 입자' 힉스의 존재 상상도
―태초에 '신의 입자'라는 '힉스(higgs)'가 있다고 들었는데, 이것과도 관계 있는가?

"약간 다르다. 우주의 소립자들이 어떻게 해서 질량을 갖게 됐을까, 그런 의문을 풀기 위해서 나왔다. 1964년 영국 물리학자 피터힉스가 소립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입자를 '힉스'로 가정했다. 힉스가 모든 소립자의 질량을 결정하므로 특별히 신의 입자로 지칭된 것이다."

―소립자의 질량이야 원래부터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원래 어떻게 해서 있게 된 것일까. 물리학자들은 그런 의문을 갖는 것이다."

―신의 보이지 않는 손길을 믿지는 않나?

"물리학자라서…."

―신의 창조론에 의존하지 않으면 너무 힘들구나.

"(웃음)신이 아니라면, 소립자에 질량을 부여한 무엇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걸 '힉스'로 명명했다. 우주 생성 직후에는 온도가 아주 높아 힉스 입자가 만들어졌으나 우주가 팽창하면서 모두 다른 소립자로 바뀌어 사라졌다고 보는 것이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른데, 이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왜?' 하고 묻는 것과 같다. 가령 '가상의 X 호르몬'이 사람의 성격을 결정한다고 알아냈다면 이와 비슷한 논리다."

―'힉스'입자를 발견했나?

"얼마전 이 '신의 입자'를 발견했다는 소문으로 떠들썩했다. 스위스에 위치한 유럽가속기연구소에서 100억여달러를 들여 현재도 찾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힉스를 찾지 못하면?

"소립자의 질량은 원래부터 있었다고 손을 들 수밖에 없겠지."

―우주의 '암흑물질'을 찾는 과학자들도 있다고 들었다. 그건 또 무엇인가?

"대폭발 이후로 우주 팽창 과정을 역으로 계산해보면 현재 우주 질량이 얼마나 존재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관측된 우주의 물질은 불과 5%가 안 된다. 이 중에서 약 70% 이상은 관측되지 않은 에너지로 최근 밝혀졌다. 나머지 20% 이상의 우주 질량은 관측되지 않는 물질, 즉 '암흑물질'로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이 암흑물질이 뭘까. 많은 물리학자들이 이걸 찾고자 노력했다."

―중성미자가 이런 '암흑물질'에 속하는 것인가?

"중성미자에도 질량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내면서 암흑물질의 첫 번째 실체로서 밝혀졌다. 하지만 중성미자의 질량이 워낙 작아 암흑물질의 1%에도 못 미친다. 아직도 대부분의 암흑물질을 모르고 있는 셈이다."

―우주생성은 137억년 전, 지구는 45억년 전이었다. 겨우 200만년 전에 나타난 인간으로서 우주의 비밀을 얼마나 풀 수 있을까?

"인간은 우주 크기에 비하면 티끌 중 티끌에 불과하다. 우리 삶은 우주의 나이에 비하면 찰나보다도 짧다. 그럼에도 인간의 사고는 우주의 처음과 끝을 느끼고 알 수 있다. 최근에는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를 아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됐다. 우주를 거꾸로 거슬러가면 한 점(點)에 모이는 것이 137억년 전으로 나온다."

―우주가 생성되는 바로 그 순간은 어떠했는가?

"아주 작은 '점'과 같은 공간에 모든 물질이 갇혀 있었다. 밀도와 온도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물질은 지금과는 전혀 다르게 쿼크, 전자, 중성미자 등 소립자로 존재했다. 대폭발과 함께 처음에는 엄청난 에너지로 몹시 빠르게 움직였다. 우주가 팽창하고 온도가 내려가면서 이 소립자들은 더 이상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하고 서로 합쳐졌다. 3분이 됐을때 수소와 헬륨이라는 가장 가벼운 원소가 만들어졌다. 그 뒤 핵융합을 일으켜 태양과 같은 별이 탄생했다. 무겁고 복잡한 원소들도 만들어졌다."

―우주 대폭발 직전의 순간이 '점'이라는 게 내 머리로는 그려지지 않는다. 그 '점'은 얼마만한 점인가?

"그 '점'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만 알 수가 없다. 그 직후 상황부터는 현재의 과학으로 대부분 알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냥개비를 100억개로 쪼개고, 그 한 조각을 또 100억개로 쪼개고, 또 쪼갠 공간에서 눈 깜짝할 찰나에 대폭발이 일어나 지금처럼 우주가 팽창했다."

―우주 팽창 속도는 일정한가?

"팽창 속도는 일정치 않다. 점점 빨라진다. 지구로부터 326만광년(빛의 속도로 326만년이 걸리는 거리)에 떨어진 은하는 1초에 50km의 속도로 멀어진다."

―우리는 점점 태양과도 멀어지는가?

"지구와 태양 사이는 만유인력에 의해 함께 붙어서 팽창해 서로 간의 거리는 변하지 않는다. 지구와 달 사이도 마찬가지다."

―우주의 팽창이 언제 멈출 것인지?

"끝없이 계속 팽창할지, 팽창을 멈추고 다시 수축을 할지는 현재 과학으로서는 알 수 없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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