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0일 목요일

"뚜렷한 목적 없는 유학, 시간 낭비일 뿐"

영어교육열 세계 1등,구사 능력은 떨어져
학벌·스펙만 따지는 사회부터 바뀌어야외교통상부의 집계에 따르면 2009년 해외 유학생 수가 34만여명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해외로 나가는 유학·연수생들이 많아지는 가운데 대한민국 영어교육과 무분별한 유학·연수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100만 부 이상의 판매를 보이며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의 저자로 유명한 한호림 선생을 만나 23년간 캐나다에서 살면서 실질적으로 느낀 조기유학·연수의 문제점과 한국 영어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평생에 영어 사용할 일이 거의 없는 K군, 그래도 토플·토익은 기본?

국내 유명 도서관에 가보면 토익·토플 및 각종 영어 학습서가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영어교육열이 높은 나라 중 하나이다. 그러나 모든 국민들이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수준은 아니다.

한호림 선생은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회사임에도 토플·토익·텝스 등의 영어 성적을 요구하는 기업들 때문에 대한민국이 국제 경쟁력에서 뒤쳐진다. 많은 대학생들이 토플·토익 공부를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정말 영어를 사용하기 위해 공부하는 일부 학생들을 제외하고 대다수의 학생들이 좋은 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또는 스펙과 높은 점수를 얻으려 토익·토플을 공부 한다. 그러나 토익·토플을 공부하며 배운 영어를 정작 사용할 기회는 별로 없다. 그 시간에 전공에 대한 연구에 파고들어야 국가경쟁력이 더 높아진다. 공부만 잘하는 직원, 높은 학력·학벌과 스펙만을 따지는 사회가 점차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국은 교사들이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하는 만능인이 되길 강조한다. 그렇기에 스팩이 좋고 성적이 높은 교사들만 뽑게 된다. 그렇게 뽑힌 교사들은 똑같이 학생들에게 스팩을 강요하고 인성보다는 성적을 중요시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보니 사회가 되풀이 된다. 인성이 올바른 아이들을 키우려면 교사가 변해야 하며 가정도 변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학생들이 변하고 사회가 변하게 된다. 미국이나 캐나다의 경우 교내체벌이 없다. 그러나 교사와 학생 사이에 위계질서가 있다. 교사의 권위가 절대적인 북미에선 교사를 뽑을 때 성적이 아닌 인성을 우선순위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서 정말 영어가 필요한 사람들은 누구?
대한민국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영어에 대한 큰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다.

한 선생은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어려운 영어를 잘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영어 시험이 쉬워져야 한다. 정말 영어가 필요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집중적으로 영어를 공부해야 한다. 영어 번역 통역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얼마 전 문제가 됐던 오류투성이의 외교통상부 번역 문서 사건만 봐도 영어번역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의학용어나 법학용어를 따로 공부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처럼 영어권 국가의 현지인들도 자기 분야가 아닌 이상 모르는 영어단어와 어휘들이 많다. 그렇기에 영어 번역이나 통역하는 사람들이 전문분야에 대한 자격증을 따게 하는 '영어사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목적이 있는 사람만 유학을 가라!

영어를 전문적으로 사용하거나 영어를 꼭 써야 하는 목적이 있는 사람들이 유학을 가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 선생은 "해외로 나가는 유학생들의 학비와 생활비가 10조원을 넘어섰다. 이처럼 일부 돈만 낭비하는 한국 유학생들이 국제적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해외 동포사회의 문제점으로 떠오른지 오래다. 군대를 피하기 위해서 유학을 가거나 성적이 좋지 않아서 유학을 보내는 것 자체가 틀렸다. 한국이건 캐나다건 미국이건 잘하는 아이들은 어떤 상황에서건 잘한다. 아이들이 공부에 집중하고 잘하게 만드는 것은 가정에서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교육의 기본은 가정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 첫 번째 이다. 어린 학생들일 수록 가정에서의 사랑과 관리가 필요하다. 글로벌 시대라서 무조건 조기유학을 갔다 와야 한다는 생각은 좋지 않다. 목적과 준비 없는 유학은 실패했다. 일부 목적도 없이 떠난 아이들이 실패한 것을 많이 봐왔다. 뚜렷한 목적이 없으면 도전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