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2일 토요일

의약품에 숨은 화학 원리


치약이 염기성인 이유
우리는 매일 양치할 때 치약을 사용한다. 치약의 주성분은 탄산칼슘, 탄산마그네슘이다. 치약은 <그림 1>과 같이 pH8~9의 염기성이다. 왜 염기성 물질일까? 우리의 입속은 pH7 정도의 중성으로 유지돼야 한다. 그런데 음식을 먹고 나면 입속의 pH는 중성인 7보다 조금 낮은 6.5 정도가 된다. 이때 산은 치아의 표면을 덮고 있는 에나멜층을 공격한다. 에나멜층이 조금 벗겨졌을 때는 저절로 회복되지만, 오랜 시간 동안 계속해서 산과 접촉하면 치아에 구멍이 난다. 이를 충치라고 한다. 따라서 충치를 예방하기 위해 염기성인 치약으로 양치해서 입안을 중화시켜 중성으로 만들어준다.







치약에는 세마제, 결합제, 습제, 합성계면활성제가 들어 있다. 세마제는 치석을 제거하고 광택을 내는 역할을 한다. 고운 분말 형태로 돼 있다. 탄산칼슘, 피로인산나트륨, 인산수소칼슘 등이 쓰인다. 결합제는 치약의 고체와 액체성분을 섞어주는 역할을 한다. 습제는 치약에 습기와 질감을 준다. 주로 글리세린을 이용한다. 치약의 계면활성제로는 일반적으로 SLS(라우릴황산나트륨)를 이용한다. SLS는 세제, 샴푸 등에도 이용되는 계면활성제다. 양치 후 입안에 계면활성제가 남아 있으면 입을 마르게 해서 입 냄새가 많이 난다. 양치 후 과일을 먹으면 쓴 맛이 느껴지는 이유도 SLS 때문이다. 최소 10번 이상 입안을 헹궈야 입안에 남아 있는 계면활성제를 없앨 수 있다.



속쓰림 막는 제산제의 원리
우리 몸의 위에서는 위산이 분비된다. 위산은 염산이다. 염산에 의해 위는 pH0.9~2.0으로 유지된다. 염산은 위의 소화 효소인 펩신의 작용을 도와 단백질을 소화시킬 뿐 아니라 살균력이 강해 위 속 음식물의 부패나 발효를 막아준다. 우리의 위벽은 단백질로 이뤄져 있지만 뮤신이라는 점액으로 덮여 있어 매우 강한 산성물질인 염산에도 잘 견딘다.



만약 위벽에서 뮤신이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단백질을 소화시키는 펩신과 염산에 의해 위벽이 헐어서 짓무를 것이다. 이러한 증상을 위궤양이라고 한다. 속이 쓰리거나 위궤양에 걸리면 위산을 억제하는 제산제를 먹는다. 제산제는 염산을 중화시키는 염기성 물질로 돼 있다. 제산제에는 수산화알루미늄, 수산화마그네슘, 탄산수소나트륨 같은 약염기성 물질이 쓰인다.



보통 제산제로 이용되는 염기는 물에 대한 용해도가 낮다. <그림 2>는 제산제로 판매되고 있는 마그밀정을 가루로 만들어 물에 녹인 것이다. 잘 녹게 하기 위해 가루로 만들었는데도, 물에 녹지 않고 가라앉는다. 마그밀정은 수산화마그네슘[Mg(OH)2]인데, 수산화마그네슘처럼 물에 대한 용해도가 낮은 염기를 제산제로 이

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뒷장의 실험을 통해 살펴보자.













 

최초의 합성 의약품 아스피린
길게 잎을 늘어뜨린 버드나무는 인류가 최초로 이용했던 진통제다. 그리스의 내과 의사였던 히포크라테스는 기원전 5세기경부터 버드나무 껍질로 만든 치료제가 진통과 해열에 효과가 있음을 알고 사용했다. 버드나무 껍질을 치료에 이용한 것은 긴 역사를 갖고 있지만, 1828년이 돼서야 버드나무 껍질에서 진통과 해열에 효과가 있는 성분을 추출해냈다.



비슷한 시기에 조팝나무에서도 이 성분을 추출해냈다. 이 성분이 바로 살리실산이다. 살리실산은 해열제, 진통제의 기능을 하지만 지나치게 쓴 맛이 났다. 독일의 화학자인 펠릭스 호프만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처방할 진통제를 찾다가 살리실산의 새로운 형태인 아세틸살리실산을 합성했다. 아세틸살리실산은 살리실산에 비해 부작용이 경미하면서도 효과가 컸다. 당시 호프만의 고용주인 프리드리히 바이어는 이 약품을 바로 시판했고, 이름은 아세틸(Acetyl)과 조팝나무의 학명(Spiraea)의 앞부분을 따서 아스피린이라고 지었다. 이렇게 해서 아스피린이라는 최초의 실용적인 합성 약품이 탄생했다.



아스피린은 뇌에 고통 반응을 보내는 화학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을 만드는 핵심 효소를 방해하는 일종의 효소 억제제다. 프로스타글란딘은 손상된 조직에 염증을 만들고, 붓기를 일으키기도 한다. 아스피린은 사이클로옥시지나제라는 효소에 붙어서 프로스타글란딘을 더이상 만들지 못하게 한다. 뇌는 더 이상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붓기도 가라앉는다. 아스피린과 함께 진통제로 많이 이용하는 약은 타이레놀이다. 아스피린의 성분은 아세틸살리실산이지만 타이레놀의 성분은 아세트아미노펜이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아스피린에 부작용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개발된 진통제이지만, 장기간 복용하면 심각한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물파스는 왜 먹지 않고 바를까?
우리가 이용하는 진통제는 물파스처럼 바르는 것도 있다. 물파스의 성분은 살리실산메틸이다. 살리실산메틸은 왜 먹는 진통제가 아닌 바르는 진통제로 이용하는 것일까? 아스피린의 성분인 아세틸살리실산과 물파스 성분인 살리실산메틸을 비교해보자. 두 성분 모두 몸 속에서 가수분해돼 작용한다. 가수분해 결과를 보면 아세틸살리실산의 경우 아세트산, 살리실산메틸의 경우 메탄올이 생성된다는 차이점이 있다. 메탄올은 몸속에 들어가면 간에서 산화돼 독성이 큰 포름알데히드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물파스를 바르는 진통제로만 이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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