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0일 목요일

발군(拔群)과 출중(出衆)

‘닭[鷄]이 천 마리면 그 중에 봉(鳳)이 한 마리 있다’는 속담이 있다. 사람이 많으면 그중에 뛰어난 사람이 있음을 비유한 말이다. 군계일학(群鷄一鶴)이란 말이 나온 배경이다. 군계일학은 닭의 무리 가운데 한 마리의 학이란 뜻으로 많은 사람 중에서 뛰어난 인물을 말하는 것이다. 그밖에 비슷한 표현으로 절윤(絶倫) 출중(出衆) 발군(拔群) 같은 단어도 있다. 세 단어 모두 ‘무리’라는 뜻을 가진 ‘倫 衆 群’의 뜻글자가 들어있다. 절윤(絶倫)과 출중(出衆)은 ‘무리 중에서 뛰어나다’라고 풀이하고 발군(拔群)은 ‘무리 중에서 뽑히다’라고 풀이 한다.

우리는 흔히 일상생활에서 ‘그 사람 인물이 출중하다’거나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다’라는 말을 한다. 출중하다는 것은 돋보인다는 것이고 우수(優秀)하다는 것이다. 우수하다는 것은 충실(充實)하다는 것이고 그에 걸맞는 실력(實力)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경기(競技)나 경쟁(競爭)에서 이겼다는 것이고 많은 사람을 제친 가운데 일착으로 선발됐다는 것이다. 뽑혔다는 것이다. 김연아가 올림픽 대표선수로 뽑힌 것은 출중했기 때문이고 세계 각국의 선수를 물리치고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것은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일등으로 뽑힐 수 있는 실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발군과 출중은 같이 가는 것이다. 출중하면 뽑힐 수 있는 것이고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려면 출중해야 하는 것이다. 굳이 선후를 따지자면 발군보다 출중이 먼저라 할 수 있다. 출중은 발군의 전제조건(前提條件)이기 때문이다. 뛰어나야 뽑힐 수 있고 선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뛰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선발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각고(刻苦)의 노력을 경주(傾注)해야 한다. 각고면려(刻苦勉勵)해야 한다. 한눈팔지 말고 한 곳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남들이 잠잘 때 자신의 밭을 깊이 갈아야 한다.

남들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화내지 말고 먼저 실력을 키울 일이다.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마련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향을 싼 종이에선 향내 나고 생선 싼 종이에선 비린내가 난다.” 또 “송곳은 아무리 깊은 호주머니 속에 감추어도 삐져나오기 마련이다.” 실력을 쌓은 사람은 스스로 나서지 않아도 돋보이게 되어 있고 남의 눈에 띄게 되어 있다는 말이다.

초조해하지 말고 맑고 밝고 향내 나는 사람이 되도록 스스로 노력할 일이다. 갈고 닦으면 빛이 나게 마련이고 실력이 붙게 마련이다. 한 번에 안 되면 두 번 세 번 거듭해보라. 어렵다고 포기하지 말고 읽고 또 읽어보라. 저절로 물리가 트일 것이다. 세상이 보일 것이고 그 이치(理致)가 보일 것이다.

마부작침(磨斧作針)이란 말이 있다. 도기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이다. 절차탁마(切嗟琢磨)란 말도 있다. 뼈를 자르고 상아를 깎고 옥을 쪼고 돌을 갈듯 연마(鍊磨)해야 한다는 뜻이다. ‘문장을 아름답게 구사하는 군자는 자르고 깎고 쪼고 갈 듯 한다(有匪君子 如切如磋 如琢如磨).’ 시경(詩經) ‘위풍(威風)’편에 나오는 문구다. ‘切 磋 琢 磨’ 는 모두 다듬는다는 뜻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 대상은 다르다. ‘切’은 뼈[骨]를 잘라 다듬는 것이고 ‘磋’는 상아(象牙)를 깎아 다듬는 것이며 ‘琢’은 옥(玉)을 쪼아 다듬는 것이다. 그리고 ‘磨’는 돌[石]을 갈아 다듬는 것이다.

여기에서 ‘학문이나 덕행 등을 배우고 익힌다’는 뜻의 절차탁마(切嗟琢磨)란 말이 나왔다. 학문에 정진(精進)하는 모든 서생들이 가슴에 담아야 할 금언(金言)이 아닐 수 없다. 발군과 출중이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오늘의 김연아, 오늘의 최경주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마부작침이나 절차탁마한 후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남이 잠잘 때 자신의 밭을 깊이 갈았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다. 새겨들을 일이다.

포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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