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하(이하 ‘은’): 학교 폭력이나 왕따 문제가 가장 심각하게 드러나는 게 중학교 때다. 사춘기가 시작되며 덩치까지 커져서 할 수 있는 일은 늘어나는 반면, 정신은 아직 초등생 시절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TV나 인터넷에서 접하는 어른 문화가 그 방황을 더욱 부추기는 모양새다.
조무경(이하 ‘조’): 우리 딸은 요즘 툭하면 운다. 사춘기의 정서는 ‘반항’인 줄만 알았는데 가만히 보면 우울증 비슷하다. 또 우냐고 한마디 하면 그 말에 상처받아 또 운다. 공부도 공부지만 정말 걱정이다.
김경하(이하 ‘김’): 남자 아이는 확실히 여자 아이에 비해 성숙이 더디다. 지금 우리 아이는 그저 본능에 충실하다(웃음).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어야 한다. 사춘기가 오면 학업에서 손을 놓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봤다. 우리 아이도 고등학교 가서 사춘기가 올까 봐 조마조마하다.
은: 우리 아이는 학교에선 더없는 모범생인데 집에만 오면 입을 닫았다. 걱정은 많은데 막상 도움 청할 곳은 마땅찮더라. 공부가 문제면 학원이든 과외든 부모가 이것저것 해볼 수라도 있지. 중학생의 사춘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 고교생의 경우, 대학 진학이나 진로 결정 등의 문제를 사회 전체가 고민한다는 느낌이 드는데 중학생은 그렇지 않다. 어쩌면 중학생 때야말로 본인 인생의 갈림길, 혹은 벼랑 끝인데…. 부모 입장에서 너무 막막하다.
이영주(이하 ‘이’): ‘사춘기는 누구나 겪는 것이며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괜찮아진다’는 어른들의 안일한 인식이 문제다. 직업(학원 강사)상 밤늦게 귀가할 때가 잦은데 그 시각에 거리를 떠도는 아이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다들 제 집에선 귀한 자식일 텐데 요즘처럼 험한 시기에 왜들 저렇게 헤매고 있나 싶다.
은: 요즘 학교는 배움터가 아니라 정글 같다. 아이들이 엄청난 대인 관계 스트레스를 겪으며 ‘생존’하는 느낌이랄까.
김: 여자 아이는 특유의 ‘끼리끼리 문화’가 강하다고 들었다. 조금만 튄다 싶으면 무리에서 곧바로 배제된다더라.
조: 몇 달 전, 딸이 내게 물었다. 자기가 왕따 당하면 어떡할 거냐고. ‘이사, 아니 이민이라도 불사하겠다’고 대답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왕따 관련 기사를 볼 때마다 등골이 오싹해진다.
은: 최근 우리 딸에게도 ‘친구 A를 왕따시키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딸이 ‘난 A를 왕따시키고 싶지 않은데 혼자 입바른 소릴 했다가 나까지 공격 대상이 될까 두렵다’고 하더라. 차마 교과서적 답변을 해줄 수 없어 ‘튀지 말고 적당히 맞춰주라’고 했다.
김: 엄마 입장에선 비겁해질 수밖에 없다. 내 아이를 지키려면 달리 무슨 수가 있겠나.
◇‘공부 이유’ 묻는 자녀에 대비해야
김: 내가 생각하는 엄마의 역할은 아이가 진짜 원하는 일을 찾도록 돕는 것이다. 지금 단계에서 아이가 제 꿈을 찾으려면 열심히 공부하는 게 최선 아닌가. 공부하라고 말하면서도 아이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걱정스럽긴 하다.
조: 아이 글쓰기 선생님이 내게도 주 1회 숙제를 내준 적이 있다. 글 한 줄 쓰는 것도 버겁더라. 선생님이 ‘(이러면서) 어떻게 아이에겐 만날 공부하라고 했느냐’고 하셨다. 반성 많이 했다.
은: 집이 분당인데 도로에 대중교통이 반, 학원 차가 반이다. 공부 많이 시키기로 유명한 학원에 아이를 보낸 적이 있는데 ‘왜 공부해야 돼?’ 물으며 생기를 잃어가는 아이 얼굴을 보며 회의가 생기더라.
김: 자녀가 외국어고에만 진학하면 무조건 연세대·고려대 이상 갈 줄 아는 학부모가 많다. 실제로 외국어고 졸업생 중 그 정도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은 30% 가량밖에 안 된다던데.
조: 엄마들이 자녀의 외국어고·자립형사립고 진학에 목매는 건 학습 분위기 때문 아닐까.
김: 아이가 사립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공립 중학교에 들어갔다. 하루는 아이가 ‘엄마, 우리 반 애들 이상해’ 그러더라. 선생님이 말씀하시는데 애들이 떠든다는 거다.
조: 어차피 세상은 다 함께 더불어 사는 것 아닌가. 좋은 학군에서 공부한 아이들만 똑바로 크는 것 같아 고민이 많다.
은: 공부를 ‘상급학교 진학용 수단’쯤으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음악 쪽으로 진로를 정한 딸과 홍익대 주변에서 열리는 공연을 자주 보러 간다. 그 작은 공간에서 꿈을 실현해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자신의 앞길도 본 모양이더라. ‘나도 곧 어른이 될 거고 그때 멋있게 살려면 지금부터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딱 잡힌 거다. 스스로 삶의 이유를 찾아서인지 쉬이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찾았다. 아이 반에 민족사관고등학교(이하 ‘민사고’) 진학을 준비하는 친구가 있다. 아이 말에 따르면 그 애는 학교에만 오면 눈물을 쏟는다고 한다. 자기는 민사고에 가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는데 엄마한테 그런 얘길 꺼내면 ‘내가 너한테 들인 돈이 얼만데!’란 역정부터 돌아온다는 거다. 왜 공부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죽어라 공부하는 것만큼 불행한 일이 또 어딨겠나.
이: 아이가 투정 한 번 안 부리고 꼬박꼬박 학교에 가주는 것만 해도 정말 고맙다. 우리도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짜증나고 귀찮은데 아직 어린 나이에 얼마나 힘들겠나. 그 모습이 예뻐서 학원 가란 소리가 잘 안 나온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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