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4일 화요일

프라이버시와 GPS 기술



석지영 하버드대 법대 교수

2주 뒤 미국 연방대법원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프라이버시에 관한 청문회를 개최한다. 청문회에서는 경찰이 사전에 판사에게 용의자의 범죄사실을 입증할 만한 상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도 용의자의 차량 이동을 감시하는 GPS 추적기기를 부착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논의된다. 미국 헌법은 ‘이유 없는 압수·수색으로부터 개인의 신체, 재산 및 서류 등이 보호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으며, 상당한 근거를 갖춰야만 판사가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도록 하고 있다.

관건은 경찰이 차량의 이동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GPS 추적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미국 헌법에서 ‘수색’으로 인정되는가의 문제다. ‘수색’이 아니라면 재판부에 ‘상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도 GPS 추적기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GPS 추적이 ‘수색’에 해당한다면 먼저 판사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연방대법원은 경찰이 개인의 행동을 공개적으로 관찰할 때 그것은 ‘수색’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즉 경찰이 일반도로에서 어떤 차량이 어디로 가는지를 알기 위해 쫓아가는 것은 ‘수색’으로 볼 수 없어 영장이 없어도 허용되는 행위라는 것이다.



GPS로 개인의 움직임 정밀 감시

GPS 추적기기를 통한 감시는 개인을 따라다님으로써 얻을 수 있는 정보, 즉 어디로 가는지와 같은 종류의 정보를 당국에 제공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관적으로 사생활 침해의 본질은 다른 것이라고 느낀다. 대개 GPS를 통한 정부의 감시는 경찰이 눈과 몸을 이용해 감시하는 전통적인 방식보다 두렵고 용납하기 힘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GPS는 정말로 정부가 개인의 사생활에 가하는 새로운 위협일까. GPS 기술은 일반 경찰의 감시에 비해 개인의 소재에 관한 정확하고 거의 완벽하며 지속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용의자가 밤을 틈타 운전하거나 감시하는 경찰이 화장실에 간 사이에 사라지거나 아무리 빨리 도주하더라도 감시를 피할 수 없다. GPS 기술은 인간의 감시에 비해 실수가 아주 적고 용의자를 쫓기 위해 경찰들을 온 시내로 무작정 보내야 하는 것에 비해 비용도 적게 든다.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불안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GPS 기술이 경찰력에 제공하는 정확도와 편의성인 것 같다. 경찰이 이 정보를 모으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면 안 되는 것일까. 국가가 국민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고자 하는 일이 이렇게 쉬워야 하는 것일까. 감시와 데이터가 그렇게도 완벽하고 가차 없는 것이어야 할까. 이 문제를 놓고 하버드대 법대에서 나와 공개 토론을 벌였던 알렉스 코진스키 연방항소법원 판사는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이런 은밀하고도 비밀스러운 행위에는 오싹하면서도 비(非)미국적인 뭔가가 있다. 전체주의 국가에서 살았던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이상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공산주의 국가였던 루마니아를 떠나 10대 때 미국으로 이민 온 코진스키 판사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자녀다. 그에게 이토록 가차 없이 용이하고도 정확하게 정부가 국민을 주시하도록 허용한다는 발상은 용납하기 어려운 것이다.
프라이버시 침해 여부 고민해야

나는 전체주의 국가에서 자라지 않았다. 나는 정부가 하는 일이 가능한 한 효율적이고 정확하기를 바란다. 누군가가 그 일로 인해 수감되는 경우 특히 그렇다. 경찰의 효율성과 정확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나는 정부 당국이 유죄를 선고하거나 무죄를 입증할 증거를 수집할 때 실수와 비용을 최대한 줄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정부가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수집할 수 없었던 정보를 새로운 기술로 얻을 수 있다면 그 법률적 함의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정보는 같은 종류이며 그저 더욱 정확할 뿐이다.

그럼에도 나는 프라이버시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게 된다. 경찰이 영장 없이 용의자 차량에 GPS 추적기기를 설치하고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다면 특정 개인이 용의자인지 아닌지를 떠나 당국이 모든 사람을 이렇게 자동 감시하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다. 이것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정부가 우리 개개인을 그토록 철저하게 추적하는 것을 어떻게 저지할 것인가. 오늘날 우리가 보유한 기술로 정부가 하고 있는 행위가 두려운 게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지, 정부와 개인의 관계가 어떻게 틀어질지 알지 못하는데도 어느 한쪽으로 명확하게 움직이는 것이 불안하다. 두려운 것은 GPS가 더 불확실한 미래를 예견한다는 것이다. 코진스키 판사는 “우리는 미지로의 위대한 도약을 하고 있지만 그것은 우리와 다음 세대에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GPS 추적은 위대한 도약이라기보다 단호한 한 걸음이다. 그러나 법이 GPS 추적을 용인하는 방향으로 순차적으로 걸음을 옮기게 된다면 법적으로 정부에 허용되는 것과 사람들의 사생활이 보호받고 있다고 인식하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것 사이의 긴장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석지영 하버드대 법대 교수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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