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제주도의 미로공원을 갔을 때의 일이다. 미로공원을 아이들과 함께 들어서자 마자 정신 없이 뛰어다니다 보니 이미 갔던 길을 또 간 거 같기도 하고 안 갔던 길을 마치 지나온 것 같은 혼미 속에서 30분 넘게 헤매다 결국 출구를 못 찾고 들어갔던 입구로 다시 나오고 말았다. 그러다가 나중에 기회가 되어 다시 가게 되었을 때는 혼자서 조용히 산책을 하기 시작했다. 나무들 가지 사이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을 느끼기도 하고 휘어진 길의 뉘앙스를 관조하고 부러진 나뭇가지의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내가 걸어온 길의 지도가 서서히 머리에 윤곽이 잡히면서 이내 미로 속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앞으로 인류는 처음으로 맞이하는 준비되어지지 않은 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필연적으로 후세에 가장 큰 짐을 지울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돼 있다. 그렇다면 이 무거운 짐을 떠맡을 후세에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은 무엇일까? 그것은 결국 사유하는 힘과 창의성이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사고력과 창의성을 이야기하고 교육의 프레임조차 통합과 창의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어떻게 아이들의 능력을 이끌어줄 건가에 대한 확고한 실천적인 대안이 아직은 부족하다. 그러나 창의성이 어떻게 발현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뇌과학적인 분석을 떠나서도 역사가 답을 내주고 있다. 그것은 바로 슬로우 씽킹(Slow-thinking)이다. 역사적으로 모든 사상가와 시인, 과학자, 수학자, 예술가는 슬로우 씽킹의 대가이다.
아인슈타인이 빛이 관측자에 관계없이 일정한 속도를 갖는다는 엉터리같아 보이는 가정 하나에서 출발해 방대한 생각의 미로를 거쳐 상대성이론이라는 새로운 사고의 패러다임을 탄생시킨 것도 바로 슬로우 씽킹의 힘이다. 수학에서도 근호란 개념이 나오고 근호 안에 음수가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 하나가 복소수함수론이란 전대미문의 방대한 학문적 업적을 쌓을 수 있기까지 고대 헤론에서부터 중세 카르다노를 거쳐 근대에 데카르트, 가우스, 오일러 등을 거친 2000여년 동안 길고도 머나먼 사고여정의 산물인 것이다. 르네 마그리트란 화가는 바다 위에 떠있는 거대한 바위라든가, 우산 위의 물컵, 방안의 거대한 사과 등 전혀 이질적인 두 가지 사물을 한 공간에 불균형하게 배치하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느끼는 일상적인 감각에서 벗어나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구현하는 작품세계로 유명한데 이것도 바로 슬로우 씽킹의 산물이다.
미로에 갇힌 아이들을 구출하는 방법은 아이들을 재촉해서 정신 없이 뛰어다니게 하는 것이 아니라 미로 속을 천천히 유랑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살랑거리는 바람은 어디에서 불어오고 있는지 길바닥 어딘가에 떨어진 꽃잎은 없는지 부러진 가지는 없었는지 찬찬히 물어봐 주는 것이다. 왜 길을 못 찾는지 따지고 목적지를 마치 누구는 전지적으로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알려줘 버리는 지금과 같은 교육에서는 후세에 물려줄 정신적인 유산은 없다.조선일보
앞으로 인류는 처음으로 맞이하는 준비되어지지 않은 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필연적으로 후세에 가장 큰 짐을 지울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돼 있다. 그렇다면 이 무거운 짐을 떠맡을 후세에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은 무엇일까? 그것은 결국 사유하는 힘과 창의성이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사고력과 창의성을 이야기하고 교육의 프레임조차 통합과 창의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어떻게 아이들의 능력을 이끌어줄 건가에 대한 확고한 실천적인 대안이 아직은 부족하다. 그러나 창의성이 어떻게 발현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뇌과학적인 분석을 떠나서도 역사가 답을 내주고 있다. 그것은 바로 슬로우 씽킹(Slow-thinking)이다. 역사적으로 모든 사상가와 시인, 과학자, 수학자, 예술가는 슬로우 씽킹의 대가이다.
아인슈타인이 빛이 관측자에 관계없이 일정한 속도를 갖는다는 엉터리같아 보이는 가정 하나에서 출발해 방대한 생각의 미로를 거쳐 상대성이론이라는 새로운 사고의 패러다임을 탄생시킨 것도 바로 슬로우 씽킹의 힘이다. 수학에서도 근호란 개념이 나오고 근호 안에 음수가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 하나가 복소수함수론이란 전대미문의 방대한 학문적 업적을 쌓을 수 있기까지 고대 헤론에서부터 중세 카르다노를 거쳐 근대에 데카르트, 가우스, 오일러 등을 거친 2000여년 동안 길고도 머나먼 사고여정의 산물인 것이다. 르네 마그리트란 화가는 바다 위에 떠있는 거대한 바위라든가, 우산 위의 물컵, 방안의 거대한 사과 등 전혀 이질적인 두 가지 사물을 한 공간에 불균형하게 배치하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느끼는 일상적인 감각에서 벗어나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구현하는 작품세계로 유명한데 이것도 바로 슬로우 씽킹의 산물이다.
미로에 갇힌 아이들을 구출하는 방법은 아이들을 재촉해서 정신 없이 뛰어다니게 하는 것이 아니라 미로 속을 천천히 유랑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살랑거리는 바람은 어디에서 불어오고 있는지 길바닥 어딘가에 떨어진 꽃잎은 없는지 부러진 가지는 없었는지 찬찬히 물어봐 주는 것이다. 왜 길을 못 찾는지 따지고 목적지를 마치 누구는 전지적으로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알려줘 버리는 지금과 같은 교육에서는 후세에 물려줄 정신적인 유산은 없다.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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