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7일 토요일

의대신입생 평균 나이가 많아지는 이유



의대 신입생과 식사를 같이 한 적이 있다. 의대생은 학부 때는 정신없이 공부만 했고, 방학 때는 아르바이트해서 학비를 버느라 의대 준비에 필요한 의료 봉사도 못하고 리서치 경험도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대학 졸업후에 시간을 갖고 해외 의료봉사도 하고 메디컬 센터에서 인턴십을 하면서 의대 준비하느라, 졸업하고 3년이 지난 후에나 겨우 의대생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의대 신입생 중에서 자기가 나이가 많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자기가 오히려 어린 편이고 나이많은 사람이 많은 것에 놀랐다고 한다.

통계를 보면 미국 의대 전체 신입생의 평균 나이가 24세이고 버지니아 의대의 경우는 만 26세로 의대 신입생의 평균 나이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만큼 의대 입학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4~5년간 의대 정원은 약 1000명 정도 늘어난 것에 비하여 의대 지원자수는 약 3000명 정도 증가했다. 그러나 의대 지원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학부 학점인 GPA와 의대 입학시험인 MCAT점수는 큰 증가없이 매년 같은 점수대를 보여주고 있다. 결국 의대 지원시, 아카데믹한 점수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일정한 점수대 이상의 학점과 MCAT 점수를 지닌 지원자 중에서 당락을 결정짓는 비중은 여러 의료 봉사활동과 연구활동 등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좀더 많은 시간을 의료봉사와 연구활동에 투자를 하게 된다. 사전에 철저한 계획하에 공부와 그 외의 모든 것을 체계적으로 잘 준비하는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학생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가끔 너무 의욕적으로 모든 것을 동시에 진행하는 학생들을 보게 된다. 예를 들면 학과목 수업도 어려워하면서 리서치를 하겠다고 학교의 한 교수 연구실에 지원하여 리서치 팀에 참여하는 경우다. 이러면 공부에 대한 부담 때문에 실험실을 정기적으로 가지도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 둘 다 망칠 수 있다. 학점관리도 못하고 연구실 생활 또한 성실하지 못하여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대학원생들과 교수님의 눈 밖에 나면 연구 논문은 커녕 교수의 추천서도 받지 못하게 될 경우도 있다.

비슷한 성적이라면 의대 입학 사정위원회 입장에서는 봉사 경력과 연구 경력이 우수한 학생에 관심을 두는 것은 당연하다. 객관적으로 아카데믹한 성적에 있어서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외의 활동에 있어서는 대학을 갓졸업한 지원자와 대학 졸업후 2~3년을 더 준비한 지원자를 비교했을 때 누가 더 매력적인 지원자인가를 생각해 보면 의대 신입생의 평균 나이가 점점 더 많아지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한 학부모의 전화상담을 받았다. 미국 최고의 사립 대학에서 학점이 4.0이고 MCAT점수가 37인데 아직까지 인터뷰 요청을 받은 곳이 한 곳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 학생은 현재 4학년이고 3학년 마치고 의대를 지원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한인 학생들과 부모님들은 시간 낭비 없이 대학 졸업과 동시에 의대 진학하는 것을 원한다. 특히 학부 때의 성적이 좋으면 더 서두르게 된다. 하지만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성적이 좋다고 의대 합격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성적이 좋지 않다고 의대를 미리 포기할 필요도 없다. 다만 시간이 더 필요할 뿐이다.

의대 지원서에 작성된 여러 활동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추천서가 중요시되고, 인터뷰에서 까다로운 질문을 다양하게 해서 지원자에게서 의료인이 되려는 열정과 사명감, 리더십 등을 파악하게 된다. 심지어 지원자가 활동한 기관에 전화를 해서 재차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열정을 갖고 의료 봉사든 아니면 리서치든 간에 꾸준히 준비한 지원자라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전문가의 눈에는 그러한 모든 관심과 열정이 보일 수 밖에 없다.
 [워싱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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