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나눔·갈등관리… 학교 생활 속 사례로 자기개발계획서 채우세요
◇올해 추가된 인성평가, 학교 생활과 연계해야
올해 외고 입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모집인원 축소다. 학급당 정원이 2명씩(31→29명) 줄면서 서울 지역 신입생 총 모집인원은 1856명으로 지난해보다 128명(6.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사회적배려대상자 비율이 15%에서 20%로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일반 전형 모집인원은 1483명으로 지난해보다 203명 적어졌다.
달라진 자기개발계획서는 '자기주도학습 영역'과 '인성 영역' 등 두 부문으로 나뉜다. 자기주도학습 영역은 기존 학습계획서와 마찬가지로 △자기주도학습 과정 △진로 계획 △학교 지원 동기 △독서 활동 등을 1500자 분량으로 기술하면 된다. 김영대 한영외고 교사(입학홍보부장)은 "기존 지원자 중엔 진로계획·독서활동 항목에서 '반기문(68) 유엔 사무총장이나 한비야(54) 유엔 중앙긴급대응기금 자문위원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글을 천편일률적으로 쓰는 경우가 많았다"며 "구체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진로 계획, 전공과 다소 무관하더라도 자기 삶에 큰 영향을 준 책 등을 언급하며 '나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올해 자기개발계획서에 추가되는 인성 영역은 7가지 핵심인성 요소(배려·나눔·협력·타인존중·갈등관리·관계지향성·규칙준수)에 근거해 자신의 경험, 즉 중학교 때 활동상을 800자 분량으로 기술하게 돼 있다. 6개 외고 모두 7개 항목 중 자신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2개 항목을 골라 기술하도록 했다. 이영근 대원외고 교사(입학홍보부장)은 "자기개발계획서 내용이 학교생활기록부 기록과 연계돼 지원자의 일관성을 드러낸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민 명덕외고 교사(입학홍보부장)은 "인성평가 항목 역시 자기주도학습 과정처럼 구체적 사례 중심으로 정리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인성 항목도 학교 활동을 중심으로 쓰세요. 간혹 자신의 활동 내용이 '배려' 항목에 포함되는지, '타인존중' 항목에 포함되는지 혼란스러운 학생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항목 구분보다 중요한 건 '내용'입니다. 학교 생활 도중 겪은 일 중 7가지 요소를 실천한 사례가 있다면 구체적 경험을 중심으로 써내려가세요."
◇학원서 배운 '면접 모범답안' 금세 들통 나
면접은 자기개발계획서 내용을 중심으로 한 인성·심화면접 형태로 진행된다. 면접 시간은 학교별로 차이가 있지만 학생 1명 당 5분에서 10분 사이가 일반적이다. 일부 수험생은 면접 준비 과정에서 사교육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외고 입시 담당 교사들은 "면접 질문은 100% 지원자가 제출한 자기개발계획서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된다"며 "자기개발계획서를 직접 쓰고 내용을 숙지한 지원자라면 굳이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면접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영대 교사는 "면접 문항을 구성할 땐 사교육과 거리를 두기 위해 기출 질문을 모아둔 후, 매년 그와 다른 방향으로 새로운 평가 지표를 개발한다"고 덧붙였다.
학원에서 대신 작성해준 답변, 거짓되거나 과장된 내용은 면접 과정에서 여지없이 들통 난다. "자기개발계획서를 받아보면 대부분 엇비슷한 자기주도학습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그럴 땐 무슨 과목에서 어떤 계획을 세워 실천했는지, 그로 인해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등을 자세히 물어보죠. 학원에서 가르치는 대로 외워 온 아이들은 그런 질문 한두 개만 해도 말문이 막힙니다. 다소 투박하더라도 자신의 실제 경험을 솔직하게, 구체적으로 답하는 학생이 좋은 평가를 받게 돼 있습니다."(고태수 대일외고 교사·교무입학관리부장)
김영민 교사는 가장 효과적인 면접 준비법으로 '집이나 학교에서 자기개발계획서 내용을 바탕으로 예상 질문을 만들어 연습하기'를 권했다. "학원에서 면접을 훈련 받은 학생들은 종종 면접 질문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곤 합니다. 실은 전혀 다른 질문인데 학원에서 익힌 질문과 헷갈리며 엉뚱한 답변을 내놓죠. 예전에 한 지원자는 '네가 했던 봉사활동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느냐'고 물었는데 '봉사활동의 사회적 의미는 이런 것'이란 대답만 되풀이했어요. 질문의 의도를 제대로 읽지 못한 거죠. 답변할 때 사용한 어휘도 중 3 수준을 훨씬 넘어서 '면접 사교육' 여부를 의심케 했고요. 외고 면접관이 원하는 건 유려한 말솜씨나 기발하고 특이한 답변이 아니란 점, 명심하세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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