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심국제고 3 황선영양
황양은 중학교(경남 진주 경해여중) 2학년 때 청심국제중으로 전학을 오면서 '적극적 성격을 갖고 싶어' 토론의 세계에 입문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패스트푸드점에서 '케첩 더 달라'는 말조차 제대로 못할 정도로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효과는 금세 나타났다. 토론을 시작한 지 불과 1년 만에 '한국토론연맹 선발 국가대표'에 뽑힌 것. 학교에서의 생활 태도와 마음가짐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토론 주제 관련 자료를 철저하게 조사·탐구하고 △신문·잡지·책 등을 틈 날 때마다 정독하며 △영어 말하기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은 것 등이 비결이었다.
"토론의 첫걸음은 영어 말하기예요. 전 토론 공부를 시작할 때 명연설(토론) 관련 동영상을 휴대전화에 담아 틈 날 때마다 봤어요. 처음엔 영상 속 주인공의 장점을 모방하려고 노력했죠. 그런 다음엔 제가 직접 대본을 써 연설하는 모습을 촬영, 모니터링하며 단점을 고쳐나갔어요. 특히 직접 쓴 대본은 자주 소리 내 읽으면서 문장을 다듬었습니다."
이 같은 토론 연습은 학교 생활에도 적잖이 영향을 끼쳤다. 흔히 '(토론 같은) 비교과 활동은 학교 공부와 상충된다'고 여기는 이가 많다. 하지만 황양의 생각은 정 반대다. "제 경우, 영어 말하기 연습 방식을 다양하게 고안했어요. △큰 소리로 책 읽기 △친구와의 수다 내용을 영어로 다시 말하기 △내가 책(드라마) 주인공인 것처럼 연기하기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선생님이 된 것처럼 타인에게 설명하기 등이 대표적이죠. 이런저런 방식으로 연습하다 보니 영어 말하기 실력이 절로 쌓이던데요. 학교 수업 복습도 자연스레 할 수 있었고요."
황양은 노트 필기 할 때도 토론 공부에 도움이 되도록 전략을 세웠다. 교사의 설명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건 기본. 그 아래엔 연필로 자신의 생각을 반드시 덧붙였다. "전 학교 공부가 늘 재밌었어요. 선생님 설명을 듣고 '이 내용은 이렇게 응용해보는 게 어떨까?' 같은 생각을 거듭하다 보면 뭘 배우든 흥미롭더라고요. 그런 습관 덕분에 토론 실력이 늘기도 했습니다."
미국 대학 입시를 준비 중인 그는 여느 유학 준비생과 달리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인 SAT 준비를 일찌감치 끝냈다. 고 1 때 처음 치른 시험에서 '안정권'인 2360점(2400점 만점)을 받은 덕분이다. 특히 SAT 중에서도 가장 까다롭다고 알려진 '비판적 독해(Critical Reading)' 영역에선 만점을 받았다. 그는 "SAT 고득점 획득의 바탕에도 토론으로 쌓은 독해력·사고력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토론을 준비하려면 주어진 주제와 관련, 엄청난 자료를 찾아 읽어야 해요. 수많은 자료의 핵심을 정확하게 짚어낸 후 그 중 제게 필요한 내용을 골라내는 게 중요하죠. 그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독해력이 발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신문 읽기'는 황양이 토론 공부를 시작한 후 새로 갖게 된 습관이다. 특히 인권 분야에 관심이 많아 중 3 때부터 지금껏 '인권 NIE 노트'를 작성해 오고 있다. 그는 단순히 인권 관련 기사를 오려 붙이고 내용을 요약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건의 배경이 무엇인지, 같은 문제를 외국에선 어떻게 다뤘는지까지 상세하게 조사한다. 그런 다음,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고 친구나 부모님 의견까지 첨부해 다양한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토론 활동은 자연스레 봉사·동아리 활동으로 이어졌다. 요즘은 경기 오산시 관내 중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토론 공부(지도)법을 강의하는 교육 봉사를 진행 중이다. 교내 토론 동아리 활동을 통해선 후배들의 토론 지도뿐 아니라 교내 인권 세미나 개최 등 다채로운 활동을 펼쳤다. "토론은 제 고교 시절 중 빼놓을 수 없는 핵심 활동이에요. 2학년 땐 토론을 시작하며 철학 공부에 빠져들어 국제철학올림피아드에 출전, 장려상을 받았죠. 당시 미국 하버드대가 고교생에게 개방한 '인권의 철학적 접근'이란 온라인 강좌를 듣기도 했어요. 모르긴 해도 토론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제가 지금처럼 성장할 순 없었을 거예요."
최근엔 황양처럼 토론에 관심 갖는 고교생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대다수는 토론을 '대입용 스펙'의 일종으로만 여기는 게 현실이다. 황양은 "토론은 학교 공부와 진로 발견, 사고력 향상 등에 두루 유용한 활동이므로 '단순 특별활동' 이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간혹 '무난하게 수상할 만한 토론대회 좀 알려 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기껏 토론 팀을 만들고선 자신만 돋보이려 애쓰는 친구도 있어요. 그러면 수상 실적은 쌓이겠지만 자기 발전엔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토론은 상대 팀 실력이 뛰어나고 우리 팀에도 나보다 탁월한 사람이 많아야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활동입니다. 단순히 '실적 쌓기'용으로 토론에 접근하려 하지 말고 수준 높은 대회에 도전하면서 실력을 향상시켜보세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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