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6일 일요일

남이 써준 자기소개서에 '나만의 꿈'이 담겨 있을까요?

올해는 대학에서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도입된 지 5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쯤 되니 학생들의 준비성, 선생님들의 태도가 시행 초기와 달라지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그간 자기소개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어렵고 피상적인 문구보다 진솔한 내용으로 작성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학생부 또한 주요 교과뿐 아니라 예체능, 비교과 활동 대한 선생님들의 구체적인 평가 내용들로 충실해지고 있죠. 추천서의 경우, 학생 고유의 장점과 특징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거나, 단점도 함께 제시하는 사례들도 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각 대학의 입학사정관과 학생, 교사들이 고교-대학 연계, 모의평가 등 다양한 방식의 '만남'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긍정적인 변화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올해 성신여대는 제출서류로 에듀팟의 창의적 체험활동 보고서를 시범적으로 받아봤습니다. 선생님들은 "창의적 체험활동 결과물 대부분이 사교육에 의한 것"이라며 이를 대학에서 반영하는 것을 우려합니다. "아직 고교현장은 창의적 체험활동을 계획하고 실행할 준비가 되지 않았으나, 사교육 시장은 무궁무진한 자원과 정보가 쌓이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어떤 선생님들은 창의적 체험활동의 어느 분야를 반영할지 미리 대학에서 안내해달라고 요구합니다. 고교 현장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아직 학부모와 학생 중에는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올해 예년보다 한 달 이른 8월부터 원서접수가 시작되면서 특이했던 점 중 하나는 문의전화를 하는 상당수가 학부모님이었다는 점입니다. 전화 횟수도 작년보다 상당히 늘었습니다.

"왜 어머니가 전화하시죠?"라고 묻자 "아이가 논술·수능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없다. 대신 전화했다"고 대답한 학부모도 있었습니다. 이는 학부모님이 대신 자녀의 자기소개서를 쓰는 경우입니다. 여러 유형의 입시를 치러야 하는 학생들이 안타깝기도 했지만, '부모님이 작성해준 자기소개서가 얼마나 진실성을 담고 있을까'란 생각이 들더군요. 자기소개서를 도용했다가 표절검색시스템을 적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표절이 확인되었을 때 자신의 친구는 어떻게 되는지 문의하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올해부터 대학마다 '표절검색시스템'을 가동하기 때문에 친구나 인터넷 상의 글을 그대로 옮겨 쓰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어떤 학생은 "OO학과에 어떤 교과가 반영되나요? 반영비율은 어떻게 되죠?" "교외 수상실적은 어떻게 증빙하죠?" "교사추천서 반영비율은 어느 정도인가요?"라고 물었습니다. 학생들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수능 점수계산 공식과 같은 입학사정관 전형 공식이 있는 듯했습니다. 대학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구체적인 반영 비율로 평가하는 것이 아닌 '종합 평가'라는 점을 기억해주세요.

공교육 정상화와 대입 자율화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입학사정관제는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변화가 당장은 수험생과 고교 현장에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제도가 도입된 취지를 잊지 않는다면 지원 시, 나만의 스토리를 내보이는데 당당하지 않을까요? 막연히 점수를 높이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 되는 공부, 활동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 자기소개서, 창의적 체험활동은 자신의 힘으로 그려갈 수 있을 것이고, 이를 바라보는 선생님 또한 학교생활기록부, 교사추천서를 통해 솔직한 학생 평가가 가능할 것입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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