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2일 토요일

손난로에 숨어 있는 비밀


생활 속에 숨어있는 과학 원리를 찾아보고 직접 실험해 볼 수 있는 방법을 다룰 예정이다. 독자 여러분이 온몸으로 과학을 체험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추운 겨울에 따뜻한 손난로 1개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는 추운 날 밖에서 버텨본 사람이라면 다 안다. 문방구에서 500원만 투자하면 추운 겨울 우리를 지켜주는 손난로. 이 손난로에는 2가지 종류가 있다.

그 중 하나는 투명한 액체 손난로이다. 똑딱단추를 꺾어주면 투명한 액체가 하얗게 변하면서 열을 내며 1시간 정도면 싸늘하게 식어버린다. 열이 오래 가지 않아 아쉽지만 물속에 넣고 끓이면 다시 투명해지고 여러 번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이 손난로 속엔 과포화상태(더 이상 녹일 수 없는 상태인 포화상태보다 더 많은 고체가 녹아있는 상태)의 티오황산나트륨(Na2S2O3)이나 아세트산나트륨(CH3COONa)용액이 들어 있다. 과포화상태의 용액은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똑딱단추를 꺾는 약간의 충격에도 반응이 일어난다. 한번에 티오황산나트륨이나 아세트산나트륨이 많이 석출되면서 순식간에 손난로 속의 액체는 고체로 변한다. 액체에서 고체로 상태가 변화하면 입자들이 서로 가까워지고 자유롭던 입자들의 움직임도 차분해진다. 이때 남는 에너지가 열의 형태로 외부에 방출되는 ‘발열반응’이 일어난다.

또 다른 종류는 흔들어서 사용하는 손난로이다. 이 손난로 속에는 시커먼 가루가 들어있다. 흔들면 열이 나기 시작하며 보통 10시간 이상 열이 지속된다. 하지만 투명한 액체 손난로와는 달리 한번 사용하고 나면 다시 사용하기가 어렵다.


손난로의 주성분은 철가루
손난로를 흔들 때 그 내부에서는 철가루가 산소와 반응해 철이 녹스는 반응이 일어난다. 평소 우리가 사용하는 철로 된 물건들은 녹스는 반응이 천천히 일어나기 때문에 열이 나는 걸 느낄 수 없다. 하지만 손난로 속에서는 철과 산소 사이의 화합반응이 훨씬 더 빨리 일어난다. 반응속도를 높이기 위해 표면적이 넓은 미세한 가루상태의 철을 넣고 수분과 염분을 섞어 놓았기 때문이다. 또 활성탄가루도 함께 넣는데 많은 구멍을 갖는 활성탄은 수분을 머금게 하고 열이 빨리 달아나지 않게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철이 녹슬며 산화하는 반응은 되돌리기가 어렵기 때문에 한번 열을 내고 나면 재사용할 수 없다.

흔드는 손난로와 주성분이 같은 ‘쑥찜팩’ 포장 뒷부분에는
성분:약쑥, Fe, cellulose, activated charcoal powder, moisture
와 같은 설명이 적혀 있다. 여기서 Fe는 철의 원소기호이고 셀룰로오즈는 식물세포벽의 주성분이다. 예전에 만들던 철가루 손난로에는 톱밥이 많이 들어갔으니 비슷한 성분이라고 보면 된다. activated charcoal powder는 활성탄, moisture는 습기를 뜻한다.

쑥찜팩을 뜯어 그 속에 있는 시커먼 가루에 자석을 대어보면 달라붙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용하기 전과 후의 쑥찜팩 가루를 비교해보자. 사용하기 전엔 검은색이었던 철가루가 산화해 발열하고 난 뒤 녹슨 철 색깔로 변했다. 숯가루가 섞여 있어 일부만 붉게 보인다.

만두나 소시지 봉지에 들어있는 산소흡수제의 주성분도 철가루다. 음식물을 오래 보관하면 맛이 떨어지고 산패한다. 음식물이 공기 중 산소와 결합해 산화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산소흡수제 속 철가루는 음식물 대신 산화하면서 밀폐된 포장지 속의 산소를 흡수하기 때문에 만두나 소시지가 오래 신선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산소흡수제 속의 철가루와 숯은 그다지 해롭지는 않다. 음식을 조리하다가 산소흡수제를 빠뜨렸다 해도 바로 꺼낸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자주 빠뜨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산소 부피비 측정하려면
흔드는 손난로, 쑥찜팩, 산소흡수제 중 어떤 것이라도 좋다. 이 중 하나를 이용해 공기 중에 산소가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 실험해보자. 몇 가지 주의사항을 먼저 살펴보자.

우선 사용하지 않았던 새 것으로 실험해야 한다. 열을 펄펄 내고 난 다음의 손난로 속 철가루는 이미 반응이 모두 끝나버려 이것으로는 산소의 부피비를 측정할 수 없다.

뜯을 때도 주의할 점이 있다. 손난로를 흔들면 부직포를 통해 산소가 들어가서 반응한다. 이때 산소의 양은 많지 않다. 하지만 봉지를 뜯을 때 철가루가 심하게 뿜어져 나오면 갑자기 많은 양의 산소와 철가루가 만나 폭발적인 산화반응을 일으킨다. 누군가 옆에서 과산화수소 분해 장치로 산소발생실험을 하고 있는 상황만 아니라면 크게 위험하지 않지만 철가루가 눈에 들어가면 각막을 손상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한 무엇보다도 철가루와 숯가루가 사방에 흩어지면 청소하기가 상당히 귀찮아진다.

<실험 따라하기>
실험준비물
흔드는 손난로 또는 쑥찜팩 또는 산소흡수제, 수조(모양은 상관없음), 물(물감이나 식용색소를 조금 넣어주면 결과를 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작은 플라스틱 그릇, 나무젓가락(이것을 유리종 아래에 받치지 않으면 유리종 안으로 물이 제대로 빨려 들어가지 않을 때가 있다), 유리종, 메스실린더.

실험 방법
① 수조에 물을 붓고 나무젓가락을 넣는다. 손난로 속 철가루를 큰 밥숟가락으로 두 스푼 정도 넣은 플라스틱 그릇을 물 위에 띄운다.
② 나무젓가락 위에 유리종을 올려놓는다. 그릇이 유리종 속에 떠있는 상태가 돼야 한다. 고무줄을 이용해 현재의 물 높이를 표시한다.
③ 고무마개로 막고 기다리면 물이 유리종 속으로 들어온다. 고무줄로 올라온 물의 높이를 표시한다.

실험 결과
상온(20~25℃)에서는 1~2시간 정도면 실험을 마칠 수 있다. 철가루가 산화하면서 유리종 속에 들어 있는 공기 중 산소만을 소모했기 때문에 유리종 속으로 물이 올라온다. 산소가 없어진 만큼 유리종 안쪽의 기압이 낮아지고 낮아진 기압을 보완하기 위해 유리종 안으로 물이 들어온 것이다. 결국 올라간 물의 부피는 유리종 속에서 산소가 차지했던 부피만큼이 된다.

이제 산소의 부비피를 알아보자. 유리종을 뒤집어 처음 물 높이에 해당하는 고무줄 높이에 맞춰 물을 넣는다. 그 다음에 나중 물 높이에 맞춰 튕겨놓은 고무줄의 높이에 해당하는 부분까지만 물을 메스실린더에 따라낸다. 이때 메스실린더에 담긴 물의 부피가 바로 공기 중에 산소가 차지하는 부피 ①과 같다. 나머지 물도 따라낸 뒤 메스실린더를 이용해 측정하면 그 부피는 산소를 뺀 나머지 공기의 부피 ②가 된다.

이때 ①/(①+②)이 바로 전체 공기 중에서 산소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오차가 크지 않다면 공기 중 산소의 부피비는 21% 내외로 측정된다.
공기 중 약 78%를 차지하는 질소는 반응성이 작아 다른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과학동아 1월호에 실린‘반 고흐전의 한국행 비밀을 벗겨라’란 기사에서 고흐의 명작을 운반하는 상자 속을 질소로 가득 채운다고 했다. 이는 명화 표면의 물감이 산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손난로 속 철가루는 질소가 아니라 반응을 잘하는 산소와 화합한 것이기 때문에 실험을 통해 산소의 부피비를 계산할 수 있다.


<집에서 하는 초간단 실험!>

실험기구가 갖춰지지 않아도 간단한 실험을 통해 공기 중 산소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실험준비물
흔드는 손난로 또는 쑥찜팩 또는 산소흡수제, 큰 페트병.

실험 방법
손난로 가루와 약간의 물을 페트병 속에 넣고 페트병의 부피 변화를 잘 관찰한다.

실험 결과
페트병이 찌그러지면서 부피가 줄어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철가루가 산화하면서 페트병 속의 산소를 흡수하기 때문에 병 안쪽의 기압이 낮아진다. 상대적으로 높아진 바깥쪽 대기압이 페트병을 눌러 페트병이 찌그러진다.
유리종이나 페트병 속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철+산소→산화철(붉은색)
4Fe+3O2→2Fe2O3

이러한 산화반응은 생체 내에서도 일어난다. 철의 산화반응에서처럼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산화반응인 호흡에서도 열이 난다. 호흡은 단계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한번에 많은 열을 발생시키진 않는다. 만약 열이 한번에 났다가 식었다가 한다면 우리는 온 몸의 단백질이 변성돼 살 수 없을 것이다.

호흡에 의해 열이 발생한다는 사실도 실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싹이 트는 콩과 삶은 콩의 온도를 비교하면 왕성한 호흡으로 열이 발생하는 싹이 트는 콩의 온도가 2℃정도 높음을 알 수 있다.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