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한다. 심리학자들은 상대방의 마음을 파악하려면 눈동자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눈빛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해독하라고 조언한다. 사람의 표정만큼이나 인상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주는 우리의 눈! 인체 감각기관 중 가장 복합하며, 사람이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 이용하는 가장 중요한 감각인 눈에 대해 알아보자.
시각의 형성
사람의 눈은 카메라와 같은 기능을 하고 있어 흔히 카메라와 눈을 비교하기도 한다. 카메라는 사람과 달리 눈이 하나라는 차이점이 있기는 하지만 사람의 눈을 기계적으로 모방한 것이 카메라다.
사람이 두 눈으로 상을 맺는 것은 다른 영장류와 포유동물에서도 볼 수 있는 특징으로, 거리와 깊이를 판단할 수 있게 한다. 빛은 투명한 각막을 통해 눈으로 들어가는데 각막 바로 안쪽에는 홍채가 있다. 홍채는 동공을 형성하는 얇은 근육으로 빛의 양이 많을 때는 이완해 동공을 작게 만들고, 빛의 양이 적을 때는 수축해 동공을 크게 만든다. 이러한 조절은 우리의 인식에 의한 것이 아니라 중뇌라는 뇌의 한 부분에서 저절로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의 홍채는 검은색을 띤다. 멜라닌 색소가 많이 있어서 검은색으로 보인다. 멜라닌 색소가 적을 경우에는 서양 사람들처럼 파란색 눈을 갖는다. 멜라닌 색소가 하나도 없다면 안쪽의 혈관이 보여 토끼처럼 빨간 눈을 갖는다.
홍채를 통과한 빛은 수정체에서 굴절돼 눈의 뒷부분에서 빛을 감지하는 층인 망막에 모인다. 망막에 맺힌 상은 두 종류의 시세포-막대세포와 원추세포에서 인지한다. 한쪽 눈에는 1억 2000만 개의 막대세포가 있어 빛에 아주 민감하다. 이 때문에 흰색과 검은색을 판별할 수 있다. 700만 개의 원뿔세포는 밝은 빛이 있을 때 색을 구분한다.
사람의 눈은 왜 두 개일까
자, 잠시 책을 내려놓고 검지손가락을 눈높이로 들어보자. 한쪽 눈을 가리고 두 검지손가락을 멀리서부터 서서히 가까이 하면서 맞춰보자. 잘 맞춰지는가? 한 눈으로는 입체감이 없어 원근을 판단하기 어렵지만 두 눈을 통해 사물을 보면 원근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처럼 곤충을 제외한 대부분의 동물들이 두 개의 눈을 갖고 있는 이유는 정확한 거리측정을 위해서다. 좌우 눈은 약간 다른 위치에서 보기 때문에 두 눈으로 들어오는 상은 약간 다르게 나타난다. 이 두 개의 상 정보를 대뇌에서 종합해 인식하기 때문에 대상 물체까지의 거리, 움직임 등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두 눈과 물체가 이루는 각에 의해 가깝고 먼 것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두 눈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입체적인 영상을 볼 수 있다. 3D 입체영화로 유명한 ‘아바타’도 제작과정에서는 두 대의 카메라가 사용됐다.
하지만 가까운 곳을 잘 보지 못하는 원시, 먼 곳을 잘 보지 못하는 근시는 조금 다른 문제다. 눈이 두 개라서 거리감 조절을 잘할 수 있지만 이때 자동적으로 수정체가 조절돼야 정확한 시각을 형성할 수 있다. 이러한 원근 조절도 마찬가지로 중뇌에서 사람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처리되고 있다.
척추동물의 진화와 눈
이번에는 볼펜으로 간단한 실험을 해보자. 연필을 눈 높이에 들고 왼쪽 눈을 감고 오른쪽 눈으로만 지우개 끝에 초점을 맞춘 다음, 눈의 방향을 고정시킨 채 연필을 서서히 오른쪽으로 움직여보자. 연필이 시선 방향으로부터 약 20° 정도 움직인 지점에 이르면 연필의 끝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바로 망막에 있는 시각적 맹점(Blind Spot)에 상이 맺혔기 때문이다. 시각적 맹점이란 망막에서 신경 다발을 눈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뚫어 놓은 구멍이다. 이곳에는 막대세포와 원뿔세포들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상이 맺혀도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왼쪽 눈은 어떨까? 왼쪽 눈도 마찬가지로 비슷한 위치에 맹점이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인간의 눈은 이렇게 불합리하게 만들어졌을까? 인류가 거쳐 온 진화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 대답을 찾을 수 있다. 오징어 눈과 달리 구멍 뚫린 망막의 구조는 인간만의 문제가 아니라 거의 모든 척추동물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다. 척추동물의 발생과정을 보면 눈은 초기 배의 외배엽 즉, 바깥쪽 투명한 피부로부터 분화됐다. 원시 척추동물의 피부 중에 빛에 민감한 세포들이 눈으로 발달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 세포들은 신체의 조직으로 발달되고 혈관과 신경들이 연결돼 현재의 눈으로 형성됐을 것이다. 수억 년이 흐른 오늘에도 빛은 곧바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눈을 통해 혈관과 신경들을 지나쳐야만 뇌에서 인지할 수 있다. 이러한 진화상의 불리한 점들을 계통적 제약(phylogenetic constraint)이라고 한다. 그래도 오징어의 큰 눈 보다는 여러분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더 예쁘니 너무 실망하지는 말자.
다양한 생물의 눈에 숨은 비밀
인간과 달리 다른 동물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볼까? 우리와 함께 생태계를 구성하는 동물의 시각은 어떨지 관심을 가져보면 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조류 중에서 가장 민감한 눈을 갖고 있는 것은 하늘의 무법자인 매이다. 매는 높은 하늘을 날며 빠른 속도로 먹이를 잡는 육식성 새이기 때문에 인간에 비해 4∼8배나 멀리 볼 수 있다. 매는 색을 감지하는 원뿔세포의 밀도가 인간의 5배나 되기 때문에 선명한 천연색 영상을 볼 수 있다. 반면에 막대세포는 거의 갖고 있지 않아서 어두운 밤에는 거의 볼 수가 없다.
반면 밤에도 뚜렷한 시각을 갖고 있는 동물이 있다. 세로로 길쭉한 눈이 매력적인 고양이들은 망막 뒤에 거울 같은 반사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망막이 미처 흡수하지 못한 빛이나 희미한 빛들을 다시 인식할 수 있다. 밤에 고양이를 마주치면 눈이 반짝 빛나는 것도 바로 반사판 때문이다.
사람과 전혀 다른 세상을 바라보는 동물도 있다. 바로 파충류인 뱀이다. 사람은 가시광선(대략 380~780nm의 파장) 영역의 빛만 볼 수 있다. 하지만 뱀의 눈은 적외선(대략 700nm~1mm의 파장)의 영역대를 볼 수 있다. 적외선 카메라라고 해서 한때 신종플루가 유행할 때 공항출입국에서 자주 보였던 카메라가 있다. 그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적외선은 열선이기 때문에 뱀은 먹이가 발산하는 열을 느끼고 접근한다. 아무리 예쁜 색깔의 옷을 입고 화려한 화장을 해도 적외선 투시카메라 같은 뱀의 눈에는 우리가 모두 비슷한 색깔로 보인다니 흥미롭다.
봄이 되면 활짝 핀 꽃과 함께 등장하는 벌은 자외선(약 10~400nm의 파장) 영역의 빛을 인식한다. 또한 곤충은 겹눈이라는 특이한 구조를 갖고 있어 하나의 영상이 수천 개가 모인 모자이크 형태로 세상을 바라본다. 벌이 왜 에너지가 강한 자외선 영역을 인식하게 됐는지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한 가지 색으로 보이는 꽃잎을 자외선 카메라로 보면 꿀이 있는 중앙으로 갈수록 짙어지기 때문에 꿀을 모으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같은 꽃을 바라봐도 인간과 벌은 서로 다른 영상을 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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