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의 구조
지구에 있는 모든 물체는 지구로부터 중력을 받는다. 지구 중심 부근을 향하는 중력으로 인해 땅 위를 움직일 때 마찰력이 작용하기도 하고, 다리 위를 지날 때는 다리를 누르기도 한다. 이처럼 물체의 무게와 같은 외력이 구조물에 작용하는 힘을 하중이라고 한다.
자동차처럼 무거운 물체들이 다니는 다리는 엄청난 하중을 받는다. 이 하중을 효과적으로 땅에 전달해야 하는데, 다리의 교각이 이런 역할을 한다. 다리의 교각을 촘촘히 설치하면 더 튼튼하고 안전한 다리가 되겠지만, 비용도 많이 들고 공사 시간도 오래 걸려서 무조건 교각을 많이 설치할 수도 없다. 무엇보다 다리 밑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 교각이 너무 촘촘하면 교각 사이로 또 다른 도로를 놓거나 강이나 바다 위에서 배가 지나다닐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각과 교각 사이는 다리 상판에 작용하는 하중을 교각으로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최대의 거리만큼 띤다.
하지만 교각 설치가 매우 어려운 지형이거나 다리 아래 넓은 공간이 필요할 경우 교각 사이의 거리는 상판의 하중이 효과적으로 전달되기 어려울 만큼 벌어질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다리 상판에 작용하는 하중을 교각으로 잘 전달할 수 있을까?
힘의 분산과 트러스-아치 구조
힘은 방향이 있는 물리량으로 물체에 작용하는 방향에 따라 물체의 운동이나 변형에 미치는 영향에 차이가 있다. 또한 한 물체에 작용하는 여러 가지 힘들은 동일한 효과를 갖는 하나의 힘으로 나타내는 힘의 합성을 할 수 있으며, 반대로 한 물체에 작용하는 하나의 힘을 동일한 효과를 갖는 두 개 이상의 힘으로 분해하는 힘의 분산을 할 수 있다. 다리 또는 체육관의 지붕처럼 그 위에서 작용하는 무거운 하중을 견뎌야 하는 구조물은 힘을 효과적으로 분산해 지면으로 전달해야 하는데, 어떤 구조가 힘을 효과적으로 분산할 수 있을까?
구조물에 가해지는 힘을 분산시키는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트러스 구조와 아치 구조가 있다. 트러스 구조에서는 기본단위인 삼각형을 그물 모양으로 짜서 하중을 지탱하며, 평면 구조와 입체 구조로 나눌 수 있다. 주로 다리의 상판 아래, 터미널의 지붕 등에 사용한다. 아치 구조는 누르는 힘을 옆으로 분산시켜서 하중을 줄이고 변형을 막는 구조로 다리와 터널 등에 사용한다. 신석기시대에도 삼각형 모양의 아치를 만들었을 정도로 역사가 매우 오래됐다.
현수교에 숨은 비밀
미국의 서부 도시 샌프란시스코에는 금문교라고 하는 붉은 다리가 있다. 골든게이트 교(Golden Gate Bridge)라고도 부르며, 미국 캘리포니아 주 골든게이트 해협에 위치한 현수교인데 1937년 완공 당시 가장 큰 다리였으며 지금도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적인 건축물이다. 인구가 많고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도시이니만큼 금문교를 지나다니는 차량의 숫자도 엄청나다.
금문교에는 큰 특징이 있다. 바로 교각이 양쪽 끝부분에 두 개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교각 사이의 거리가 무려 1280m이다. 그렇다면 다리의 중간부분을 지날 때 다리의 상판이 하중으로 인해 아래로 처지지 않을까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이 다리는 현수교이기 때문이다.
현수교는 다리 양 쪽에 높고 튼튼한 기둥을 설치하고 그 사이를 케이블로 연결한다. 이 케이블에 다리 상판과 연결된 줄을 매달아 상판을 단단히 잡고 있다. 현수교의 케이블은 아치모양으로 굽어져 있다. 바로 이런 구조로 인해 긴 상판이 받는 하중을 양쪽의 교각으로 잘 전달할 수 있어서 무거운 하중도 견딜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금문교의 상판 아래는 트러스 구조라서 케이블과 함께 하중을 교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다리의 다양한 종류에는 상판 아래가 아치 구조인 아치교도 있지만, 아치 모양인 현수교의 케이블처럼 아치 모양이나 구조만으로도 힘을 분산시킬 수 있다. 따라서 큰 하중도 효과적으로 견딜 수 있는 구조물을 만들 수 있다.
우리 몸에도 아치가 숨어 있다
트러스 구조와 아치 구조는 앞에서 살펴 본 다리, 지하철 역사, 체육관 지붕 뿐만 아니라 경주 불국사 백운교에서도 볼 수 있고 여러 고궁의 돌다리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음료수가 들어 있는 캔의 바닥은 오목한 모양이다. 일종의 아치 구조다. 바닥 부분을 아치 모양으로 만들면 쓰러지지 않을뿐더러 내용물로부터 받는 무게나 팽창력을 견딜 수 있도록 힘을 분산시킨다.
아치 구조는 인공 구조물 뿐 아니라 우리 인체의 곳곳에 숨어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발바닥이다. 평균적인 성인 남성의 경우 약 700N의 무게를 발이 지탱한다. 이 무게를 발바닥 전체에 효과적으로 나누지 못하면 발목과 이어진 발바닥 부분에 하중이 집중돼 매우 아플 것이다. 이런 이유로 발바닥이 아치 모양이 아닌 평발을 가진 사람은 걷는 것 자체만으로도 매우 피곤함을 느낀다. 한 사람이 평생 동안 걷는 거리는 지구 둘레의 네 바퀴 반. 땅에 부딪치는 횟수는 1억 번 정도다. 1㎞를 가는 데 약 16t의 엄청난 무게를 지탱한다.
발이 아치 구조가 아니었다면 사람들은 지금처럼 활동적으로 움직이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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