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교에 진학한 최 모 양(17)은 최근 부쩍 짜증이 늘었다. 친구들은 최 양을 두고 "표정이 없어졌다"고도 했다. 집에서도 방에서 잘 나오지 않는다. 중학교 때 중상위권을 유지했던 성적이 고교 진학 후 중하위권으로 추락한 뒤부터다. "방학 계획을 세울 마음이 들지 않아요. 열심히 공부해서 원래 성적을 회복해야 하는데, 공부할 의욕이 나질 않네요."
'열공'을 해도 오르지 않는 성적, 주변 친구와의 비교, 남에게 말 못하는 개인 사정 등으로 찾아오는 슬럼프(Slump). 주로 성과를 잘 내지 못하는 운동선수에게 쓰이는 말이지만, 학생들도 슬럼프를 피하긴 쉽지 않다. 특히 날이 덥고 개인 시간이 많아지는 여름방학에 찾아오는 '단골손님'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자녀가 '공부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거나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말을 습관적으로 한다면 이미 슬럼프에 빠졌거나, 그 직전의 신호"라고 진단했다.
◆불안·초조… 성별·학년별 차이 있어'열공'을 해도 오르지 않는 성적, 주변 친구와의 비교, 남에게 말 못하는 개인 사정 등으로 찾아오는 슬럼프(Slump). 주로 성과를 잘 내지 못하는 운동선수에게 쓰이는 말이지만, 학생들도 슬럼프를 피하긴 쉽지 않다. 특히 날이 덥고 개인 시간이 많아지는 여름방학에 찾아오는 '단골손님'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자녀가 '공부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거나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말을 습관적으로 한다면 이미 슬럼프에 빠졌거나, 그 직전의 신호"라고 진단했다.
슬럼프는 주로 방학이나 학기가 끝나는 시점과 같이 스트레스나 심리적 압박이 강했던 시기가 지나고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친구와 부모 관계가 원만치 않거나, '자신이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의 원인을 자기 탓으로 돌릴 경우도 마찬가지다. 용인 동백고 정숙경 인성상담부장은 "슬럼프에 빠지기 쉬운 학생들은 친구와의 비교, 부모의 기대 등 주변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다"라며 "상위권으로 갈수록 성적이 떨어졌을 때 충격이 크다. 중위권의 경우 시험 결과가 좋지 않으면 좋아하는 과목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학년별, 성별의 차이도 있다. 고1의 경우, 최 양의 사례처럼 새 학년과 새 학기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기대 이하의 성적이 나왔을 때 슬럼프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고2·3학년은 주로 진로나 진학 문제에 관한 막연한 불안, 입시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위기감 등 이 주원인이다.
서울시 청소년 상담지원센터 이윤조 상담팀장은 "주로 정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 해답 없는 고민으로 불안과 초조, 우울 증세를 호소한다"고 말했다. 남학생은 주로 행동이 거칠어지거나 말수가 대폭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여학생은 신체 변화에 따른 감정 기복이 심해지거나 친구에 대한 열등감이 커질 수 있다. 정 부장교사는 "남학생보다 상대적으로 꼼꼼하게 필기 정리와 학습 계획을 세우는 여학생들이 자신의 노력에 비해 성과가 없을 경우 더 예민해진다"고 설명했다.
◆당사자에게 신뢰 주고 실천할 수 있는 단기 계획부터 세워야
슬럼프의 원인이 다양한 만큼, 학생에게 무리하게 질책하거나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금물이다. '담임 멘토제'를 실시하는 강서고 서강호 교사는 "모든 고민을 들어주거나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학생 입장에서 오히려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기보다는 거시적인 관점으로 접근하세요.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너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충분히 해결될 문제다' '할 수 있다'고 격려부터 하면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세요."
방학 동안에는 교사나 학부모와 함께 단기 계획부터 세우는 것이 좋다. 정 부장교사는 "인터넷이나 학원 정보에만 의존해 부모나 담임교사와 얘기하려 하지 않을 때가 안타깝다"고 했다. 특히 학기말 고사를 준비하며 단기간 암기에 열중하다, 방학을 맞아 수능 및 모의고사를 대비하는 고2, 3학년은 학습 부담을 크게 느낄 수 있다. 비상에듀 이치우 평가관리실장은 "슬럼프라 하더라도 자신의 평소 학습 방법을 180도 바꾸면 자칫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질 수 있다"며 "자신이 목표한 학과·대학 수준을 명확히 하고 기존 자신의 공부법을 유지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뜻하지 않게 슬럼프가 장기간 지속된다면 지역 청소년상담센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거인국에 사는 소인처럼 모든 상황이 크고 무겁게만 느껴질 것"이라는 이 상담팀장은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성급히 해결책을 찾지 마세요. 슬럼프를 계기로 자신을 충전할 기회로 생각하는 것도 좋아요. 그간 힘들었을 나를 위해 격려하고 위로하는 시간으로요. 지금의 '나'에 집중해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세요.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필수죠."
슬럼프 극복 7계명
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라.
② 주변에 힘든 상황을 얘기하고 도움을 요청하라.
③ 슬럼프를 극복한 사례를 통해 희망을 가져라.
④기본 개념을 복습하며 그동안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라.
⑤ 신출 문제는 피하고 기출 문제 위주로 공부하라.
⑥ 자신 있는 과목, 성적이 좋은 과목 위주로 공부하라.
⑦ 모든 것을 잊고 하루를 완전하게 쉬고 재충전하라. (연극, 영화, 산책 등 가벼운 활동 등)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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