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3일 일요일

美 대학 입시-첫 관문은 성적, 마지막은 재능에 있다

대학입시 때 과학과 예술의 관계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스탠퍼드 대학의 예를 살펴보자. 스탠퍼드 대학은 매년 3만2000개 이상의 지원서를 받는다. 이를 입학 사정관 사무실 바닥에 전부 쌓아놓은 모습을 상상해보자. 이 3만2000명의 학생 중 약 2만4000명의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판정받는다. 이 2만4000명의 지원서는 이제 사무실 바닥에서 책상으로 올라온다. 책상에 올라온다는 것은 입학사정관이 지원서를 열어 모든 정보를 읽게 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바닥에 남은 8000여 개의 지원서는 안타깝게도 읽혀지지도 않는 것이다.

바닥에서 책상으로 가기까지는 무엇이 필요할까? 바로 대학입시에서 과학에 해당하는 학업 평점과 시험 점수다. 대학생의 첫 번째 의무가 학업인 만큼 스탠퍼드 입학사정관은 학업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다고 판단된 학생들의 지원서만 읽는 것이다.

지원서가 책상 위로 올라오면 과학 부분은 더이상 학생이 합격·불합격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미국 대학들은 성적순, 시험 순으로 학생을 나열해 가장 높은 선부터 뽑지 않는다. 이 단계부터는 특별활동, 에세이, 추천서 등을 통해 각 학생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 정리하자면 학업 기록은 대학 입학까지 가기 위해 넘어야 하는 첫번째 단계이기는 하지만, 마지막 결정적 요소는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에게 읽혀지는 2만4000개의 지원서 중 2만1500명의 서류는 탈락된다. 불과 2500명의 학생만이 입학을 허락받는다. 이는 고교시절 최대한의 AP 수업을 듣고, 자신의 학교에서 최우수 학생으로 졸업하며 SAT 시험에서도 고득점을 한 2만1500명의 학생이 학업적인 요소 때문이 아니라 그 외의 요소 때문에 입시에서 탈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최고의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학업 성적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예다. 학업과 그 외에 활동을 균형 있게 갖추는 것이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미국 사립대학 입시에서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오십 대 오십 법칙이다.

그러나 오십 대 오십 법칙에도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예외가 존재한다.

▲우월한 학업 성취도=한 학생의 학업 수준이 지원 대학의 평균 수준보다 상당히 높다면, 학업 기록만 가지고도 대학 입학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이 자기 학업 수준에 맞거나 상위 대학에 지원하지 하위 대학에 지원하지는 않는다.

▲운동, 음악 등 특별한 재능=학교에서 요구하는 것에 비해 학생의 학업 기록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운동, 음악 등 여러 특별 재능을 갖춘 학생은 입학 허가를 받을 수도 있다.

▲동문 가족, 기부 등=미국 대학은 지원 학생의 가족이 같은 대학 출신 동문인지 혹은 대학에 금전적 기부를 하였는지 등을 입학 사정의 요소로 포함시킨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다소 약한 비학업적 부분을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최대한의 가치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세심한 주의와 전략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조선일보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