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과 통합 교육과정 공개
2018학년 고교 통합사회?과학 도입
한국사 필수, 중학교 SW교육 강화
"대입안 안바꿔 반쪽 통합" 의견도
올해 초등학교 6학년생이 고1이 되는 2018학년도부터는 문·이과 구분 없이 통합사회·통합과학을 공통으로 배운다. 이 학생들이 치르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는 문과생도 과학을, 이과생도 사회를 계열 구분 없이 시험 보게 된다. 그럼에도 고2때부터 문·이과가 나뉘는 현재의 시스템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와 국가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회는 12일 한국교원대(충북 청주)에서 열리는 공청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총론 주요 사항’(가안)을 공개한다. 교육부는 공청회와 여론 수렴을 거쳐 ‘2015 교육과정’ 총론 주요 사항을 24일 발표할 예정이다. 새 교육과정은 내년 하반기에 최종 확정·고시하고 2017∼2018학년도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된다. 발표안의 핵심은 문·이과 계열 구분 없이 모든 고교생이 들어야 하는 ‘공통 과목’이 생긴다는 점이다. 현재는 개별 학교가 국어·수학·영어·사회·과학 5개 교과군별로 10단위(1단위는 한 학기 동안 주당 1시간 수업하는 분량) 이상씩만 세부 과목을 자율적으로 선택해 들으면 됐다.
그러나 2018학년도부터는 교육부가 정하는 각 교과군의 대표격인 공통 과목들을 8단위씩 이수해야 한다. 필수 단위 중 나머지 2단위는 ‘선택 과목’으로 채우게 된다. 특히 사회·과학 교과군의 공통 과목인 통합사회·통합과학에는 정치·경제·윤리, 물리·화학·생물 등 세부 교과목들의 핵심 내용이 포함된다. 연구위가 마련한 통합사회 내용구성안 중에서 ‘Ⅱ. 행복한 삶’ 단원을 예로 들면, 행복의 의미를 동서양 철학적 관점(윤리)에서 찾아보고 행복을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민주주의와 경제적 관점(정치·경제)에서 공부하게 된다.
공통 과목은 모두 수능에서 필수로 지정되기 때문에 문·이과생 구분 없이 통합사회·통합과학 모두 시험을 쳐야 한다. 현재 문과생은 사회교과군, 이과생은 과학교과군에서 2과목씩만 선택해 수능을 보고 있다. 남부호 교육과정정책과장은 “문·이과를 나누지 않고 사회·과학에 대한 기본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기르는 게 목적”이라며 “통합 과목 외 사회·과학 선택 과목을 수능에서 포함하는 방안은 추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수 이수단위 조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특히 과학 교과군에 대해 과학계는 15단위로 필수화하는 방안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교육부는 5개 교과군(현재 모두 10단위) 중 과학만 2단위 늘리는 방안(1안), 과학 4단위와 나머지는 2단위씩 늘리는 방안(2안)을 놓고 검토 중이다. 한국사(6단위)는 1·2안에 관계없이 필수 교과로 포함됐다. 이에 대해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과학이 사회보다 2단위가 늘어나지만 한국사(6단위)를 포함하면 4단위가 적어 교육부에 재조정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대 정진수(물리학) 교수는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일을 교육학자들이 독점하고 있다”며 “교육과정 개편에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과목별 균형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과학만 수업 시간을 늘리는 건 힘들다”고 해명했다.
중학교에선 ‘정보’ 과목이 필수로 지정되고 소프트웨어(SW) 교육 중심으로 재편된다. 초등학교에선 2017학년도부터 1~2학년 때 ‘안전’ 교과가 신설된다. 교육부는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는 방안과 대학 전공 선택에 앞서 고교 선수 과목을 지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교육계 일각에서는 이번 개편안이 문·이과 통합이라고 거창하게 부르기엔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의 한 고교 3학년 부장 교사는 “문과생도 의대에 진학하고 이과생도 국문과에 진학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문·이과 통합”이라며 “대학 입시를 바꾸지 않고 고교만 바꾸는 건 반쪽짜리 통합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