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수학이야기 1
수학자 피타고라스의 음정 이론이 서양 음악의 이론의 시작이었다는 것은 이제는 상식과도 같다. 하지만 수학이 음악 이론에 끼친 영향은
이뿐만이 아니다. 예를 들어 16, 17세기에 실제 음악 연주에서 문제를 보이던 순정률의 대안으로 평균율이 나오게 된 것도 수학에서 지수 로그의
개념이 정립된 것과 무관치 않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음악의 이론이라기보다는 음정에 대한 이론에 가까웠고, 수학을 심각하게 이용했다고
보기에는 민망한 수준이었다.
음악의 시작: 소리
음악은 ‘소리’와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피타고라스의 음정 이론은 소리의 높낮이를 그럴 듯하게 설명하는 법칙이었지,
따지고 보면 수학자답게 소리를 ‘수학적’으로 설명한 것은 아니었다. 1500년 경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소리가 ‘파동’처럼 움직인다는 사실을
발견한 후에야 비로소 과학적 이론이 시작된다고 알려져 있다. 작곡가였으며 음악 이론가였던 아버지를 둔 때문인지 갈릴레오 갈릴레이도 소리에 관심을
두었다. 1602년 공명 현상을 처음 발견하기도 했고, 1632년에는 음의 높이는 음파의 진동수, 즉, 주파수에 달려 있다는 것도 알아낸다.
한편 당대 수많은 수학자 및 과학자와 교류했던 신부이자 수학자였으며, 보통은 ‘메르센 소수’로 더 유명한 마랭 메르센은 1627년 최초로 소리의
속도를 측정하였는데, 현재 알려진 값과 10퍼센트 오차도 나지 않는다.
소리의 이론: 미적분과 결합하다
이처럼 다소 산발적이던 소리 혹은 음악의 이론이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선 것은 수학 최고의 히트 상품인 ‘미분’을 이용하여 파동을
분석하기 시작하면서다. 1700년대 초 달랑베르가 진동하는 현의 움직임을 기술하는 미분 방정식인 (1차원) ‘파동 방정식’을 발견하고 해를
구하면서 소리에 대한 수학적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오일러, 다니엘 베르누이, 라그랑주, 베셀 등이 고차원 파동 방정식으로 발전시켜
연구하였는데, 명성이 자자한 수학자 상당수가 소리의 수학에 관심을 두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라플라스로부터 푸리에까지: 포괄성의 수학
얇은 막 혹은 북을 쳤을 때의 소리에 대한 이론인
2차원 파동 방정식을 포함하여 (음파가 우리의 귓고막을 진동시켜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뇌에서 ‘소리’라는 형태로 해석한다) 파동 방정식은 흔히
‘라플라스 연산자’라는 것을 이용하여 표현한다. 그런데 이 라플라스 연산자는 소리와 전혀 관련이 없는 곳에서도 대단히 포괄적으로 등장한다.
전기나 중력 이론, 열의 확산 이론 및 양자역학에까지 나온다. (수학에서 등장하는 분야는 뺀 것이 이 정도다.) 수리 물리나 공학 수학에서
라플라스라는 이름을 피할 수 없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셈인데, 라플라스 작용소와 관련된 거대한 이론 체계인 호지(Hodge) 이론의 어떤
예상을 해결하자는 것이 클레이 재단에서 제시한 새천년 7대 문제의 하나라는 것도 언급해 둔다.
어쨌거나 라플라스 작용소를 분석하는 포괄적인 수학적 방법이 있으면 전혀 색다른 여러 가지 이론에 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수학의 힘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라플라스 작용소를 분석하는 가장 고전적인 방법인 푸리에 이론은 원래 파동이 아니라 열의
전파를 (열은 파동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나온 것이었다는 사실만 보아도 짐작이 간다.
MP3, 영상 처리, 데이터 압축
대충 말해 어떤 파형이든 기본 사인(sine) 파형들의 적절한
상수배(푸리에 계수라 부른다)의 합으로 분해할 수 있다는 것이 푸리에 이론인데, 현대 디지털 혁명을 이끈 이론 중의 하나다. 푸리에 이론의 이런
성질을 이용하여 신호 중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내고, 대부분의 정보를 살리면서도 원래 신호를 충실하게 재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디지털
음원, 영상 및 데이터의 부호화 및 복호화, 압축에 많이 이용되는 이론이 된 것이다.
콘서트 홀의 설계: 소수의 비밀
수학과 물리를 전공하였고, 벨 연구소에서 음향학을 연구했던 슈로더(M. R. Schroeder, 1926-2009)는 “가우스 합을 적절히
활용하면, (중략) 간섭광, 레이다 빔, 음파를 대단히 효과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가우스 합은 소수(素數, prime
number)마다 정의되는 어떤 합을 말하는데, 이 합이 ‘이산 푸리에 변환’과 관련이 있다는 것만 언급해 둔다.
사실 슈로더는 이를 이용하여 음향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키도록 콘서트 홀의 천장을 디자인하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소수의 성질을 이용한
이런 음향 분산 장치는 일반 가정에서도 설치하여 음향 개선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상품화되어 있는데, ‘이차 나머지 분산기’(QRD,
Quadratic Residue Diffusor)나 ‘원시근 분산기’(PRD, Primitive Root Diffusor) 등이 그런 예다.
다만 실제 이런 모양으로 콘서트 홀의 천정을 설계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그림에서 볼 수 있듯 미학적으로는 모양이 사납기 때문이다. 현대에는
건물의 미를 살리면서도 음향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도록 설계하기 위해서는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은 거의 필수다.
음악과 수학
음악은 즐기는 것이지, 굳이 수학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물론 음악에는 수학으로 분석할 수 없는 면도 분명
존재하고, 음악을 만들거나 듣자고 수학을 배워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전혀 의외의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수학 분야에서의 수학자들의 연구가
없었거나, 과학자들과 공학자들이 다양한 다른 원리들과 결합하여 현명하게 구현하지 못했다면, 누군가 정성껏 만든 음악을 편안히 집에서 듣는 것은
불가능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반대로 음악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수학의 발달에도 영향을 미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악과 수학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끊임없이 관계를 맺고 있고, 미래에도 그러할 것이다. 아름다운 것끼리는 통하는 법이니까.
- 정경훈 (서울대 기초교육원)
- ScienceTimes
수학자 피타고라스의 음정 이론이 서양 음악의 이론의 시작이었다는 것은 이제는 상식과도 같다. 하지만 수학이 음악 이론에 끼친 영향은
이뿐만이 아니다. 예를 들어 16, 17세기에 실제 음악 연주에서 문제를 보이던 순정률의 대안으로 평균율이 나오게 된 것도 수학에서 지수 로그의
개념이 정립된 것과 무관치 않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음악의 이론이라기보다는 음정에 대한 이론에 가까웠고, 수학을 심각하게 이용했다고
보기에는 민망한 수준이었다.
음악의 시작: 소리
음악은 ‘소리’와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피타고라스의 음정 이론은 소리의 높낮이를 그럴 듯하게 설명하는 법칙이었지, 따지고 보면 수학자답게 소리를 ‘수학적’으로 설명한 것은 아니었다. 1500년 경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소리가 ‘파동’처럼 움직인다는 사실을 발견한 후에야 비로소 과학적 이론이 시작된다고 알려져 있다. 작곡가였으며 음악 이론가였던 아버지를 둔 때문인지 갈릴레오 갈릴레이도 소리에 관심을 두었다. 1602년 공명 현상을 처음 발견하기도 했고, 1632년에는 음의 높이는 음파의 진동수, 즉, 주파수에 달려 있다는 것도 알아낸다. 한편 당대 수많은 수학자 및 과학자와 교류했던 신부이자 수학자였으며, 보통은 ‘메르센 소수’로 더 유명한 마랭 메르센은 1627년 최초로 소리의 속도를 측정하였는데, 현재 알려진 값과 10퍼센트 오차도 나지 않는다.
소리의 이론: 미적분과 결합하다
이처럼 다소 산발적이던 소리 혹은 음악의 이론이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선 것은 수학 최고의 히트 상품인 ‘미분’을 이용하여 파동을 분석하기 시작하면서다. 1700년대 초 달랑베르가 진동하는 현의 움직임을 기술하는 미분 방정식인 (1차원) ‘파동 방정식’을 발견하고 해를 구하면서 소리에 대한 수학적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오일러, 다니엘 베르누이, 라그랑주, 베셀 등이 고차원 파동 방정식으로 발전시켜 연구하였는데, 명성이 자자한 수학자 상당수가 소리의 수학에 관심을 두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라플라스로부터 푸리에까지: 포괄성의 수학
얇은 막 혹은 북을 쳤을 때의 소리에 대한 이론인 2차원 파동 방정식을 포함하여 (음파가 우리의 귓고막을 진동시켜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뇌에서 ‘소리’라는 형태로 해석한다) 파동 방정식은 흔히 ‘라플라스 연산자’라는 것을 이용하여 표현한다. 그런데 이 라플라스 연산자는 소리와 전혀 관련이 없는 곳에서도 대단히 포괄적으로 등장한다. 전기나 중력 이론, 열의 확산 이론 및 양자역학에까지 나온다. (수학에서 등장하는 분야는 뺀 것이 이 정도다.) 수리 물리나 공학 수학에서 라플라스라는 이름을 피할 수 없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셈인데, 라플라스 작용소와 관련된 거대한 이론 체계인 호지(Hodge) 이론의 어떤 예상을 해결하자는 것이 클레이 재단에서 제시한 새천년 7대 문제의 하나라는 것도 언급해 둔다.
어쨌거나 라플라스 작용소를 분석하는 포괄적인 수학적 방법이 있으면 전혀 색다른 여러 가지 이론에 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수학의 힘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라플라스 작용소를 분석하는 가장 고전적인 방법인 푸리에 이론은 원래 파동이 아니라 열의 전파를 (열은 파동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나온 것이었다는 사실만 보아도 짐작이 간다.
MP3, 영상 처리, 데이터 압축
대충 말해 어떤 파형이든 기본 사인(sine) 파형들의 적절한 상수배(푸리에 계수라 부른다)의 합으로 분해할 수 있다는 것이 푸리에 이론인데, 현대 디지털 혁명을 이끈 이론 중의 하나다. 푸리에 이론의 이런 성질을 이용하여 신호 중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내고, 대부분의 정보를 살리면서도 원래 신호를 충실하게 재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디지털 음원, 영상 및 데이터의 부호화 및 복호화, 압축에 많이 이용되는 이론이 된 것이다.
콘서트 홀의 설계: 소수의 비밀
수학과 물리를 전공하였고, 벨 연구소에서 음향학을 연구했던 슈로더(M. R. Schroeder, 1926-2009)는 “가우스 합을 적절히 활용하면, (중략) 간섭광, 레이다 빔, 음파를 대단히 효과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가우스 합은 소수(素數, prime number)마다 정의되는 어떤 합을 말하는데, 이 합이 ‘이산 푸리에 변환’과 관련이 있다는 것만 언급해 둔다.
사실 슈로더는 이를 이용하여 음향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키도록 콘서트 홀의 천장을 디자인하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소수의 성질을 이용한 이런 음향 분산 장치는 일반 가정에서도 설치하여 음향 개선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상품화되어 있는데, ‘이차 나머지 분산기’(QRD, Quadratic Residue Diffusor)나 ‘원시근 분산기’(PRD, Primitive Root Diffusor) 등이 그런 예다. 다만 실제 이런 모양으로 콘서트 홀의 천정을 설계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그림에서 볼 수 있듯 미학적으로는 모양이 사납기 때문이다. 현대에는 건물의 미를 살리면서도 음향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도록 설계하기 위해서는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은 거의 필수다.
음악과 수학
음악은 즐기는 것이지, 굳이 수학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물론 음악에는 수학으로 분석할 수 없는 면도 분명 존재하고, 음악을 만들거나 듣자고 수학을 배워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전혀 의외의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수학 분야에서의 수학자들의 연구가 없었거나, 과학자들과 공학자들이 다양한 다른 원리들과 결합하여 현명하게 구현하지 못했다면, 누군가 정성껏 만든 음악을 편안히 집에서 듣는 것은 불가능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반대로 음악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수학의 발달에도 영향을 미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악과 수학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끊임없이 관계를 맺고 있고, 미래에도 그러할 것이다. 아름다운 것끼리는 통하는 법이니까.
음악의 시작: 소리
음악은 ‘소리’와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피타고라스의 음정 이론은 소리의 높낮이를 그럴 듯하게 설명하는 법칙이었지, 따지고 보면 수학자답게 소리를 ‘수학적’으로 설명한 것은 아니었다. 1500년 경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소리가 ‘파동’처럼 움직인다는 사실을 발견한 후에야 비로소 과학적 이론이 시작된다고 알려져 있다. 작곡가였으며 음악 이론가였던 아버지를 둔 때문인지 갈릴레오 갈릴레이도 소리에 관심을 두었다. 1602년 공명 현상을 처음 발견하기도 했고, 1632년에는 음의 높이는 음파의 진동수, 즉, 주파수에 달려 있다는 것도 알아낸다. 한편 당대 수많은 수학자 및 과학자와 교류했던 신부이자 수학자였으며, 보통은 ‘메르센 소수’로 더 유명한 마랭 메르센은 1627년 최초로 소리의 속도를 측정하였는데, 현재 알려진 값과 10퍼센트 오차도 나지 않는다.
소리의 이론: 미적분과 결합하다
이처럼 다소 산발적이던 소리 혹은 음악의 이론이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선 것은 수학 최고의 히트 상품인 ‘미분’을 이용하여 파동을 분석하기 시작하면서다. 1700년대 초 달랑베르가 진동하는 현의 움직임을 기술하는 미분 방정식인 (1차원) ‘파동 방정식’을 발견하고 해를 구하면서 소리에 대한 수학적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오일러, 다니엘 베르누이, 라그랑주, 베셀 등이 고차원 파동 방정식으로 발전시켜 연구하였는데, 명성이 자자한 수학자 상당수가 소리의 수학에 관심을 두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라플라스로부터 푸리에까지: 포괄성의 수학
얇은 막 혹은 북을 쳤을 때의 소리에 대한 이론인 2차원 파동 방정식을 포함하여 (음파가 우리의 귓고막을 진동시켜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뇌에서 ‘소리’라는 형태로 해석한다) 파동 방정식은 흔히 ‘라플라스 연산자’라는 것을 이용하여 표현한다. 그런데 이 라플라스 연산자는 소리와 전혀 관련이 없는 곳에서도 대단히 포괄적으로 등장한다. 전기나 중력 이론, 열의 확산 이론 및 양자역학에까지 나온다. (수학에서 등장하는 분야는 뺀 것이 이 정도다.) 수리 물리나 공학 수학에서 라플라스라는 이름을 피할 수 없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셈인데, 라플라스 작용소와 관련된 거대한 이론 체계인 호지(Hodge) 이론의 어떤 예상을 해결하자는 것이 클레이 재단에서 제시한 새천년 7대 문제의 하나라는 것도 언급해 둔다.
어쨌거나 라플라스 작용소를 분석하는 포괄적인 수학적 방법이 있으면 전혀 색다른 여러 가지 이론에 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수학의 힘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라플라스 작용소를 분석하는 가장 고전적인 방법인 푸리에 이론은 원래 파동이 아니라 열의 전파를 (열은 파동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나온 것이었다는 사실만 보아도 짐작이 간다.
MP3, 영상 처리, 데이터 압축
대충 말해 어떤 파형이든 기본 사인(sine) 파형들의 적절한 상수배(푸리에 계수라 부른다)의 합으로 분해할 수 있다는 것이 푸리에 이론인데, 현대 디지털 혁명을 이끈 이론 중의 하나다. 푸리에 이론의 이런 성질을 이용하여 신호 중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내고, 대부분의 정보를 살리면서도 원래 신호를 충실하게 재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디지털 음원, 영상 및 데이터의 부호화 및 복호화, 압축에 많이 이용되는 이론이 된 것이다.
콘서트 홀의 설계: 소수의 비밀
수학과 물리를 전공하였고, 벨 연구소에서 음향학을 연구했던 슈로더(M. R. Schroeder, 1926-2009)는 “가우스 합을 적절히 활용하면, (중략) 간섭광, 레이다 빔, 음파를 대단히 효과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가우스 합은 소수(素數, prime number)마다 정의되는 어떤 합을 말하는데, 이 합이 ‘이산 푸리에 변환’과 관련이 있다는 것만 언급해 둔다.
사실 슈로더는 이를 이용하여 음향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키도록 콘서트 홀의 천장을 디자인하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소수의 성질을 이용한 이런 음향 분산 장치는 일반 가정에서도 설치하여 음향 개선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상품화되어 있는데, ‘이차 나머지 분산기’(QRD, Quadratic Residue Diffusor)나 ‘원시근 분산기’(PRD, Primitive Root Diffusor) 등이 그런 예다. 다만 실제 이런 모양으로 콘서트 홀의 천정을 설계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그림에서 볼 수 있듯 미학적으로는 모양이 사납기 때문이다. 현대에는 건물의 미를 살리면서도 음향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도록 설계하기 위해서는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은 거의 필수다.
음악과 수학
음악은 즐기는 것이지, 굳이 수학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물론 음악에는 수학으로 분석할 수 없는 면도 분명 존재하고, 음악을 만들거나 듣자고 수학을 배워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전혀 의외의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수학 분야에서의 수학자들의 연구가 없었거나, 과학자들과 공학자들이 다양한 다른 원리들과 결합하여 현명하게 구현하지 못했다면, 누군가 정성껏 만든 음악을 편안히 집에서 듣는 것은 불가능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반대로 음악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수학의 발달에도 영향을 미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악과 수학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끊임없이 관계를 맺고 있고, 미래에도 그러할 것이다. 아름다운 것끼리는 통하는 법이니까.
- 정경훈 (서울대 기초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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